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하게 그려낸 `죽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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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5-08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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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품정리인은 보았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8년 우리나라의 자살자는 1만2174명이다. 하루 33명, 42분마다 1명 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이다. 최근에는 지켜주는 사람 하나 없이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독사'도 크게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5월 청주에서는 죽은 지 6개월이 지난 노인의 주검이 발견돼 충격을 안겨주기도 했다.

죽음은 모든 사람에게 언젠가는 찾아오는 삶의 마지막 단계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이라는 소재는 한편으로 사람들로부터 쉽게 왜곡되고 외면당한다. 그러나 그저 외면하고 덮어두기에 현대인들의 죽음은 너무나 다양하고 갑작스러우며 비참하기까지 하다.

책의 저자는 일본 최초의 유품정리 전문업체 `키퍼스'를 창립했다. 유품정리인은 유족을 대신해 고인의 장례식을 치르고 남은 물건이나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처분하는 일을 한다. 저자는 7000여건에 달하는 유품정리 경험을 꾸준히 블로그에 올리면서 일본 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책은 자살, 고독사, 사고사 등 소외된 죽음을 다룬다. 그러나 자극적이거나 적나라하게 우리 주변의 죽음을 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담담하게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죽음 자체가 주는 공포와 슬픔 등을 배제하고 있다. 그러나 죽음의 모습을 표현한 솔직하고 담담한 문체는 더 큰 메시지를 던진다.

한층 아래에 살던 아버지의 죽음을 한 달 이상 알지 못했던 아들의 사연은 우리 사회가 낳은 고독사의 단면을 그린다. 그런가 하면 의절한 채 지내던 딸이 화재로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아버지의 눈물은 용서의 가치를 줄기차게 묻는다. 책은 극심한 소외감과 단절감으로 조금씩 죽음에 다가서는 사람들과 이들을 구제하고 세상에 희망을 심으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족과 이웃의 진정한 의미를 되돌아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