裨補風水 -태화강변의 대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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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20-09-21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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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裨補)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도와서 부족한 부분을 채운다'는 것이다.청오경, 설심부등의 고전에서도 다음과 같은 언급을 통해서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있다.
 
'左右, 案山, 朝山은 혹 자연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인력(人力)으로 만들 수도 있다.' '()가 남아 마땅히 제거하여야 하면 제거하고, ()이 부족하고 마땅히 북돋워야 하면 북돋는다.' '惡形이 보이면 이 산에 대나무를 많이 심어 가리거나 혈 앞에 안대(案對)를 밀고 나무를 심어 가리고, ()에 급하게 흐르는 형세가 보이면 구불구불하게 흐르게 하거나 혹은 못을 파서 머물게 하고 혹은 둔덕을 쌓아 막고 혹은 가까이 案對를 쌓아 가린다면, ()이 바뀌어 길()이 된다.' '속의 바람은 모름지기 피하여야 하니 담을 쌓고 둥글게 호위하던지, 깊이 움을 파고 묻던지, 좌우를 밀쳐 엿보게 하던지, 꺼진 곳도 보완하고 空缺한 데는 막아 바람이 불어와도 혈의 를 베거나 혈의 에 불지 않게 해야 한다.‘
 
1938년 간행된朝鮮林藪는 한반도의 숲에 관한 책이다. 우리 선조들에게 있어서 숲은 어떠한 존재였을까? 우리의 근간을 이루는 농경문화는 땅을 개간하면서 끝없이 숲과 충돌을 일으켰지만,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숲은 너무나도 절실한 존재였다. 우리나라 옛사람들이 조성하거나 관리해왔던 숲에 관한 것으로 특히 숲의 재해방지 기능에 착목하여 조성한 것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이다. 게재된 숲의 과반수인 약 58%가 하천변에서 물의 범람·완화기능을 하는 숲이고, 그 외 약 31%는 산 능선부 또는 평야지대, 해안변에서 태풍이나 겨울철 북서풍 바람을 막아주는 숲에 관한 것이다. 나머지 11%는 마을 제사를 지내던 종교적인 숲, 왕릉의 신성한 영역을 보호하던 숲, 그리고 옛 역원(驛院) 주변에 조성된 숲으로 역원에서 필요한 목재·땔감 등을 제공하고, 장거리 이동에서 오는 여행자들의 피로를 풀게 해 주며, 유람의 대상도 되었던 驛院의 숲, 그리고 도로변에 조성되어 뜨거운 햇볕과 비 등을 피할 수 있게 해 주던 가로변 숲, 취락과 읍성을 차폐하여 으로부터 보호하는 군사적인 숲 등에 관한 것이다. 비보숲은 형태상 무엇을 막고 가리는 遮蔽기능을 지니고 있다.
 
그 기능에는 고을과 마을로 구분되는데 먼저 고을 비보숲은 일반적으로 補虛 風水害, 防備, 防風등으로 장풍역할 기능을 담당하고 위치에 따라서 수구막이와 形局을 보완하는데 의미가 부여되기도 하며, 고을의 지형적 조건에 따라 地脈을 비보하거나 凶相을 가리는 숲이 있다. 고을 비보숲은 水口에 입지하는 것이 많으며, 비보숲의 위치는 거리상 治所를 중심으로 5에 있는 것이 많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20리 밖에 조성된 숲도 있다.
 
마을의 비보숲 기능은 경우에 따라 수구막이, 장풍, 형국보완, 화기방어, 흉상차폐 등의 기능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 형태와 기능상 고을 비보숲과 유사하나 규모는 다소 작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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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와 소나무의 밀도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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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와 소나무의 밀도차이]
 
오늘날 마을 숲중 가장 보편적인 형태인 비보숲이란 것이 있다. 이러한 숲은 1938년에도 가장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안동 상리수(上里藪)의 항목을 보면 藏風의 풍수림(風水林)이 지방 취락에 가장 많이 존재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겨울철 차가운 바람을 막고, 水害를 막으며, 또한 마을 밖 大路에서 마을이 들여다보이는 것을 막는 숲이라고 하고 이러한 숲은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위한 것으로 여겼다. 영남지방 비보숲의 명칭은 지명에 숲을 붙여 부르는 경우가 大多數이다. 고을이나 마을 숲의 경우에는 方位, 樹種 다음에 수(,) 혹은 림()을 붙이는 예도 있다. 방위 명칭의 사례로는 진해의 東林·西林, 상주의 西藪 등이 있고, 수종명칭으로는 진주남강竹林, 울산태화강竹林, 밀양栗林, 함안柳林, 상주栗藪등이 있다. 울산 태화강변에는 대나무 숲이 大規模로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이는 조선 초기에 조성된 것이다. 대나무 숲의 주된 목적은 강의 범람으로 농지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수해 방비림(防備林)이었으며, 태화강 하류에서 부는 바람을 차단하기 위한 방풍림(防風林)의 역할도 병행하였다. 이후 대나무는 관청에서 공식적으로 관리해 왔으나 구한말에 이르러 대부분 멸실 되고 태화동에 부분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대나무 숲의 防風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강의 하류와 숲의 안쪽에 풍속계를 설치하여 풍속을 측정해 본 결과 강 하류에 비해 약 50% 풍속이 저감되었으며, 온도는 하류에 비해 3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로서 태화강 대나무 숲의 효용은 강의 범람을 막는 제방의 역할 뿐 아니라 방풍의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듯 대나무를 이용한 비보숲(裨補林)은 강한 생명력과 稠密한 수림이 가능하기 때문에 특히 江邊에 적합한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추후 水邊의 수림조성에는 대나무 숲(竹林)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근자에 이르러 태화강 대나무 숲에 대한 연구는 동식물의 식생, 친수공간으로서의 환경 등 다양한 측면에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나무 숲의 근본 조성 이유라 할 수 있는 비보 측면에서 다룬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필자의 박사논문태화강변 대나무 숲의 비보효과은 태화강 대나무 숲이 갖고 있는 비보의 기능과 효용성에 대한 계량적 연구로 태화강 대나무 숲의 가치에 대해 새로운 평가를 얻었다고 볼 수 있다. 태화강 대나무 숲이 의미가 있는 것은 대부분의 비보 숲이 소나무, 느티나무, 상수리나무, 떡갈나무 등 다양한 수종을 이루고 있지만, 강변에 대나무로 비보숲을 조성한 곳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간혹 일반 주거지의 경우 대나무로 비보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강변에 이토록 광범위하게 군락을 이룬 곳은 태화강변이 유일하다. 따라서 태화강변의 대나무 숲은 경관, 식생 등의 효용 뿐 아니라 학술적 가치 또한 대단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