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절과 작은 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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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7-04-2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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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CSF 발전 연구원장/박철호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아름다운 정신적인 자산은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 중에 우리나라만이 갖는 절 문화는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절의 방법도 다양하다. 수인사 정도의 절이 있는가 하면 마음과 정성을 담아 정중하게 올리는 절도 있다. 고승에게 올리는 삼배(三拜)는 존경을 담아 덕담과 고견을 원하는 마음의 표시이다. 우리 조상들은 절을 통해서 가정과 인간관계를 매우 중요시 여겼다. 절하는 풍속은 가문마다, 가정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우리나라 윤리의 기본인 충효사상 측면에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생각은 임금과 스승과 부모에게만은 큰절 중에도 특별한 절을 해야만 했다.
 
우리나라 공동체 개념은 매우 독특하다. 공동체의 기본적인 개체를 자신으로 보았다. 그런 연유로 선비나 벼슬하는 사람들은 매일 자신에 대한 반성과 점검을 했다. 선비는 명분과 의리로 살았다. 이 명분과 의리는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예의이고 지킬 의무였다. 선비가 선비답지 못하고 군자가 군자답지 못하면 인간쓰레기보다 못한 망종(亡種)으로 취급을 받았다. 그래서 선비를 우러러 본 것이다.
 
선비는 모범적인 사람으로 학문과 예술이 일치한 사람이었다. 이성과 감성이 균형 있는 조화를 이루어 누가 봐도 반듯한 인격체를 가진 지식인으로 사리분별이 정확했다. 놀랍게도 이 선비라는 단어가 일제를 거치면서 변질되었다. 지식인이고 이상적인 선비라는 인간형을 타협할 줄 모르는 왜소한 지식인으로 묘사했다. 심지어 자기 고집만 부리는 샌님이나 안하무인의 고집불통인 외통수로 변질시켰다. 조선의 선비는 꼿꼿한 지조로 목에 칼이 들어와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씩씩한 기상과 꿋꿋한 절개로 불굴의 의지력을 펼쳐가는 사람이었다. 청정한 마음으로 사물에 대한 명확한 분별력이 있었다. 청렴과 청빈을 우선 가치로, 검소와 절제를 미덕으로 삼았다. 그 정신을 선비정신이라고 했다.
 
선비정신은 시류에 야합하지 않고 옳음과 거름을 분명히 했다. 시시비비를 명확하게 하고 주체의식이 분명하여 대의명분에 어긋남이 없었다. 이런 선비정신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죽을 날과 죽을 자리를 분명히 알고 살았다. 자기 마음을 다스릴 줄 알고 사물을 정확하게 판단하여 자신이 취할 행동을 알았다.
 
죄를 지으면 죄인의 자리에 앉을 줄 알았고 공을 세우면 나눌 줄 알았다. 선공후사(先公後私)를 지킬 줄도 알았다. 자기의 설자리를 알기 때문에 뜻을 바로 세우고 바른 뜻으로 마음도 바르게 했다. 마음을 바르게 한 사람은 자신이 처할 위치를 알게 된다(수신:修身). 그런 사람은 집을 가지런히 세울 수 있다(제가:齊家). 그런 후에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태평케 한다는 것이다(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
그런 연유로 일반 백성에서 천자에 이르기 까지 자기 스스로 마음을 가다듬고 몸을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을 사람의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정신 수양과 몸을 정결하게 한다. 그 방법으로 절을 하기도 했다. 절은 고려 시대와 그 이전에는 사찰이나 정신 수양의 도구로 사용되었다. 그런 절이 조선으로 오면서 사례편람(冠婚喪祭)을 통하여 가정 속으로, 사회 안으로 들어왔다. 선비들은 조상의 위패를 모신 사당에서 절을 했다. 남자의 큰절은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증조부모, 고조부모)이나 배우자()의 직계존속, 8촌 이내의 집안어른들에게 올리는 것이다.
 
큰절 중에서도 큰절인 고두배(叩頭拜)는 원래 중국 황제를 배알할 때 하던 절이다. 이 절이 우리나라에서는 제례와 군사부일체의 사상 속에서 신()과 임금과 스승과 부모에게 올리도록 되었다. 여자에게도 큰절과 작은 절이 있다. 여자의 큰절은 숙배(肅拜)라고 하는 양반절이다. 이절은 혼례의 교배(交拜), 폐백 할 때, 회갑이나 제사 지낼 때, 장례 때 하는 절이다. 요즘은 큰 절을 하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하지 않으려고 한다. 결혼 후 시부모께 처음 드리는 절, 살아계신 부모에게 드리는 세배는 반드시 큰절로 해야 하는데 큰절이 무엇인지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굳이 큰절과 작은 절을 나눈 이유는 무엇일까? 가정은 상하와 수평이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 가정에서의 절은 가족관계의 기본이고 예의의 표시이다. 부모와 어른에 대한 존경과 고마움의 표시이다. 그런 절이 세대가 바뀌고 세상문화가 바뀌었다고 해서 변색되고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내 자식이 자식을 낳고 언젠가는 그들이 키운 자식들도 어른이 되어 이 땅을 살아갈 것이다. 다소 힘들고 어려워도 부모와 자식이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절은 전해져야 한다. 마음속은 양반이고 지식인이고 선비가 되고 싶은데 행동은 종놈이고 천민이고 허접 쓰레기가 된다면 잠시잠간 왔다가는 이 세상살이가 너무나도 덧없는 것은 아닐까? 가정의 법도는 자식으로, 자식으로 이어져 간다.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면 손가락질의 대상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