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분, 자연으로의 귀환인가? 환경파괴의 도화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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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24-10-1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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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 유골의 분해과정은 토양조건 따라 

수십 년에서 수백 년까지 걸릴 수 있어

산분(散粉)이란 화장유골의 골분을 산, 바다, 강 등에 뿌리는 것을 말하며, 산 골(散骨)이라고도 한다. 「장사법」에서 ‘산분’을 직접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조항은 없으나, 2024년 1월 23일 일부 개정되어 2025년 1월 24일 시행예정인「장사법」제2조 3호에서 자연장을 “화장한 유골의 골분(骨粉)을 수목ㆍ화초ㆍ잔디 등의 밑 또는 주변 에 묻거나 해양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구역에 뿌려 장사하는 것”으로 규정 하고 있다. 화장 유골의 성분과 특징에 대한 설명은 화장 과정을 통해 남게 되는 물질의 화학적 구성과 환경적 영향을 다루고 있다. 시신을 화장하면 대부분의 유기물질은 고온에서 연소되고, 무기물질들만 남는다. 주요 성분으로는 칼슘(44.3%), 인산염(28.8%), 황산염(8.21%), 나트륨(3.09%), 칼륨(2.56%) 등이 있으며, 미량의 철, 아연, 구리, 비소, 납 같은 중금속도 포함될 수 있다. 이러한 유골은 알칼리성(pH 10-12)을 띠며, 식물 생장에 적합하지 않다. 또한, 작은 입자는 바람에 쉽게 날아갈 수 있어, 산분(산에서 유골을 뿌리는 행위) 시 지표면 아래에 묻는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

화장 유골을 특정 지역에 과도하게 배출할 경우, 토양의 pH가 상승하고 생태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산칼슘이 과다하게 축적되면, 토양과 수질이 알칼리화되면서 다른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해 식물 생장을 저해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내륙 지역에서의 산분은 환경적 위해성과 관련된 법적 제한을 받고 있으며, 해양에서의 산분도 규제의 대상이다. 화장 유골의 분해 과정은 토양 조건에 따라 수십 년에서 수백 년까지 걸릴 수 있으며, 자연 분해가 더디기 때문에 이를 환경적으로 적절하게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산분제 도입은 유교문화와 충돌

로마 교황청은 2016년 10월 25일, "Ad resurgendum cum Christo"라는 명칭의 문서를 통해 화장 후 유골 처리에 관한 지침을 발표했다. 이 지침서는 전 세계 카톨릭 신자들에게 화장 후에도 고인의 유골을 신성한 장소에 안치할 것을 권고하며, 유골을 자연에 뿌리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는 부활 신앙에 기초한 종교적 신념에서 나온 것으로, 죽음 이후에 신체의 복원이 가능하다는 믿음과 화장 후에도 고인의 유골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카톨릭 교리에서 비롯된 것이다.

부활신앙을 가진 종교인들은 전 세계 인구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에는 개신교, 이슬람교, 카톨릭 신자들이 포함된다. 한국 내 종교 분포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으로 개신교, 불교, 카톨릭 신자들이 전체 인구의 약 37%를 차지하고 있다. 장례와 유골 안치는 단순히 시신 처리의 절차를 넘어서 고인에 대한 존중과 기억을 통해 사회적, 문화적 의례로서의 큰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관점에서, 산분제(유골을 자연에 뿌리는 방식)는 국민 정서상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으며, 많은 중고령 세대는 이를 인간 존엄성에 반하는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전통적인 성묘 문화는 가족 간 유대감을 확인하는 중요한 연례행사로 자리 잡고 있어, 산분제 도입은 이러한 문화와 충돌할 수 있다. 중고령 세대는 성묘를 가족 유대의 중요한 의례로 여기는 만큼, 급격한 산분제 도입은 가족 간의 유대감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결론적으로, 산분제 도입은 종교적, 국민 정서상으로 큰 갈등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전통적 장례 관습과 가족 의례의 변화 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

