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단계, 사전기 및 사후 인체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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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9-03-1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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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단계, 사전기 및 사후 인체의 변화
(Degree of the Death, Agonal and Remains changes)
 
이번 시간에는 사전 또는 사후에 인체에서 발생되는 여러 가지 변화들과 용어에 대해서 알아볼까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쓰기 시작하는 때는 의사가 진단하여 더 이상 생명적 또는 이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어 다시 생명을 가진 존재로 돌아올 수 없다는 비가역적 시점을 의미한다. 이 비가역적 시점을 기준으로 사망이라 진단하며, 이후 우리는 장례를 준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이 생의 끝이며 모든 것의 마지막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 말은 거짓말이다. 죽음 이후에도 인체 내의 변화는 연속적으로 진행되며 결코 멈춰져 있지 않다. 사후 인체는 생리적 및 화학적 변화과정을 거치며, 사망시간 전부터 시작되어 사후에도 계속 진행된다.
 
일반인 입장에서 죽음이란 마지막 숨을 거두는(멈추는) 시점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사실 죽음의 시작점이 바로 이 단계이고 변화의 시작점이기도 하다. 숨을 거두는 시점이라고는 표현했지만 결론적으로 심박동의 정지, 자발적인 호흡의 중단, 뇌의 활동력 부재를 포괄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생리학적, 대사적 과정을 유지하는 신체의 점진적이고 광범위한 작동불능 상태가 사망하기 이전 이미 발생하게 될 수도 있는데 이 시기를 사전기(agonal period)라고 한다.
 
죽음 단계
 
사전기 임상적 죽음 뇌사 생물학적 죽음 세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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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성 죽음의 진행 단계
 
갑작스럽게 맞이하는 죽음이나 치명적 사고 등에 의한 사망일 경우 사전기는 매우 짧을 수 있으나, 만성적 질환에 의해 사망한 예에서는 이 과정이 길어질 수도 있다. 현대에 들어 의학의 획기적 발전으로 인해 사전기가 매우 길어지고 있다.
 
 
사전기를 다른 말로 사망 또는 임종 전 상태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사전기가 진행되는 동안 인체는 점차로 빈사(瀕死)상태 또는 생명이 소실되는 상태에 이르게된다. 사전기에서 특징적으로 보이는 현상 중 하나는 바로 죽을 때 내는 소리(숨넘어가는 소리)이다. 숨넘어가는 소리는 빈사상태 사람의 가슴에서 발생하는 호흡기계의 꼴깍거리는 소리로 점액의 축척과 기침반사작용의 소실로 인해 발생한다.
 
사전기는 사람의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생리적 및 물질대사 작용의 유지가 소실되는 시점(사망시점)보다 앞서 발생한다. 일단 인체내 생리적 및 물질대사 작용의 유지가 소실이 되면 체성죽음(somatic death. 심장, , 뇌의 비가역적 정지)이 시작된다. 체성죽음은 신체의 전반적 죽음이라 말할 수 있으며, 임상적 죽음부터 뇌사까지, 그다음 생물학적 죽음과 최종적으로 사후 세포사까지의 순차적인 진행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체성죽음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임상적 죽음(Clinical death)은 자발적인 호흡과 심박동 정지에 의해 발생(심폐정지)한다. 이 기간동안 다시 회복시키면 살 수 있으므로(CPR(심폐소생술) 등을 통해) 체성죽음 과정 중 원상태대로 돌아올 수 있는 가역적 과정으로 최대 56분 사이이다. 만약 이 후에도 호흡과 심박동을 다시 회복시키지 못하면 뇌사가 발생하게 되며, 이 시기부터는 비가역적 죽음이 시작된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듯 사망시 인체의 모든 기관, 장기와 세포까지 한꺼번에 일순간에 죽을까?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사망 후 인체의 변화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한번에 인체의 모든 세포들이 일순간 죽는다고 생각하는가?
세포마다 특성과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비가역적 죽음 시점에서 어떤 세포 내에는 산소, 영양분 및 다른 중요한 요소들을 저장하고 있었을 수 있다. 즉 미리 영양분, 산소 등을 비축한 세포는 저장된 필수 요소를 이용하여 일정 시간동안 대사활동을 영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어떤 시점에 이르면 각각의 세포는 저장된 것을 소비할 것이고 결국은 죽게 되는데 이 과정을 사후 세포사라고 한다. 사후 세포사는 세포자체의 대사활성에 달려있는데 매우 특별화된 세포와 활동성이 강한 세포는 다른 세포보다 더 많은 산소와 영양을 요구하므로 일찍 죽는다. 다음은 사망 후 인체 내 세포가 산소나 영양분 중단시 얼마나 살 수 있는가를 나타낸 것이다.
 
