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속 씁쓸함…백범 ‘수난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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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5-06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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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이해단체 딴죽에 기념사업 등 ‘험로’
이쯤 되면 굴욕이다. 해방 전 임시정부를 이끈 백범 김구 관련 중앙·지방 정부 사업이 줄줄이 무산되거나 차질을 빚고 있다. 심지어 그가 주석을 지낸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부정하려는 움직임마저 나타나고 있다. 이역만리에서 조국 독립을 위해 가시밭길을 걸었으나 조국에 돌아와 동포의 흉탄에 쓰러졌던 백범의 수난은 계속되고 있다.

1. 경교장 복원 지지부진

해방 뒤 임시정부의 회의실, 백범의 집무실과 숙소로 사용된 경교장(서울시 종로구 평동 108-1번지·사적 465호)의 복원 사업은 아무런 진전이 없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다른 박정희·최규하 등 사저와 함께 경교장을 복원하겠다”고 의욕적으로 발표했지만, 8달이 지나도록 손도 못 대고 있다. 이곳의 사용을 둘러싼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고 발표를 앞세웠기 때문이다.

지하1층, 지상2층의 건평 1119.20㎡ 규모의 경교장은 현재 삼성생명의 소유로 강북삼성병원이 사용하고 있다. 현재 지하 1층엔 약국이, 1층엔 원무과와 약제팀, 응급환자 보호자 대기실이 들어서 있다. 2층은 수술물품 보관실로 사용되고 있는데, 백범이 안두희의 총탄을 맞아 숨진 장소인 80㎡ 크기의 집무실만 2005년 기념실로 복원됐다. 이 곳엔 백범 흉상과 안두희 발자국, 임시정부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서울시는 경교장을 원형대로 복원해 기념관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병원쪽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김명수 강북삼성병원 홍보팀장은 “경교장을 복원하면 현재 기능을 이전해야 하는데, 현재는 그럴 만한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김수정 서울시 문화국 학예연구사는 “경교장은 이승만·최규하 전 대통령 옛집과 달리 유족이 상속받지 않아 일이 복잡하다”며 “병원에 용적률·건폐율 등을 완화해주는 방법으로 경교장 복원을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2. 묘지 성역화 무산

백범과 임시정부 인사들의 묘소가 있는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의 성역화 사업은 무산됐다. 지난 2005년 국가보훈처, 문광부, 서울시 등 16개 기관·단체가 ‘정부지원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효창운동장과 효창공원을 합친 17만여㎡를 2008년까지 ‘효창독립공원’으로 새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예산도 260억여원이나 잡혔다.

그러나 효창운동장을 사용하는 축구계 등의 반대에 부딪쳤다. 이 사업은 계속 표류하다가 현재는 사실상 물거품이 됐고, 예산도 ‘불용’ 처리됐다. 윤형중 국가보훈처 사무관은 “사회 환경이 변화하지 않는 한, 사업을 다시 추진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3. 10만원권 발행 연기

10만원권 새 지폐에 백범의 초상을 넣으려던 계획도 취소됐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7년 11월 한국은행은 여러 절차를 거쳐 2009년 발행되는 10만원권의 인물로 백범을 선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31일 한국은행은 물가 상승과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등의 이유로 5만원권만 발행하고 10만원권 지폐 발행을 무기한 유보한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의 해명과 달리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보수 권력층의 백범에 대한 거부감이 주요 이유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4. ‘임정 법통’ 무시 교과서 배포

심지어 백범이 주석을 지낸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통성도 부정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한 뉴라이트 단체에게 만들게 한 뒤 전국의 중·고등학교·대학·군부대에 배포한 책자에서 “임시정부는 국제적 승인에 바탕을 둔 독립국가를 대표하는 것이 아니었다”고 기록했다.

한시준 단국대 교수(역사학)은 “이승만 정권 때는 백범의 묘소가 있는 효창원 일대를 불도저로 밀고 효창운동장을 만들어 당시 김창숙 선생 등이 강하게 반발했다”며 “독립투쟁과 통일의 상징 인물인 백범에 대한 반민족·반통일 세력의 흠집내기는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