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초기 원형 무덤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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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5-08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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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경 지역 농민과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파주 스토리사격장 확장 공사를 강행한 주한 미8군이 사격장 안에 문화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도 문화재보호법을 위반한 채 이러한 사실을 은폐했음이 취재를 통해 처음으로 확인되었다.

지난 5월 초와 21일 취재팀이 스토리사격장에 잠입 취재해 확인한 결과, 신라 말기 왕족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묘를 시작으로 고려 말에서 조선 초기 무덤 양식으로 추정되는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무덤이 발견되었다. 육안으로 확인한 묘만 5기에 달한다.

무덤이 확인된 곳은 울타리가 쳐진 스토리사격장 동북부 지점에서 차량으로 10여분 남짓, 길 옆에 야트막한 야산으로 5기의 무덤이 위치하고 있다. 각 무덤마다 육각형의 호석과 연화 모양의 머리를 얹은 묘비석, 문인석, 기단석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당시 양반 계층의 장묘 문화를 확인할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다.

이들 묘비석 중에는 한국전쟁 당시 총탄을 맞은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도 있었고 풍화 작용으로 화강암 묘비가 부스러져 세월을 가늠할 수도 있었다. 특히 무덤이 정북남방향을 향하고 있고 무덤을 둘러싼 호석은 가로 3.3m×높이 6㎝로 전형적인 조선 초기 무덤 양식임을 입증하고 있다.

무덤군의 맨 위쪽에는 합장묘가 자리하고 있고 그 아래는 선조들의 직위와 이름 등을 기록한 공로석 8개가 새로 조성되어 있다. 실제 무덤군에는 신라 왕족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묘가 있고 세종 때 정원대부 형조판서를 역임한 유용생, 김을신 등 비문을 통해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네 개의 무덤이 존재한다.

특히 관련 종친회에 따르면 한성부윤(현재 서울부시장), 평양감사 등 황해도 주변 네 지역의 관찰사를 역임한 김현지의 무덤도 존재하지만 스토리사격장 내 피탄지에 있어 종중조차 확인할 길이 없어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한다.

확장 공사가 진행중인 서부전선 민통선/DMZ 지척의 미8군의 전용 사격장인 스토리사격장 안에서 희귀한 유형의 조선 초기 문화재가 확인됨에 따라 이를 은폐하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주한미군과 국방부의 문화재보호법 위법 파문이 일 전망이다. 이에 따라 215만평에 달하는 스토리사격장 및 이 일대 주변에 대한 대대적인 문화재 조사가 시급한 실정이다.

동행한 김성한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간사(세종대 고고학 석사과정)는 "해당 묘를 빨리 문화재로 지정해 관리해야 한다"며 "이 일대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통해 실측도를 작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 간사는 "미군의 스토리사격장 때문에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조차 보호할 수 없는 안타까운 이 현실에 대해 후손들에게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김현진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홍보부장은 "문화재의 존재가 사실이라면 미8군은 지금 진행하는 사격장 공사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이 지역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묘를 문화재로 지정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단체 이형수 평통사 미군문제팀 부팀장은 "민통선 안에서 군사 훈련을 한다는 자체가 북한에 대한 군사 위협이므로 훈련장은 폐쇄되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펜스 등 시설 확장 공사를 강행하는 주한미군과 정부의 태도는 옳지 않다. 문화재뿐만 아니라 주민들 생존권 차원에서도 사격장은 폐쇄돼야 한다"고 평통사의 입장을 밝혔다.

