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死 뒤안길 장례지원서비스의 '빈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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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0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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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명 : 이○○, 성별 : 남, 주민등록번호 : 53XXXX-XXXXXXX, 주소 : 충북 제천시 ○○○ 원룸 ○○○, 사망일시 : 2012. 9. 25, 사망원인 : 미상

이모(59)씨의 죽음은 무연고 사망자 공고에 한 줄로 요약됐다. 이씨의 시신은 월세를 받으러 갔던 원룸 주인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 수사결과 타살 혐의점이 없었기에 그대로 장례를 치르면 됐으나 시신을 거둘 가족이 없었다. 수소문 끝에 찾은 이씨의 사촌은 형편이 어려운데다 20년 넘게 연락을 끊고 지냈다면서 시신 인수를 포기했다. 이씨의 시신은 무연고 사망자 처리 절차에 따라 화장된 뒤 제천시의 영원한 쉼터 납골당에 안치됐다.

▥2. 지난 8월 숨진 박모(78)씨의 마지막 가는 길은 쓸쓸했다. 수소문 끝에 찾은 자녀는 아버지 시신을 거두기를 거부했다.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됐다는 게 이유였다. 박씨의 빈소는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나 문상객 없이 3시간여 만에 끝났다. 다른 무연고 사망자와 달리 그나마 빈소가 마련된 것은 박씨가 정부의 장례지원서비스 대상자였던 덕택이다.

생을 다하고 이 세상에 남긴 시신조차 거두어 줄 사람이 없는 무연고 사망자가 늘고 있다.

25일 민주통합당 이학영 의원(경기 군포)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무연고 사망 건수는 2009년 580건, 2010년 636건, 2011년 696건으로 증가했다. 무연고 사망자 가운데 이씨나 박씨처럼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포기하는 사례도 2009년 168건(28.9%), 2010년 192건(30.1%), 2011년 252건(36.2%)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죽어서도 연락할 가족이 없거나 연고자가 있더라도 오랜 교류 단절, 경제적 어려움 등의 이유로 연고자가 시신 인수를 포기하면 '무연고 사망자'로 분류된다.

지방자치단체는 절차에 따라 무연고 시신을 매장 또는 화장하고 한 달간 공고한다. 이후 10년이 지날 때까지 연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집단 매장하거나 봉안했던 유골을 분골한다.

쓸쓸히 살다가 쓸쓸히 갔지만 장례식조차 치르지 못하는 고독이 무연고자의 죽음 이면에 녹아있는 것이다.

정부는 무연고 사망자의 '품격있는' 마지막 가는 길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7월 중순 민간기업 등의 후원을 받아 홀몸노인 장례의례 지원 서비스를 시작했다.

화장, 매장되기에 앞서 빈소를 마련하고 지자체 또는 복지관 직원 등이 상주(喪主)로 나서 무연고 홀몸노인의 마지막 길을 지키자는 취지였다.

앞서 두 번째 사례의 박씨가 장례의례 지원서비스 대상 1호였으나 그 이후 3개월이 넘도록 서비스는 이뤄지지 않았다. 물론 박씨 이후 무연고 사망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실제 서울에서만 9월 32명, 10월 17명의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들이 장례식 없이 바로 화장된 것은 홀몸노인 장례의례 지원 서비스 대상이 65세 이상 노인, 그 가운데서도 '노인돌봄 기본서비스' 대상자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충북 제천의 이씨(사례 1)의 경우 나이 제한 탓에 이 서비스를 받지 못한 사례.

지난 8월27일 숨져 무연고자로 처리된 김모(74·서울 용산구)씨는 65세 이상이었음에도 노인돌봄 기본서비스 대상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곧바로 화장장으로 보내졌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장례의례 지원 서비스는 노인돌보미가 평소 돌보았던 노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 드리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사업"이라며 "장례식을 치르려면 상주 역할을 할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노인돌봄서비스 대상자가 아닌 사람은 상주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인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식은 일정 부분 비영리 민간단체가 담당하고 있다.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는 올해에만 무연고 사망자 31명의 마지막 가는 길을 지켜주었다.

교통봉사대 손삼호 대장은 "화장장에 가서 보니 봉고차에 무연고자 시신이 담긴 관 3개를 싣고 온 직원이 화로 앞에 관들을 내려놓고는 그냥 가버리더라. 망자의 마지막 가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무연고 사망자의 빈소를 마련하기로 마음먹었다"며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치러주기를 희망하는 지자체들의 요청이 많다"고 말했다.

비영리 민간단체 '나눔과 나눔', '대한나눔복지회'도 무연고자의 쓸쓸한 죽음을 애도하며 장례를 책임진다.

한 번 장례를 치르는 데 드는 비용 100만~150만원은 단체 회원들이 사비를 털거나 후원을 받아서 마련한다.

나눔과 나눔의 서현숙 대표는 "지자체가 무연고 사망자를 위해 지원하는 장례 비용 50만원으로는 제대로 된 장례를 치르기 어렵다"며 "정부가 장례 지원 서비스를 한다고 했을 때 사업을 접어도 되겠구나 생각했는데 사실 서비스 시행 이전과 별반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조현두 대한나눔복지회 회장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나 노인돌봄서비스 대상자는 그나마 지자체나 복지관에서 관리하지만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 속 무연고 노인도 많다"며 "무관심 속에 장례식조차 못 치른 무연고 사망자들도 생전에는 세금을 꼬박꼬박 냈을 터인데 정부에서 관심을 더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15만3천명인 노인돌봄서비스 대상자를 30만명 정도까지 늘릴 계획"이라며 "장례의례 지원 서비스 대상도 65세 미만 무연고 사망자로 서서히 확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