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에 묘지 관리비 체납 후손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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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5-02-2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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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지 않은 형편에 정을 나누고 가족애를 더욱 돈독히 하는 설 명절이었지만 A씨는 명절이 더 서러운 연휴였다.

지난 19일 낮 12시 50분경 세종시의 한 묘원, A씨는 다른 후손들처럼 부모의 묘 앞에 다가가지 못하고 먼 발치에서 지켜보며 눈시울만 적셨다.

다른 가족들처럼 부모의 묘 앞에서 술 한 잔 따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낙담한 표정으로 서 있는 A씨는 어느새 앞을 제대로 가눌 수 없을 정도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연신 “어머니 죄송합니다”라고 속삭였다.
 
그가 먼 발치에서 부모의 묘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건 행여나 관리인에게 들킬 염려 때문이었다. 자영업을 하던 그는 7년 전 적자의 연속으로 장사를 그만두게 됐고 여기에 믿었던 친구로부터 보증을 잘못 서 빚더미에 올라앉게 됐다. 현재는 가족과 떨어진 채 홀로 일거리를 찾아다니고 있으며, 이곳은 부모에게 죄송한 마음 때문에 발길을 끊었다가 4년 만에 다시 찾았다고 한다.
해당 묘원은 분묘 1기당 50만 원에 5년 동안 관리해 주는 조건으로 묘지 이용료를 받아 왔다.

그러나 A씨처럼 경제적으로 어려워 관리비를 납부하지 못하거나 자손들이 더 이상 찾지 않아 방치된 무연고 묘지가 늘면서 후손들에게 관리비를 독촉하기 위한 푯말이 세워져 있다.

전국적으로 가족·후손들이 찾지 않거나 연락이 닿지 않는 ‘무연고 묘지’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이는 핵가족화와 더불어 최근 경제난과 이민 등의 영향인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시대가 변하면서 후손들이 돌보지 않는 묘까지 늘어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묘원 관계자는 “돌아가신 분에게 독촉장을 붙인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지만, 체납된 관리비로 인해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아 어쩔 수 없다”며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 언젠간 만장이 될 것이다. 국가에서 이에 대한 제도를 마련해줘야 한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무연고 묘지가 갈수록 늘어나지만 별다른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이에 장묘업계 관계자는 “경제난 등으로 조상 묘를 돌보지 않는 후손들이 늘고 있어 안타깝다”며 “장묘 문화와 조상 분묘 관리 방법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