한편, 주한 미8군은 지난 1월 7일 스토리사격장 확장 공사에 대한 사회적 의혹이 제기되자 이례적으로 '한국 전문가들과 계약하에 천연자원과 문화자원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완료하고 공사를 진행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번 일은 사격장 폐쇄를 주장하며 음독 자살을 시도했던 사진가 이용남씨 사건과 더불어 스토리 사격장 폐쇄 여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마을 주민들 "미군이 문화재 훼손" 증언
신라 말기 왕족의 후손으로 추정되는 묘가 민통선 안 DMZ 인근 215만평의 미8군 스토리사격장 안에서 처음 확인됐다. 그러나 국방부와 미8군 당국은 이 사실을 고의적으로 은폐한 채 사격장 증설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스토리사격장 안 후손의 무덤을 등지고 내려다보면 널따란 들녘이 내려다보이고 햇볕이 잘 들고 바람도 잔잔해 풍수지리학적으로 좌청룡, 우백호, 안산으로 둘러싸인 '혈' 자리에 무덤을 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장에 동행했던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김성한(세종대 고고학 석사과정)씨는 "이 지역은 고려 때부터 조선 초기까지 풍수지리학적으로 '명당' 자리여서 당상관(정승) 이상의 양반 무덤이 많이 쓰인 지역으로 이번 현지 조사를 통해 밝혀진 묘 등도 마찬가지"라며 "이와 비슷한 무덤이 주변에 산재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그는 "두 개의 무덤이 조선시대 초기인 세종 때 쓰여질 수 있는 무덤 양식일 가능성이 있고 파주 지역에 이와 비슷한 무덤은 많이 있지만 무덤 원형이 보존된 것은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한 단으로 놓여진 호석은 가로 3.3m×높이 6㎝로 가장 전형적인 조선 초기 무덤 양식"이라면서 "파주, 연천 지역에는 이와 유사한 무덤 양식이 존재하고 경기도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만 그런 무덤보다 시기가 앞서고 원형도 훼손되지 않은 형태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실제 스토리사격장 인근에는 조선 중기 문신 정수곤의 묘, 조선 후반의 문신 김사직의 묘, 조선 말기 인물인 조경의 묘, 허준 묘 등이 경기도 지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이들은 신라 왕족 후손의 묘보다 시대도 뒤떨어지고 문화재 원형도 많이 훼손된 상태다.

김 간사는 "비석의 경우 고려 중기부터 나온 묘지석은 많은 형태의 묘지석이 있지만 확인된 묘지석의 경우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 볼 수 없고 파주, 연천 지역에서만 보이는 형태를 갖추고 있다"면서 "원형이 보존되어 있어 문화재로 보존 가치가 충분한 신라 왕족 후손의 묘를 빨리 문화재로 지정해 관리하고 인근 지역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통해 실측도를 작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그는 "미군의 스토리사격장 때문에 문화재조차 보호할 수 없어 안타까움과 함께 후손들에게 부끄럽기 짝이 없다"고 통탄스러워했다.

함께 동행한 지역 농민도 "문화재로서 가치 있는 것이라니 대단하다"며 "늘상 지나다녔지만 무덤으로만 생각했다. 정말 문화재로 연구 조사할 가치가 있는가"라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런 대형 묘는 인근에 두 곳이나 더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했으며 스토리사격장 인근에 문화재인 '허준 묘'의 존재를 가늠할 수 있는 군부대가 설치한 '허준로'라는 푯말이 설치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인근 밭에는 나말여초의 것으로 추정되는 편기가 손쉽게 발견되었고 지역 주민들은 이 지역에 상당한 문화재가 존재한다고 주장한다. 다만 대부분 지역이 '지뢰지대'인 관계로 확인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군 부대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한 대목이다. 김 간사도 "주변 문화유적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지역 마을 주민들은 "99칸 한옥, 불상, 대형 릉 등이 이 지역에 산재했다"고 입을 모아 문화재가 다수 분포했음을 확인해 주었다. 이들은 현재 주한미군의 폭격과 군사 훈련 등으로 상당수 문화재가 대부분 사라졌을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김관철 파주녹색환경모임 대표는 "해방 정국 미군정 때 미군과 미군속들이 문화재를 도굴해 갔다"며 "어릴 때 마을에 들어온 미군으로 인해 이미 산소가 파헤쳐 있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지역주민 A씨도 "도굴범들은 고총 옆을 탐지해 보고 문화재가 있으면 표시해 두었다가 나중에 들어와 도굴해갔다"고 거들었다.

김 대표는 "어릴 적에는 굉장히 큰 봉분이 있었는데 지금은 찾을 수가 없어. 미군놈들이 거기에 대고 포를 그렇게 쏴대니 남아 남겠어. 영혼도 시끄러워져서 다른 곳으로 갔을 거야"라고 되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