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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4-27 12:28
‘묘지 친구’ 찾는 일본인들
 글쓴이 : 한국장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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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마치 현대 미술 전시장 같았다. 지난 18일 일본 도쿄 도심인 신주쿠구에 있는 절 고코쿠지(幸國寺). 입구 오른쪽에 있는 건물에 들어가니, 2046개의 작은 불상이 파란색과 노란색, 녹색, 분홍색 등의 엘이디(LED) 조명을 내뿜으며 반짝이고 있었다. ‘루리덴’이라는 이름의 이 건물은 납골당이다. 유족이 입구에 있는 장치에서 망자 이름을 입력하면, 망자의 유골함 앞에 있는 불상에 하얀색 조명이 들어온다. 불상들 뒤에는 보통 납골당처럼 유골함들이 있다. 불상이 전면에 배치되어 있어서 유골함이 보이지 않을 뿐이다.


고코쿠지 부주직(한국 절의 부주지에 해당)인 야지마 타이유는 “10년 전 일본의 사계절을 테마로 불상이 빛나는 방식으로 루리덴을 만들었다”며 “옛날 납골당과는 달리 쓸쓸한 기분이 들지 않게 했다. 참배를 와도 즐거운 곳을 만들자는 게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또 “스승인 주지가 처음 만들었는데 예전부터 불빛을 활용하자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빛은 부처님의 지혜를 의미한다. 조명 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형태의 납골당이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생전에 자신이 들어갈 납골당을 직접 계약하는 경우가 절반 정도”라며 “높이로 치면 가운데 불상 부분이 주요한 부분인데 그 부분은 거의 채워졌다”고 말했다.


생전 계약을 하러 주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도쿄에서 자란 사람들이 많다. 도쿄에 묻히고 싶지만 도쿄에 따로 개인 무덤을 만들기는 비용도 부담되고 이후 관리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루리덴에 유골을 모시는 비용은 보통 75만엔(약 750만원)이다. 생전에 본인이 계약할 경우 연간 9000엔의 연회비를 내야 하며, 사망한 시점부터는 받지 않는다. 유골 보관 기간은 33년이다. 보관한 지 33년이 지나면 루리덴 지하에 유골을 묻힌다.


루리덴은 특이한 겉모습을 제외하면 최근 일본에서 유행하는 납골당의 여러 특징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우선, 도심지에 있어 접근이 편리하다. 지하철역과는 200m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또 다른 중요한 특징은 망자를 챙길 수 있는 자손이 없어도 절이 유골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이른바 ‘영대공양’(永代供養)을 표방한다는 점이다. 영대공양은 30여년 전부터 생겨나 유행한 말이다. 일본에서는 사람이 사망하면 화장한 뒤 절에 묘를 만들고, 대를 잇는 큰아들이 절에 묘 관리와 공양을 위한 비용을 내는 형태가 일반적이었다. 불교의 영향으로 전통적으로 일본에서는 매장보다는 화장이 주류였다.


일본의 전통적 장례문화 특징은 절과 ‘이에’(家) 제도였다. 일본에서는 사실상 절이 장례 관련 여러 의식을 독점하고 있다. 에도막부(1603~1867년)가 기독교 금지 정책의 하나로 모든 주민은 절에 등록해 기독교 신자가 아님을 증명하게 강제했기 때문이다. 또 남성 가부장이 호주로서 가족을 이끌고 대를 잇는 ‘이에’(家) 제도도 전통적 장례문화의 기반이었다. 그러나, 핵가족화가 진행되면서 더는 가부장적 질서에 기반을 둔 장례문화는 존속하기 어렵게 됐다. 아들이 있다 하더라도 자손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영대공양은 급속히 퍼졌다. 야지마 부주직은 “생전 계약자 중 절반 정도는 의외로 자손이 있는 분들”이라고 말했다.


