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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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20-01-0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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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필자는 자동차 번호판 읽는 재미에 품 빠졌다. 앞 번호 3자리 숫자 번호판의 등장으로 뒤 번호가 훨씬 쉬워졌다. 쉽게 읽을 수 있어 입에 착착 달아 붙는다. 그렇다고 해서 나이 많은 어른들 머리에 쉽게 입력되지는 않지만 눈요기와 입요기로 재미가 쏠쏠하다. 2-30대는 읽기 쉬운 번호판이 입력도 잘되는 모양이다.
 
5-60대 이상은 전화기의 변천사를 잘 안다. 지금처럼 휴대전화에 모든 정보가 입력되어 있지 않던 시절, 전화번호는 각자에게 재산이었다. 전화번호를 많이 가진 사람일수록 대단한 인맥을 가진 사람인 것처럼 착각했다. 그중에서도 전화번호를 많이 외우는 사람은 단연코 모든 면에서 우수하다고 여겼다. 특히 영업직에 종사하던 사람은 전화번호를 많이 알아야 했다. 또한 수치의 개념도 정확해야 했고 주문한 제품의 수량에 대한 인지능력도 출중해야 영업을 잘 할 수 있었다.
 
요즘은 전화번호를 외울 필요가 없다. 아무리 먼 장소, 모르는 곳을 가도 걱정하거니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사람들이 잘 가는 곳이나 주소는 네이버 신()이 모두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길을 모르면 내비게이션이 척척 가르쳐 준다. 그런데 문제는 휴대폰을 잃어버리거나 집에 두고 나간 날은 모든 것이 꽝이다. 그러니 문명이 주는 신명나는 세상도 문명의 도구가 사라지면 지옥보다 못한 세상이 되어 버린다.
 
번호 중에도 중복된 번호는 읽기도 쉽고 외우기가 쉽다. 근간에 가장 읽기 쉽고 외우기 쉬운 숫자는 2000이었다. 2002라는 숫자도 기억하기가 쉬웠다.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중복된 숫자를 선호하고 좋아한다. 중복된 숫자는 읽기도 쉽고 기억하기도 쉽다. 치매 노인들에게 중복 숫자를 읽게 하고 외우게 하고 쓰게 하는 학습법도 있단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유행하는 것 중의 하나가 자동차 번호판을 보고 숫자를 계산을 하는 것이다.
 
운전하는 사람이나 길 걷는 사람이 자동차 번호판의 4자리를 숫자를 두 자리씩 나누어 더하는 연습을 하면 치매예방에 도움이 된단다. 이 훈련을 오래 지속하면 기억력도 좋아진단다. 쉬운 숫자일수록 더하기를 못하면 치매를 의심하라는 말도 있다. 기억하기 제일 좋은 숫자는 3자리 숫자이다. 그래서 국가기관이나 사람들이 많이 활용하는 기관의 전화번호는 외우기 쉽고 기억하기 쉬운 3자리 번호를 택한다.
 
역사의 흐름 속에 나타나는 연대는 쉬운 숫자의 해일수록 많은 일들이 생겼다. 1010년에는 엄청난 전쟁이 읽어났다. 거란이 두 차례나 고려를 침공하여 실패하자 거란의 성종이 직접 40만 대군을 이끌고 다시 공격했다. 1년 내내 전쟁을 치르는 해가 되었다. 그 전쟁의 결과는 결국 고려의 수도인 개경까지 거란족이 쳐들어오는 전쟁의 소용돌이가 되었다. 엄청난 전쟁의 피해가 생겼다.
 
1900년의 우리나라는 외세의 침략이라는 엄청난 시련의 시기를 맞았다. 나라는 대한제국(大韓帝國)이었지만 조선의 사대부와 지식인들은 세상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왕의 나라 조선은 바람 앞의 등불이 되어 언제 망할지 모르는 상황으로 갔다. 결국 조선 황제는 나라와 백성을 일본에게 바치고 자신은 힘없는 제후로 전락되었다.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조선 황실은 나라와 백성을 일본에게 팔아먹은 꼴이었다. 그 일에 잘났다고 말하던 많은 정치 양반들이 부화뇌동했고 어용 지식인들이 참여했다. 그들은 나라와 백성을 팔아먹고 호의호식하며 살았다. 그런 그들의 후손들이 아직도 그 호화호식의 향수에 젖어 사는 모양세다.
 
그들을 보면서 작금의 정치인들과 관료들을 생각한다. 정치인은 자신의 파당과 명예를 생각한다. 그런 그들은 허울 좋은 정치 신념을 가장하여 변절을 밥 먹듯이 한다. 그러나 고급관료들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공직을 가진 사람은 주권자를 위해 봉사한다는 신념으로 살아야 한다. 권력은 일장춘몽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일장춘몽에 목을 매달고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공직을 도구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잘못된 생각은 올가미가 되어 남은 인생을 초라하게 만들 뿐이다.
 
2020은 올해의 이름이다. 2020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을 보면 반복되는 숫자를 가진 해는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았다. 세상은 사람들을 쉽게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그럴 때마다 힘없고 돈 없고 빽 없는 민초들은 주눅이 든다. 늘어가는 고민과 한숨만 더할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하루하루 연명해 가는 민초라고 해서 낙심할 필요도 없고 주눅들 필요도 없다. 우리는 이 나라의 주권자이기 때문에 당당한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1717년에는 엄청난 가뭄으로 기근과 전염병이 창궐했다. 죽은 자의 시체가 산이 되고 골을 메웠다. 그래도 세상살이는 이어져 왔다. 어제 죽은 사람은 오늘을 그리워하고 오늘 죽는 사람은 내일을 그리워한다. 죽지 않았으니 감사하며 더 아름답게 살아야 한다. 감사하며 살다보면 새로운 내일이 기다린다. 내일이 가면 또 내일은 온다. 세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소망의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에 내일을 기다린다.
2020년에는 청춘같이 살자. 더하면 40이다. 40은 청춘 중의 황금이고 불혹(不惑)의 때이다. 멋진 한해를 생각하면 멋진 한해가 멋진 한해를 만들어 줄 것이다. 멋진 모습으로 한해를 시작하자. 분명히 행복해 질 것이다. 그 행복을 나누며 살자.
 
시인, 한국 CSF 발전 연구원장/박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