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基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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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5-01-12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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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호 한국CSF발전연구원장
 
기본을 지키는 것은 아주 쉬운 일임에도 지키기가 참으로 어렵다. 유럽의 어느 선진국은 기본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엄청난 벌금을 물렸다. 함부로 휴지나 꽁초, 쓰레기를 버리거나 침을 뱉는 행위, 선 안으로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는 것, 교통 신호나 차선을 지키지 않는 것, 줄서기를 하지 않거나 새치기를 하는 것, 누구나 지켜야 할 기본적인 공중도덕을 지키지 않는 것을 단속했더니 국가 범죄율이 33%나 감소되었다고 했다. 기본도덕과 질서가 지켜지자 고등 범죄가 사라지고 준법정신이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기본도덕이나 질서를 지키지 않는 경우 파렴치범이 된다는 것만 알려도 국가 전체의 도덕성이 향상된다는 보고가 있다. 가까운 동남아의 싱가포르도 예외가 아니다. 그동안 동방예의지국으로 잘 지켜왔던 우리나라의 기본도덕과 질서가 언제부터인지 땅바닥으로 떨어지고 지금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당연히 지켜야 할 규범을 지키지 않는 것을 대단한 자랑거리로 생각한다. 그 단적인 모습이 ‘삼단봉 사건’이다. 어느 여름 비 오는 날, 뒤따라오던 지프차가 앞서가는 차에게 길을 비켜 주지 않는다고 몇 번의 클랙슨을 울렸다. 그래도 비켜주지 않자 좌측을 가로질러 물웅덩이에 들어서자 물벼락을 사정없이 날리고 가버렸다. 물을 흠뻑 뒤집어쓴 소형차가 도로 밖으로 튕겨져 나가 전복되었다. 놀랍게도 그 지프차의 운전자는 고의성을 가진 살인 미수자가 되었는데도 모른척하고 룰루랄라 줄행랑을 쳐 버렸다. 물질의 풍요 속에서 정신적 황폐가 가져다주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엉터리들이 돈이면 뭐든지 된다고 생각하고 권력이면 뭐든지 된다고 생각한 결과이다. 돈이 되는 자리로 가면 국가 정보를 팔아서라도 한 밑천 땅기고 싶어 하고 물 좋은 자리로 가면 양심을 팔아서라도 돈을 모은다.
 
자유민주주의 나라에 살면서 마음은 후진국의 졸부심리, 종놈근성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런 졸부, 종놈 근성이 요소요소에 지천으로 깔려 있다. 사업하는 사람은 사업체 안에서 왕국을 형성하고 소 뒷걸음질 치다가 운 좋게 걸린 국회의원, 지방의원 감투는 갑(甲)질의 수단이 되고 있다. 사업하는 사람, 정치하는 사람, 운전하는 사람은 스스로 지켜야 할 기본이 있다. 학생은 학생으로, 어른은 어른으로, 국민은 국민으로 지킬 기본적인 도리가 있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지켜야 할 공중도덕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요즘 초등학생, 중학생들을 보면서 걱정을 한다. 한둘 낳은 그들이 천상천하 유아독존 행세를 하려고 한다. 그들의 모습 속에 그들의 부모가 보인다. 자식은 부모를 보고 세상을 배우고 세상 이치를 터득한다. 부모가 엉망이면 그 자식은 더 엉망이 된다.
 
세월호 사건이나 작금에 벌어진 땅콩회항, 찌라시 논란, 가방살인사건, 묻지마 사건들은 지켜야 할 기본도덕과 질서가 무너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각자가 맡은 역할 속에서 자신이 지킬 기본도덕, 기본질서를 지키면 그런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사회적인 동물인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기본을 지킬 양심과 도덕을 스스로 알고 있다. 그 기본은 나이에 따라, 삶의 범주에 따라, 하는 일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아이들에게 기본을 가르치는 것은 부모이고 선생이고 어른들이다. 부모가, 선생이, 어른이 제대로 된 기본을 가르치지 않으면 결국에는 온 백성이 지킬 기본을 망각하게 된다. 아무리 항공회사 경영자라도 비행기에 탑승하면 승객의 기본을 지켜야 한다. 기업은 기업으로, 부자는 부자로 기본적인 도덕과 질서와 사회적 책임이 있다. 공무원은 공무원으로, 회사원은 회사원으로 지킬 기본 도리가 있다. 인간이 기본 도리를 모르고 팽개치면 짐승이 된다.
 
남편과 아내가 지켜야 할 기본을 모르면 그 집구석은 망하거나 콩가루 집이 되고 아이들은 엉망이 된다. 다양한 구성원이 자기가 지킬 기본도덕과 질서를 지키지 않으면 그 나라는 병이 들고 구성원 전체는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미합중국이 세계 강국으로서 역할을 하는 것은 그들만이 가진 프라이버시와 국가제일주의를 지향하는 국기에 대한 맹세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지도자가 지도자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기본을 지키지 못하면 그 조직은 망하고 지도자는 도태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우리나라가 산업화, 민주화를 거치고 세계 리더국가로 발돋움했다고 모두가 기본을 잘 지켜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만에 빠져 기본도덕과 질서를 망각할 수도 있다. 아무리 국민 소득 3만 불, 4만 불의 국가가 되어도 기본도덕과 질서를 지키지 못하면 정신적인 빈곤 속에서 살아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올해는 기본이 바로 세워지고 지켜지는 한해가 되었으면 한다. 기본을 바로 세우고 그 기본을 제대로 지키면 그 조직과 구성원은 당당해 진다. 그 당당함을 얻기 위해서라도 기본을 제대로 지키고 지키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본은 사람을 사람 되게 만들고 당당하게 만드는 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