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수형자라고 아버지 장례식도 가지 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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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03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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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제가 죄를 짓고 형을 살고 있었다지만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장례식장마저 못가게 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닙니까?”

2011년, 마약사범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해 성동구치소에서 복역중이던 A(여ㆍ35)씨는 지난 8월 23일을 잊지 못한다. 구치소에서 복역중인 자신을 돌보던 아버지(74)가 심장마비로 갑자기 사망한 것. 사흘전 여느 월요일처럼 구치소를 찾아 면회왔던 아버지였기에 충격과 안타까움이 더 컸다.

“‘아버지가 매주 월요일마다 오니 한 달에 5번뿐인 면회기회가 다 차 친구들도 못 온다. 이제 좀 그만오라’고 타박했는데,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다니, 정말…” A씨는 울먹였다.

부친이 작고한 당일 가족들은 A씨가 장례식에 올 수 있도록 귀휴(수용자가 일시적으로 집에 돌아가는 것)를 신청했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77조 2항에 따른 것이다. 이법에 따르면 구치소장은 가족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 사망시 형기를 얼마나 마쳤는가에 상관없이 5일 이내의 특별귀휴를 허가할 수 있게 돼 있다. 더욱이 A씨는 1년여 형기를 거의 다 채우고 잔여형기가 40여일 밖에 남아있지 않은 터였다.

하지만 A 씨 가족에게는 ‘A씨가 마약 사범이라 귀휴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마약을 숨겨 들어오거나 도주할 우려가 있다는 것. 때문에 A씨는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못 했다. 이 같은 귀휴 불가 사유는 같은 달 27일 면회온 가족들을 통해 전해 들었다.

“도주 및 재범의 우려 때문에 5일 귀휴가 안된다면 장례식 당일, 교도관과 동행해 장례식이라도 다녀올 수 있게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간 속만 썩여드린 아버지의 장례식에도 참석 못한 저는 끝까지 불효를… .” A씨는 서러움이 북받쳐 말을 채 잇지 못했다.

A씨의 귀휴 불가 사유에 대해 성동 구치소 관계자는 “명문화된 규정은 없지만, 통상적으로 마약사범의 경우 마약을 물에 녹여 옷에 적셔 반입을 시도하거나 도주, 혹은 귀휴중 마약에 손대는 경우가 있어 귀휴허가가 거의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법조계 인사는 “마약, 조직폭력 사범은 특별 관리한다는 말 외에 명문화된 규정이 없어 문제가 된다”면서도 “하지만 부친 장례식에 참석도 못하게 한 건 지나치다”고 말했다.

A 씨는 이 사안을 국민권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대법원, 언론사 등에 진정하려했지만 구치소측이 서신을 검열하고 권익위, 인권위, 법무부 인권국으로 보내는 서신 외의 다른 서신들은 불허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형사소송법에 따른 검열결정이 있을 때만 서신검열이 가능하다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 처우에 관한 법률 43조 4항 위반이다. 구치소측은 이와 관련 “교정시설은 특수시설이라 안정적인 운영이 중요한데, 일부 과장된 사실이 서신에 섞여 있어 내보내지 않은 것”이라 해명했다.

또 A 씨는 출소를 한 달여 앞두고 갑자기 원주 교도소로 이송됐다. 이는 “집행할 형기가 이송 사유가 발생한 날부터 3개월 이내인 때는 이송하지 아니할 수 있다”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106조에 비춰보면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대해 A 씨는 자신이 인권위 등에 진정해 이뤄진 보복성 이송이라 주장했다. 구치소측은 “법무부에 이송을 신청하고 허가를 받을 때까지 행정적인 절차상 한 달 반정도 시간이 걸려 일어난 일”이라 해명했다.

현재 인권위는 A씨의 진정을 접수하고 갑작스레 이송을 하게 된 경위와 서신을 검열하게 된 경위, 아버지 장례식에 귀휴을 불허하게 된 배경등에 대해 조사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