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묘지

페이지 정보

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14 22:34

본문


비석도 상석도 없이 무연분묘 한 채 언덕에 있다. 활개도 축대도 없이 묘지의 /일생도 없이 푸른 알을 반만 덮은 채 묘지 인부들의 호명도 없이 무연, 시외 주차장과 공원의 벤치와 극장을 나오며 지었을 웃음소리와도 이젠 무연으로

집이자 몸이고 살이자 뼈이고 가슴이자 마음인 껍질마저 흘러내릴 흙으로 /꾸민 채 납골당과 수목장으로 번져 가는 장사법과도 무관하게 아무 일도 없이

이 분묘를 작업한 인부를 찾았으나, 죽고 없다는 대답만 들려올 뿐, 도대체 누구인지 알 수 없는 항상 마흔한 살인 사내. 2회의 개장공고와 묘적부에서도 지워져 버린,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아무도 알려 하지 않는 연고 없는 무덤 한 채 저 언덕 위에 있어

내 입술을 덮은 당신의 입술과 수묵정원, 어깨를 타고 흐르는 구름과 가난하나 밝은 창가의 불빛, 늦은 저녁의 맛있는 식사와 달을 가리키는 당신의 야윈 손가락

저 무덤 속을 빠져나와 이 지상의 공중에 낡은 액자처럼 걸리고 또 걸리고 있음을 알겠다.

“지나다니며, 유독 눈길을 끄는 무연분묘 한 채가 있었다. 유족들이 버린 게 아니라 마치, 스스로 모든 것을 거부하는 듯, 쇠뜨기, 바랭이, 쑥부쟁이로 치장을 한 죽은 자의 집.” 용미리 서울시립묘지에서 3년째 장묘사업을 하고 있으며 젊은 동생의 죽음, 그로 인한 어머니의 정신병원행을 경험한 시인이 고통을 딛고 그려내는 죽음의 이미지는 참으로 단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