뇌 및 신경계 세포: 5, 근육세포: 3시간, 각막세포: 6시간, 혈구세포: 6시간
 
이렇듯 사후, 인체 세포의 사망까지 걸리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각막의 경우는 사망 후에도 이식이 가능하나(세포가 살아있기 때문에), 장기(심장, 폐 등)는 사망 후 세포사가 발생하기 때문에 사망 후에는 이식할 수 없다.
 
사전기 동안의 변화
서론에서 얘기했듯이 사망 후 모든 신체기관이 정지되고 그대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변화가 발생한다. 이번 시간에는 우선 사망 전 시기, 즉 사전기 동안 발생하는 신체의 변화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크게 사전기 동안 다음과 같은 변화가 신체내 발생한다.
1) 온도 변화
2) 혈액을 순환시킬 수 있는 능력 저하
3) 면역 약화로 인한 미생물 증식 및 전파
 
1) 온도변화(Temperture Changes)
크게 두 가지 온도 변화가 사전기동안 발생한다. 사전기 체온저하(Agonal algor)는 사망 전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연로한 사람들에서 죽음이 천천히 일어날 때 보여진다. 연로하신 분들은 신체의 노화로 인해 신진대사도 천천히 일어나며 순환계도 느리게 작동할 것이다. 따라서 원활한 혈액순환이 되지 않아 말초부위부터 점차로 체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반대로 사전기 열(Agonal fever)은 사망 전 체온이 올라가는 증상으로 감염이나 중독증, 다른 독극물에 관련된 사망일 때 보인다. 이러한 체온 증가가 보이는 사람은 사망 후 미생물이 살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하여 부패 등을 더욱 활성화시키게 된다.
 
2) 순환기계의 변화(Circulatory Changes)
사전기 동안 순환기계(심장 등)의 작동이 저하되면서 몇 가지 변화가 발생한다. 사전기의 침강(Agonal hypostasis)은 죽기 전에 순환계의 기능성이 저하되어 말초 혈관에 있는 혈액이 제대로 심장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혈액이 밑으로 가라앉아 정체되는 것을 말한다. 이렇게 가라앉은 혈액은 혈액응고효소의 활성에 의해 혈액응고(Agonal Coagulation. 혈전)가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전신에서 발생한다.
 
3) 미생물의 이동(Translocation of Microorganisms)
이동이란 인체의 한 부분에서 다른 곳으로 미생물이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인체 내의 자연적 방어(면역체계 등)에 의해 특정한 곳(예를 들면 대장과 같은)에만 미생물이 있게 되는데 사전기동안 인체 방어력의 약화에 의해 미생물들이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혈관 확장으로 인해 소화기계(대장 등)에 있던 세균들이 순환계를 타고 온몸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게 된다. 이런 세균의 증식확대로 사전기에는 패혈증(sepsis)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사후에는 인체내 부패가 가속화된다.
 
이렇듯 사전기에도 이미 여러 가지 변화과정이 인체내 발생하며, 죽음을 준비하게 된다. 이번 시간에는 사망 후에도 지속적 변화가 있다는 것과 죽음의 단계를 분류하였고, 특히 사망 이전 발생하는 사전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였다. 다음시간에는 사망 후 시간경과에 따라 발생하는 인체의 물리적 화학적 변화에 대해서 설명하고, 이를 통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사망사건 발생시 사망경과시간 등을 어떻게 유추해낼 수 있는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황규성 의학박사(주)한국엠바밍 대표이사 전 을지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