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무와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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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5-08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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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하늘로 돌아 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라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은 널리 사랑받는 시다. 죽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던지는 구절이다. 사람이 살면서 가장 슬프고 괴로운 일은 부모, 자식, 부부 등 가족의 죽음이다. 각종 사고와 사건이 빈발하는 험한 세상에서 가족과 사별해야 하는 고통스런 사연은 많기만 하다.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이 아니겠는가.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도 여러 사람에게 죽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했다. 스님들은 산길을 가다 무성하게 자란 율무를 보면 멈추어 서서 반야심경을 읊는다. 율무는 염주로 만들어 목에 걸고 다니다 60~70년이 지나도 싹이 튼다고 한다. 누군가 길에서 죽으면 시신은 썩고 걸고 있던 율무 염주에서는 싹이 터 자란다. 스님들은 길가 율무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거기서 죽음을 보며 합장한다. 그렇게 우리 가까이 도처에 있으면서도 결코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이다.

▼서양에서는 캠퍼스에서도 공동묘지를 쉽게 볼 수 있다. 가족묘, 태아 묘, 납골당, 수목장 정원까지 다양한 묘역이 있다. 워낙 잘 꾸며 놓아 결혼식도 열린다. 일본은 공용 화장장이 잘 돼 있는 나라로 유명하다. 도쿄도(都)엔 23개가 있다. 굴뚝이 없는 첨단 화장로(爐)를 들여 냄새나 연기가 나지 않아 벤치마킹 사례가 되고 있다. 일본은 화장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 일본인이 화장장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죽음에 대한 의식이 열려 있어서이다.

▼ 학곡리 춘천시립화장장의 동산면 군자리 이전이 말썽이다. 시는 최근 동산면개발위원회와 이장단협의회 등 해당 주민들을 만나 이전협약에 대해 논의한 결과 일부 주민들이 지원 내용을 구체화하지 않으면 믿을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해 협약식 자체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죽음은 누구나 맞는다. 악(惡)이나 벌(罰)이 아니라 오랜 여행 끝 `귀향'이다. 죽음에 대한 경외(敬畏)부터 회복해야 화장장 이전 문제도 해결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