니가타현에 있는 절, 묘코지(妙光寺)는 1989년 선구적으로 영대공양을 표방한 ‘안온묘’를 만든 것으로 유명한 절이다. 당시 독신자나 전통적 가족관계에 얽매이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1990년부터는 해마다 여름에 생전 계약을 한 사람들이 묘지와 죽음을 주제로 축제도 열고 있다. 혈연으로 얽히지 않은 사람들이 묘지를 매개로 새로운 인연을 맺는 방식으로 주목을 받았다. 영대공양을 내세운 납골당 광고는 이제 도쿄 지하철에서 흔하게 눈에 띌 정도로, 영대공양은 넓게 퍼졌다.


도쿄도 마치다시에 있는 벚꽃장 묘지는 벚나무를 중심으로 만든 정원 형태 묘지다. 여러 사람의 유골이 함께 묻혀있는 공동묘지다. 자손이 따로 관리하지 않는 ‘비계승 묘지’를 표방한다. 생전에 교류해 친구가 된 이들이 같이 묻히는 것을 지향한다.

엔딩센터는 벚꽃장 묘지에 들어갈 사람들을 회원으로 받아서 각종 강좌와 교류 행사를 한다. 대표적인 예는 마치다시 건물에 마련한 ‘또하나의 우리집’이라는 공간이다. ‘또하나의 우리집’은 회원들이 서로 모여 밥을 같이 해먹고 수다도 떠는 곳이다. 흔한 사랑방 같은 곳이지만 다른 점은 죽음과 묘지를 매개로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교류한다는 점이다. 이노우에는 “회원들이 다른 곳에서는 하기 어려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엔딩센터 전체 회원은 약 3700명에 이른다. ‘또하나의 우리집’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회원은 60여명 정도다.


이노우에는 “일본 가족 중 가장 많은 형태가 ‘단독 세대’(1인 가구)다. 예전처럼 가족이 장례를 치르고 화장을 해서 절에 모시는 일련의 의식을 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결국 한 사람 한 사람이 서로 돕는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5년 일본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일본 일반세대(시설 생활 세대 제외) 5333만여 세대 중 34.6%인 약 1841만 세대가 세대원이 1명뿐인 단독 세대였다.


사회학자인 이노우에가 묘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어머니의 죽음 때문이었다. “어머니가 1981년 62살로 돌아가셨다. 그런데 우리 집은 딸만 둘이었고 모두 결혼을 한 상태였다. 어머니의 유골을 절에 일단 모실 수는 있지만, 딸은 대를 이을 수 없으니 절에 모신 유골도 언젠가는 유지가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가부장적 질서가 전제된 장례 문화를 바꿔야겠다고 생각했고, 1990년대에 ‘21세기의 결연과 장례를 생각하는 모임’이라는 시민단체를 만들었다. ‘결연’은 가족이 아닌 사람들끼리 장례를 매개로 인연을 맺는다는 의미에서 넣었다.

최근 일본에서는 여성 전용 묘지도 인기를 끌고 있다. 비영리법인 스노도롭이 2014년 사이타마현에 있는 절 안에 여성 전용 공동묘지 ‘나데시코’(패랭이꽃. 일본인들이 여성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도 사용)를 마련해 주목을 받았다. 유리에 패랭이꽃을 조각한 비석으로 여성스러움을 강조하고 주변엔 꽃을 심어 장식했다. 자손이 돌보지 않아도 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여성 전용 묘지의 인기는 남성 중심 질서에 대한 반발과 장례업 종사자의 새로운 수요 창출 목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지난해 출간된 <요즘의 납골당>(이노우에 리쓰코 저)이라는 책에는 도쿄도 후추시에 있는 여성 전용 묘지인 ‘후추 후레아이파크’에 묻히기로 생전 계약을 한 62살 여성의 사례가 나온다. 프리랜서인 이 여성은 “나는 요즘 식으로 이야기하자면 ‘독신’이지만 옛날식으로는 ‘시집 못 가고 나이 든 여성’이다. 지금까지 자유롭게 살았으니 무덤도 자유롭게 골라도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책에 실려있다.


이노우에 엔딩센터 이사장은 한국은 일본 사례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 0.98명이라고 들었다. 지금은 한국이 일본보다 인구 고령 비율이 10% 포인트 이상 낮다. 그러나 저출산으로 시간이 지나면 고령 인구 비율이 늘어날 것이다. 결국 일본처럼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서로 의지해서 무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한국도 찾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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