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의 풍경 - 대왕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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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1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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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서 인상적인 것 중 하나는 천년 전 죽은 자의 무덤과 살아있는 자의 살림집이 나란히 이웃한 풍경이다. 천마총이 있는 대릉원은 말하자면 도시 한복판에 거대한 고분이 늘어선 묘지인데, 사람들은 숫제 그 곳을 마실 삼아 운동 삼아 들락거린다. 경주 시민은 입장료도 공짜. 저녁 먹고 슬리퍼 끌고 나온 동네 사람들이 자분자분 이야기를 나누며 왕들의 무덤 사이를 걷는 모습은 경주라는 도시가 품은 질리지 않은 매력의 한 단면이다.

한밤의 고분들은 낮과는 또 다르다. 밤에 경주를 돌아다녀본 사람들은 덩그러니 솟아 있는 고분들을 지날 때면 다소 으스스한 기분으로 걸음을 재촉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능 주위만 비추는 야간조명은 능의 어둠을 더욱 짙게 하는데 도시의 '잡된' 빛이라고는 없는 그 완전한 어둠 속에서 천년이라는 세월과, '묘지'라는 정체성, 그리고 솟아올라 흐르는 능의 곡선은 실감으로 다가온다.

'여백의 풍경-대왕릉'은 바로 그 한밤의 왕릉이다. 서양화가 장태묵이 대릉원 안에 있는 신라 제13대 미추왕의 무덤 미추왕릉을 그렸다. 이 왕릉에는 죽엽군의 전설도 얽혀 있다. 미추왕 다음 왕인 유례왕 때 귀에 대나무 잎을 꽂은 병사들이 홀연히 나타나 외적들을 물리쳐주었는데, 그들이 사라지고 난 뒤 미추왕릉에 대나무 잎이 잔뜩 쌓여 있더라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