장례비 없어 가족도 시신 포기… ‘쓸쓸한 죽음’ 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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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0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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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이던 지난 14일 오후 4시께.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한 다가구주택 반지하 단칸방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났다. 불은 집 내부를 태우고 10여분 만에 진화됐다.

일곱 평 남짓한 조그마한 방에서 인명 구조작업을 하던 소방관들은 이부자리에서 불에 완전히 타버린 시신 한 구를 발견했다.

단칸방에서 홀로 살던 송모(73) 할머니였다. 현장을 넘겨받은 경찰 관계자는 "시신이 심하게 훼손돼 있었다"고 전했다.

16일 서울 종암경찰서 등에 따르면 송 할머니는 2009년 6월 뇌병변 3급 판정을 받고 장애인으로 생활해 왔다. 사망 전까지 혼자 거동하기는 거의 불가능했다.

아침과 저녁 두 차례 사회복지사가 들러 끼니를 챙기는 등 건강을 살펴야 했다.

한 달여 전 남편이 폐렴으로 세상을 뜨기 전까지는 송 할머니도 적당히 부축을 받아 거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사별 후 기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혼자 움직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던 할머니는 자녀와 왕래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남편이 사망했을 때도 장례를 치를 능력이 없어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아 눈물을 머금고 시신 포기각서를 써야 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남편이 사망했을 때 혼자 장례를 치를 여력이 없어 시신 포기각서를 쓰고 관할 구청에서 처리하도록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유족이 있어도 시신을 인도받을 형편이 되지 못하면 포기각서를 쓰고 관할 구청에 처리를 일임한다. 행려병자 등 무연고 시신 처리 방식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시신은 구청에서 자체 화장하거나 부검 실습용으로 병원에 기증하기도 한다.

한때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렸던 하월곡동에서 화마로 인한 가슴 아픈 사연은 그리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작년 말에도 이 동네의 한 가정에서 돈을 아끼려고 낚시용 버너에 불을 붙여 난방을 대신하다 불이 옮아붙는 바람에 시각장애 청소년이 세상을 떠났다.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할머니의 사망 경위를 조사하고자 시신 부검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