고려대학교에서 2005년에 작성된 논문 <한국형 수목장 적용모형에 관한 연구>에서는 산분제도가 지닌 가장 큰 문제점으로 고인의 시신이나 유골을 보관할 수 있는 상징적 장소의 부재를 지적했다. 이는 고인을 추모할 대상이 불확실해지고, 추모 행위 자체가 어려워짐에 따라 가족제도의 붕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것이다. 특히, 한국의 전통적인 장사 문화와 연결된 추모 의례가 유지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산분제 도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족 내에서도 전통적인 장례 방식을 고수하려는 세대와 새로운 방식에 긍정적인 젊은 세대 간의 의견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장례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환경 보호를 중시하는 단체 간에도 이해관계의 충돌이 예상된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와 포용적인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산분제 도입은 가족 간의 유대감을 약화시키고, 전통적인 장례 문화와 상충할 수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이를 추진하기 전에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수적이다. 고령화와 사망률 증가로 인해 세계적으로 장사산업은 급성장하고 있으며, 많은 선진국에서는 장사산업을 미래 성장산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미국, 일본, 독일, 스웨덴 등 주요 국가들은 장례 서비스의 다양화를 통해 산업을 발전시키고 있으며, 이는 정부와 민간기업 간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장례비용을 줄이기 위한 정책보다는 장사산업을 육성해 민간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Grand View Research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장사산업 시장 규모는 약 995억 달러로 조사되었으며, 2030년까지 연평균 약 6.8%의 성장이 예상됩니다.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시장 성장률이 가장 크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산분제가 도입되면 기존 장사시설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여 민간 장사시설의 경영난이 발생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폐업이 증가할 위험이 있다. 이는 민간 장사시설 종사자들의 생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으로는 공공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 기존 연구들은 산분에 대한 다각적 분석이 부족하며, 특히 화장유골의 위해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편향적이거나 부분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생태계나 환경 위해와 관련하여, 산분이 반복될 때의 토양과 바이오매스 생태계에 대한 장기적 위해성 검증이 미흡한 상황이다. 현재 대부분의 산분 관련 연구는 장례비용 절감이나 국토 효율적 이용 같은 긍정적 효과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어, 법률, 종교, 국민 정서, 사회 문화, 산업 경제적 측면에서의 부정적 영향 또한 다차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산분의 국내·외 현황

경희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연구에 따르면, 2022년 9월 기준으로 한국의 화장시설 27개소에서 5년 간의 화장건수는 1,235,538건이며, 그중 산분은 99,915건으로 전체의 8.1%를 차지했다. 특히, 화장시설 내 유택동산에서의 산분은 83,472건(6.8%)였고, 해양장에서는 16,443건(1.3%)으로 나타났다. 또한, 장례식장에서 유가족 27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산분 시 선호 장소는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산·강·바다: 31.5%  △지정된 산분시설: 35.1%  △고인이 자주 다녔던 장소(산책로, 운동장 등): 33.3%>

이 결과는 산분 제도를 도입할 경우, 64.8%가 자연환경에서의 산분을 선호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불법 산분을 방지할 수 있는 법률적 대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해외에서는 중국, 홍콩, 일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스웨덴 등이 산분을 허용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산분 개념은 한국과 차이가 있으며, 땅, 수목, 화초 등의 밑에 뿌리거나 묻는 것을 포함하는 넓은 범위로 정의된다. 반면 한국에서 화장유골을 땅에 묻는 것(매장)과 수목이나 잔디 아래 묻는 것(자연장)은 명확히 구분되고 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공원묘지나 해양장에서의 산분만을 허용하고 있으며, 내륙에서의 산분은 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만 허용되고 있습니다. 해양산분을 허용하는 국가들은 사전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의 산분 제도가 해외의 일반적인 법률과는 차이가 있는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결론

산분 제도의 도입은 한국 사회에서 화장과 관련된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수 있지만, 그에 따른 법적, 환경적, 사회적 문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부작용이 클 수 있다. 따라서 다각적이고 포괄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정책 추진에 앞서 심도 있는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요구된다. 보건복지부의 정책 목표인 2027년까지 화장건수의 30%를 산분으로 설정한 것은 보건위생, 환경, 생태계 등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이해관계자 간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된 것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