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회사 횡포’ 뒷짐만 지는 정부

페이지 정보

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07 09:09

본문

자유업으로 분류돼 영세업체 난립 ‘피해 급증’
경기도 수원에 사는 조아무개(81·여)씨는 ‘일시 불 150만원으로 장례 절차를 모두 책임진다’는 ㅅ상조회사 직원의 말에 2006년 9월 회원에 가입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조씨의 손자가 약관을 자세히 보니 150만원은 가입비일 뿐, 장례 서비스를 받으려면 서비스비 200만원을 더 내야 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회사에 해약을 요청하자 “약관에 따라 150만원의 36%만 환급해주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나 2007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상조서비스 표준약관에는 낸 돈의 80.5%를 10일 이내에 환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공정위의 표준약관이 권고 수준에 불과해 규모가 큰 상조회사가 아니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업체가 거부할 경우 피해자는 복잡한 소송절차를 적용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대구에 사는 성아무개(38)씨는 아예 돈을 몽땅 날렸다. 2001년 6월 달마다 3만원씩 5년 동안 180만원을 내는 한 상조 상품에 가입했지만, 서비스를 이용하려고 업체에 연락을 하니 해당 업체는 이미 문을 닫은 뒤였다. 한국소비자원에 문의했으나 “해당 사업자를 찾아내지 않으면 보상받을 길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상조회사가 우후죽순처럼 늘면서 피해 사례도 함께 급증하고 있다. 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업 관련 상담 건수는 지난해 모두 1374건으로 2007년(833건)보다 64.9% 늘었다. 이 때문에 몇 해 전부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지만,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여전히 전무한 수준이다.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방치돼 있고, 시장을 감시하는 정부의 움직임도 ‘게걸음’ 수준이다. 상조 시장의 정확한 규모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한국상조연합회가 밝힌 바로는, 2006년 200여곳이던 상조회사 수는 2008년 말 현재 파악된 곳만 400여곳이다. 회원 수는 300여만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상조회사는 자유업으로 분류돼, 자본금 5천만원만 있으면 누구나 설립해 회원 모집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담당 직원은 “돈을 먼저 받고 나중에 상품을 제공하는 특성 때문에, 아직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피해가 늘어나면서 안명옥 전 한나라당 의원이 2007년 11월 상조업을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으로 두는 이른바 ‘상조업 법안’을 제출했지만 17대 국회가 끝나면서 자동 폐기됐다. 이를 이어받아 같은 당 권경석 의원이 지난해 7월 비슷한 법안을 냈지만, 이 역시 현재 소관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공정위가 지난해 10월 ‘선불식 할부거래’ 형태의 상조업을 규제하는 ‘할부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아직 국회에서 발의조차 안 된데다 일러야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시행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