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얼룩진 2008 대한민국 연예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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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5-06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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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 베르테르 효과

올해는 유난히 연예인의 죽음 소식이 많은 한해였다. 특히, 자살은 유행처럼 번졌다. 지난 9월 안재환의 자살이 그 시발점이 됐으며, 톱스타 최진실의 자살은 연예인을 비롯하여 전 국민에게 충격을 줬다. 이후, 안재환과 최진실은 연예인들의 자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거론됐다. 한 여성 포털 사이트는 2,368명의 네티즌을 상대로 2008년 가장 이슈인 연예계 뉴스를 묻는 설문을 실시했다. 설문 결과 76%(1,784명)의 네티즌이 ‘최진실 자살과 조성민 친권 분쟁’을 1위로 꼽았다. ‘사채 빛으로 인한 안재환 자살’이 22%(513명)의 네티즌 지지를 받아 2위에 올랐다. 연예인의 자살이 올해의 최고 이슈라는 점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 죽음의 해 2008년

연예계의 첫 비보는 지난 1월 29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사고로 사망한 그룹 ‘산울림’의 멤버 김창익의 사망 소식이었다. 그는 가수이자 탤런트 김창완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김창완은 동생의 비보를 접하고 그날 저녁 캐나다로 출국, 장례를 치렀다.

한 달 뒤인 2월 14일에는 <사랑이 지나가면> <붉은 노을> <가로수 그늘 아래 서면> <시를 위한 時> <깊은 밤을 날아서> <아직 모르잖아요> <광화문 연가> 등 수많은 히트곡을 작곡한 이영훈이 대장암으로 사망했다. 그는 작곡가 활동 당시에만 1,000만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국내의 독보적인 작곡가였다.

4월에는 3인조 혼성 그룹 거북이의 리더인 ‘터틀맨’ 임성훈이 심근경색으로 갑자기 사망했다. 그는 지난 2005년에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수술을 받은 바 있다. 같은 달 29일에는 남성 듀오 ‘먼데이키즈’의 김민수가 오토바이를 몰다 가로수를 들이받는 사고를 당해 숨졌다. 그는 지난해 9월에 초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죽을 고비를 한 차례 넘긴 바 있다. 김민수의 죽음을 접한 동료 연예인들은 생전 ‘쳐다보기도 싫다던’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김민수의 불운을 안타까워했다.

스튜어디스 출신 가수 엄이라(본명 엄선영)는 지난 7월에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망 전날 술을 마시고 귀가한 뒤 수면 중 구토를 하다 기도가 막혀 질식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8월에는 모델 출신 배우 이언이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해 충격을 줬다. 그는 KBS2 드라마 <최강칠우>의 쫑파티에 참석한 후, 오토바이로 귀가하다 서울 한남동 고가도로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그 자리에서 숨졌다. 모델로 활동하던 이언은 지난해 여름 방영된 MBC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에 출연하여 배우로서 주목받기 시작했고, 스타로 입지를 굳혀 가던 무렵 이 같은 변을 당했다.

이후 9월에는 개그우먼 정선희의 남편이자 탤런트 겸 사업가로 활동 중이던 안재환이 자신의 승용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더욱이 사망 원인이 사채 빚으로 인한 자살이라는 사실이 밝혀지자, 그를 아꼈던 사람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안재환이 사망한 지 한 달도 채 안된 10월 2일, 톱스타 최진실이 자택에서 목을 매 자살했다. 최진실은 ‘안재환에게 사채를 빌려줬다’는 악성 루머에 시달려 왔으며, 전 남편 조성민과 이혼 후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아 온 것으로 밝혀졌다.

안재환·최진실 등 유명 스타의 자살은 트렌스젠더 연예인 장채원, 모델 김지후, 그룹 엠스트리트의 멤버 이서현의 잇달은 자살로 이어지면서 유명인을 따라 자살하는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가 증폭됐다.

12월 15일에는 연출가 겸 탤런트 박광정이 폐암으로 사망했다. 1992년에 연극 <마술기계>의 연출가로 데뷔한 박광정은 1994년 MBC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이후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감초 역으로 사랑받았다. 그의 죽음으로 안재환·이애정·장채원·최진실 등 사망한 연예인들의 이름이 네이버 등 검색 사이트 상위에 오르며 또다시 관심을 모았다.

■ 2008년 하반기 화두는 ‘베르테르 효과’

안재환·최진실의 자살 이후 연예인들의 연이은 자살 소식은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우려를 낳았고, 국민의 관심은 ‘베르테르 효과’라는 용어에 집중됐다.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는 동조자살 또는 모방자살이라고도 하는데, 유명인이나 자신이 모델로 삼고 있던 사람 등이 자살할 경우, 그 사람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Die Leiden des jungen Werthers)의 남자 주인공 베르테르는 열렬히 사랑하는 여자 주인공 로테에게 애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권총 자살로 삶을 마감한다. ‘베르테르 효과’는 베르테르에 공감한 당시 젊은 세대의 자살이 급증한 현상에서 유래됐다.

최진실의 자살은 안재환의 죽음과 사채업자라는 악성 루머에서 비롯됐다. 올 초 MBC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최진실은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 시즌2의 제작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절친한 친구 안재환의 자살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다는 루머는 어린 두 아이를 두고도 스스로 목숨을 끊게 할 만큼 그에게는 큰 충격이었던 것이다.

한편, 20년 간 톱스타의 자리를 지켰던 최진실의 죽음은 무명 연예인들의 자살로 이어졌다.

트렌스젠더 연예인 장채원이 10월 3일 자택에서 자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충격을 줬다. 그는 지난해 5월 SBS <진실게임>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무명인 탓에 그의 초라한 장례식장은 톱스타 최진실의 장례식장과 대조되며 더욱 안타까움을 줬다.

같은 달 6일에는 모델 출신 방송인 김지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자살 전에 케이블 채널 tvN의 <커밍아웃>에 출연하여 동성애자임을 고백해 수많은 악성 댓글에 시달려 왔다. 이후 그는 연예계약사와의 전속계약이 모두 무산되는 아픔을 맛봤다. 자살 당시 발견된 ‘외톨이다’, ‘힘들다’ 등 그가 작은 쪽지에 남긴 글은 무명 연예인의 슬픔을 짐작케 했다.

12월 1일 5인조 남성 그룹 ‘엠스트리트’의 멤버 이서현이 서울 양재동의 한 녹음실에서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시신 발견 당시 유서에는 신과 부모에게 용서를 비는 내용과 함께 가수로 성공하지 못한데 대한 아쉬움이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이서현의 부친이 경찰 조사 과정에서 진술한 바에 의하면, 고인은 최근 주식 투자로 괴로워했다고 한다.

한편, 이들의 죽음은 과거에 불행하게 사망한 연예인들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부르는 계기가 됐다. 1996년에 자살로 생을 마감한 가수 서지원과 김광석, 2005년 2월 자택에서 목을 매 사망한 영화배우 이은주, 지난해 1월 자택에서 목을 맨 가수 유니, 같은해 2월 남자친구의 집 욕실에서 자살한 탤런트 정다빈, 같은 해 5월 자택에서 목을 매 사망한 재연배우 여재구 등 자살한 연예인을 비롯하여 이애정·김영임·길은정 등 젊은 나이에 병으로 사망한 연예인들 역시 회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