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한 장례풍속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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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14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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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毛澤東)의 치적 중에 속칭 三不五代替(3불5대체)라는 게 있었다. 15억이 넘는 엄청난 인구가 집집마다 조상 묘터를 만들다 보면 제 아무리 넓은 중국대륙이라도 언젠가는 분묘사태로 국토이용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1956년 마오쩌둥은 ‘모든 사람의 신체는 死後(사후)에 화장하여 뼛가루만 남기고 묘를 만들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때 나온 장묘문화 개혁 구호가 ‘3불5대체’다. ‘3불’은 사람이 죽은 뒤 壇(단)을 만들어 놓고 망령을 천도하지 말고, 종이 인형 등의 迷信用品(미신용품)을 사용치 말 것이며, 삼베로 된 喪服(상복)을 걸치지 말라는 금지사항이었다.

5대체는 상여행사를 추도회로 대체하고, 화환을 바치는 것으로 祭(제)를 대신하며, 검은 리본을 가슴이나 어깨에 다는 것으로 상복을 입는 걸 대신하고, 머리를 땅에 대고 절하는 것을 목례로 대신하며, 과학적 사고로 봉건미신을 대체한다는 5가지 내용이다.

장맛비에 벌초와 성묘를 가야하는 올 추석절은 유난히 마오쩌둥의 ‘3불5대체’를 생각해 보게 된다. 深山(심산) 꼭대기 쪽에 묘터를 잡았던 家勢(가세) 큰 집안의 후손들일수록 도시 근교 공원묘지에 조상을 모신 후손보다 본의 아니게 더 不孝孫(불효손)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들 해서다. 벌초를 가고 싶어도 밀림처럼 우거진 짙은 숲에 외진 길을 찾아 올라갈 엄두를 못 내다 보니 ‘고얀 후손’이 돼버린다는 거다.

죽어서 성묘 송편 하나라도 제대로 얻어먹으려면 심산유곡 명당보다는 납골당이나 수목장이니 잔디묘소 같은 데 묻히는 게 나은 세상이 돼가는 셈이다.

스위스 같은 국토가 좁은 나라는 부모 형제의 묘라도 매장 후 25년이 지나면 유골을 다시 파내 비료로 활용한다는 다소 충격적인 문화를 갖고 있다.

좁은 오스트리아도 130여 년 전에 흩어져 있는 묘지를 한곳에 모으는 등 국토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4代(대)가 한 자리에서 4층 구조의 다단계 묘지에 함께 묻히기도 한다. 물론 가로 세로 1.4m 넓이밖에 허가되지 않는다. 땅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호주는 광활한 땅을 두고도 벌써부터 매장 문화 개혁 방법으로 선 채로 매장하는 ‘수직묘지’를 만들고 있다. 큰 가방 모양의 관을 3m 깊이로 세워서 묻는다. 평생 선 채로 쏘다니며 벌어먹고 살다가 죽어서도 서서 버티는 셈인데 땅 절약도 좋지만 조금은 딱해 보인다.

이처럼 땅 넓은 나라도 얼차려 자세로 세워서 묻을 만큼 세상이 바뀌면서 棺(관)의 디자인 등에도 시대적 감각이 바뀌고 있다. 아프리카 해안지방 부족은 관 모양을 전통적인 네모난 나무관 대신 휴대전화 모양이나 비행기 모양의 관까지 다양하게 제작해 고인을 묻는다. 평소 휴대전화를 유난히 좋아했던 사람이 죽으면 휴대전화 모양, 콜라를 좋아했던 사람은 콜라병 모양의 관에 넣어준다. 야채장사가 죽으면 ‘대파 모양의 관’, 트럭 운전사가 죽으면 ‘자동차 관’, 평생 비행기 한번 못 타본 어머니에겐 ‘비행기 모양의 관’에다 묻는 식이다.

갖가지 장묘 문화 중에서 가장 현대적이고 과학적이며 앞으로 화장보다 더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있는 방식은 氷葬(빙장)이다. 빙장은 말 그대로 시신을 영하 18°C에서 냉동시킨 뒤 액체질소에 담가 부서지기 쉬운 상태로 만든 다음 진공실에 넣어 진동을 가하고 증기를 쐬면 가루로 돼버린다. 태우는 화장보다 신체를 험하게 대하지 않고 파괴적인 취급을 않아 인간의 존엄성도 최대한 예우하는 방식이다.

올 추석 조상님들 묘소 앞에서 훗날 우리 후손들은 호주처럼 서서 묻힐까 아니면 냉동가루가 돼 나무 밑에 뿌려질까. 혹은 휴대전화나 술병모양 관에 누워 성묘 술잔을 받을까 등 이런저런 유쾌한 갑론을박이라도 해가며 즐거운 추석을 보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