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묻어야 해?”…"죽었으니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15 21:32

본문


‘세상에서 가장 멋진 장례식’은 바로 생명체의 마지막 부분인 ‘죽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다소 어둡고 무거운, 어찌 보면 금기시된 주제를 다루는 그림동화이지만 진지하면서도 경쾌하다. 그만큼 이야기 전개나 일러스트가 탁월하다.

큰 줄거리는 죽음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는 시 쓰기를 좋아하는 ‘나’와 누나뻘인 ‘에스테르’, 그리고 어린 ‘푸테’가 동물들의 장례식을 열어준다는 내용이다. 어느 날 에스테르가 죽은 벌 한 마리를 발견한다. 벌의 날개는 찢어지고 다리는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세 어린이는 벌의 장례식을 치러주기로 마음먹는다. 나는 겁이 났다. 하지만 에스테르만은 달랐다. 그는 벌을 묻어주자고 제안한다. 처음으로 벌의 장례식을 참관한 나는 시를 썼다. ‘손 안의 어린 생명이/ 갑자기 사라졌네/ 땅속 깊은 곳으로.’

벌을 묻고 난 다음 재미를 붙인 에스테르는 동물들의 사체를 찾아내 장례식을 열어주자고 제안한다. 나와 푸테도 찬성했다.

셋은 본격적으로 동물들을 위한 장례 회사를 차린다. 아이들은 장례에 필요한 기구들을 담아 장례 가방을 꾸리고, 자신들만 아는 빈 터를 묘지로 삼는다. 뿐만 아니라 세 아이는 장례 의식에 필요한 무덤 만들기, 추모 시 짓기, 십자가 만들기, 울어 주기 등 역할 분담도 한다. 까만 겉옷을 챙겨 입고, 까만 넥타이도 맨다.

뭘 묻어줄까 찾던 중 마침내 세 명은 죽은 쥐 한 마리를 발견했다. 푸테는 “얘는 왜 누워 있어?”라고 묻는다. 에스테르는 “죽은 거야”라고 대답한다. 그러자 푸테는 “죽는 게 뭔데?”라고 재차 묻는다. 대화가 이어질수록 아이들은 죽음 문제를 통해 인생의 의미까지 깨달아간다. 죽음은 결국 삶의 연장선 위에 있다는 점까지.

동물들 장례식에 재미를 붙인 아이들은 잇따라 친구의 햄스터, 죽은 수탉, 냉장고 속 청어, 쥐덫에 잡힌 쥐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고, 세례를 주고, 울고, 비석에 그림을 그린다. 그 사이 빈 터는 차츰 아름다운 묘지로 변해갔다. 하지만 좀 더 큰 동물들의 장례식을 치러 주고 싶은 아이들은 장례 가방을 들고, 차에 치인 동물들이 있는 찻길로 나선다. 고슴도치, 산토끼의 장례식을 치르는 동안 아이들은 점차 죽음에 대해 깨달아 간다.

죽음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직접적으로 다루면서도 소꿉놀이 같은 동물 장례식으로 무거움을 털어낸 접근이 탁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