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국회와 정부는 1회용품 사용을 줄일 의지가 있는지 답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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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23-12-07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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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강 법학박사(연세대학교 용인장례식장 근무)

국가에서 정책을 입안하여 시행하고자 할 때에는 먼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그 정책의 시행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고, 그 정책이 시행될 필요가 있으면 국가가 적극적으로 직접 사업을 시행하거나, 아니면 민간영역에 보조금 등을 지급하여 민간의 자발적 사업참여를 통해 정책이 원활하게 집행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인 정책수행방식이다. 

1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된다는 것은 이미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사항이다. 매주 한번씩 돌아오는 아파트단지 재활용 수거 일에 가보면, 플라스틱·유리병·알루미늄·캔·비닐·종이 각각 따로 분리해서 배출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국민들이 정말 존경스럽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매주 수거를 하는데도 끊임없이 나오는 재활용 쓰레기를 보면서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1회용품 쓰레기가 엄청나게 발생되는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장례식장이다. 종이그릇, 종이컵, 나무젓가락 및 플라스틱 숟가락까지 한 빈소에서 나오는 1회용품 쓰레기는 어마어마하다. 2022년 사망자가 37만 2천여명이니 이분들의 장례로 나오는 1회용품 쓰레기는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장례식장에서 1회용품 사용을 규제하는 정책을 입안하여 시행하였으며, 필자가 근무하는 장례식장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합의에 부응하고자 2020년 개소 당시부터 세척시설을 갖추어 다회용기를 무제한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의 이러한 정책의지가 제대로 시행되기도 전에 닥친 코로나19로 인해 시행이 잠정 중단되었으며, 코로나19가 거의 끝난 지금에는 배가 산속 깊숙이 가버린 느낌이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0조에서 1회용품 사용 억제와 무상 제공금지에 대해 규정하면서 동법 제2항에서는 예외적으로 상례에 참석한 조문객에게 음식물을 제공하는 경우 1회용품을 사용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이 조항의 단서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조리시설 및 세척시설이 갖추어져 있는 곳에서 음식물을 제공하는 경우는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조리시설 및 세척시설이 모두 갖추어져 있는 경우에는 1회용품을 사용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다는 것이 현재의 법규정이다. 

이 조항을 쉽게 설명하면, 1회용품을 줄이려는 사회적 노력에 동참하기 위하여 엄청나게 많은 비용을 들여 조리시설과 세척시설을 갖춘 사업자는 1회용품을 사용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할 수 없다. 그러나 역으로 세척시설을 갖추지 않거나 1회용품을 줄이려는 사회적 노력에 역행하여 있던 세척시설도 폐지해버리면 1회용품을 사용하거나 무상으로 제공해도 된다. 정책자금을 지원해서 세척시설을 설치하도록 장려하여도 모자랄 판국에 역으로 세척시설을 설치하여 1회용품 쓰레기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장례식장에게 제한을 가하고, 세척시설이 없는 장례식장의 경우는 자유롭게 1회용품을 사용해도 된다는 논리를 만들어낸 분들은 누구이며 어떤 생각인지 되묻고 싶다.

다시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연말은 온갖 법률의 개정작업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아울러 이 조항에 대해 다시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온다. 따라서 우리 모두는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어떤 국회의원 또는 정책당국자가 1회용품 사용제한이라는 사회적 합의에 반하여 1회용품을 사용을 적극 권장하여 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쓰레기로 뒤덮고자 노력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