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한 고령화와 품위있는 죽음(존엄사)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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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9-08-2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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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박사 황규성 (주)한국엠바밍 대표이사 전 을지대교수
 
한국은 저출산, 핵가족화, 1인 가족 증가 등 사회적 병리 현상과 더불어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2015년 기준 13.1% 이며, 2040년에는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52세가 넘고 고령인구가 32.4%가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고령화 사회는 65세 이상 고령인구비율이 7%이상 14% 미만인 사회, 고령 사회는 14%이상 20%미만인 사회, 초고령 사회는 20% 이상인 사회인 사회를 뜻한다. UN 정의).
 
저자가 강사로 활동하는 한국장례문화진흥원 주관 친자연적장례문화 순환설명회에서는 청중에게 현재까지 한국 내 장례문화의 변화과정을 살펴보고 향후 후세를 위해 친자연적 장례문화가 필요하다는 것과 1인 가족화되는 사회문화 속에서 본인의 장례를 스스로 준비하지 못하면 본인이 원하는 바대로 장례를 치룰 수 없기에 미리 준비하여야 한다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강의 후 질문을 받는데 이전에 비해 부쩍 질문이 많아진 분야가 있는데, 바로 사전의료의향서에 대한 질문이다. 청중의 대부분이 연세가 있으신 분들이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의식불명의 상태 또는 치매 등이 매우 심해졌을 경우 남아있는 자식들에게 어려움이 전가됨을 매우 걱정하며 이에 대해 어떻게 대비해야할지에 대한 질문이다. 매우 현실적이며 충분히 가정가능한 질문으로 생각된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 늙는다. 노화는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과학과 의료의 발달로 평균 기대수명 100세를 바라보게 됐지만, 요즘 이를 축복이라고 여기는 이들은 많지 않는 것 같다. 이러한 노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 역시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경제활동 중단으로 인한 노인 빈곤과 각종 질환 등 또 다른 고민거리와 과제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지난 글에서 언급한 대로,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노후파산, 무연고사, 경제 성장동력 잠식 등 향후 심각한 사회문제가 대두될 것임을 예상했고, 사망자 수 또한 급격히 증가될 것(2001년 약 24만명 사망에서 2015년 약 28만명으로 증가)으로 예측하였다. 부모 중 한 분이 먼저 돌아가셨을 때 상을 치룰 자녀의 숫자가 1993년에는 5.45명에서, 2031년에는 1.95명으로 현저히 줄어듦에 따라 장례에 대한 경제적 부담감 급증, 가족 간의 교류 단절 등의 문제로 예전처럼 품위있고 존엄한 장례를 치루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 생전에 준비를 해야 하는 등 장례문화에도 많은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장례준비뿐만 아니라 사망 바로 직전까지도 인간으로서 최대한의 존엄과 품위가 필요하다는데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인간은 존엄한 대우를 받아야만 하는 존재이다. 이러한 의미로 사전의료의향서는 남은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 하는 부모의 애틋한 마음도 있지만, 본인의 죽음을 존엄하고 맞이하고 싶은 인간 기본 욕구의 표출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전의료의향서는 종국에는 존엄사의 문제로 향하게 된다.
 
존엄사란 최선의 의학적 치료를 다하였음에도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때, 질병의 호전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현 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질병에 의한 자연적 죽음을 받아들임으로써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무의미한 연명치료란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가 임박하였을 때 의학적으로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기계호흡이나 심폐소생술 등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2009521일 대법원이 무의미한 연명치료 장치 제거 등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 존엄사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이 판결에 따르면, 식물인간 상태인 고령의 환자를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는 것에 대하여 질병의 호전을 포기한 상태에서 현 상태만을 유지하기 위하여 이루어지는 연명치료는 무의미한 신체침해 행위로서 오히려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해하는 것이며,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단계에 이른 환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하여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연명치료가 무의미하고 환자의 의사가 추정되는 경우로 제한하기는 하였으나 사실상 존엄사(또는 소극적 안락사)를 인정한 첫 판례이다(네이버 지식백과).
 
한국인의 존엄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2019년 저자가 같이 참여한 존엄사법 1주년 기획 여론조사 결과보고서’(서울신문)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존엄사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과 의견을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본 설문은 전국 거주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존엄사에 대해 설문조사한 내용으로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요건에 대해 답변이다. 많은 설문항목이 있으나 이번 호에서는 한국인이 생각하는 존엄사-‘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요건-에 대해서만 언급하고자 한다.
 
이 조사에서 한국사회에서 품위있는 죽음을 맞이하기 위한 요건 중 가장 큰 부분이 경제력임을 인지할 수 있었다. ‘품위있는 죽음에 대한 조사 항목 중 가장 높은 선택 항목은 가족 등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고 가는 것(48.8%)’로 남겨진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 마음이 근간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것은 임종 순간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에 대한 항목의 비율이 높은 19, 20대와 비교하면 더욱 명확하게 비교된다. 가정을 꾸리거나 사회생활의 경험이 비교적 적은 20대에서는 자기스스로 임종을 결정하는 것에 대한 비율이 높지만, 취업, 결혼, 출산 등으로 이미 가족에 대한 책임이 높아진 30대부터는 남은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지 않으려는비율이 급격히 높아진 것으로 인지할 수 있었다.
 
또한 가구별 월 소득에 따라 선택비율이 약간 달라짐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월 소득 200만원 이하계층에는 가족 등 주변에 부담을 주지 않고 가는 것이란 항목이 60%임에 비해, ‘월 소득 500만원 이상계층에는 임종 순간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란 항목이 타 군에 비해 월등히 높아짐을 알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는 경제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기에 임종 순간을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는 항목이 높아진 것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향후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노후파산, 경제 성장동력 잠식 등 심각한 사회경제문제뿐만 아니라 장례문제 및 존엄한 죽음에 대한 문제와 해결방안 마련에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 생각된다. 현 상황에 대한 땜질식 해결방안이 아닌 향후 고령화 및 존엄사에 대한 장기적 계획과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되며, 이미 이러한 사회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국가들의 해결방안 등을 재고하고 국민적 공감을 반영하여 현실적이고 구체적 방안제시가 필요한 시기라 생각되어진다.
 
인체해부학을 전공하고 장례지도학과에서 엠바밍(embalming, 시신위생처리)으로 16년 강의했으며, 천안함 46용사와 연평도 포격 영현을 총괄하였고, 외국인의 고국 송환 처리 전문가입니다. 앞으로 장례관련 위생, 사망 후 인체변화 , 대량사망자 처리, 선진국 장례문화 등 어찌보면 딱딱하고 어려운 장례 얘기를 유익하고 재미있게 풀어가려 합니다. 언제든 궁금사항은 mannerhk@naver.com으로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