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이란 살아남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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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14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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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모습은 먼저 떠나는 사람이 남아 있는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고귀한 선물이다. 비록 병들고 약한 모습으로 갈지라도 끝까지 살아낸 인생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음을 믿어야 한다.”

이 책엔 각각 70대와 40대인 노년 전문가 2명이 ‘나이 듦과 죽음’을 주제로 함께 대화하고 토론한 내용이 담겨 있다. 고광애(70)씨는 전업주부로 살아오다 50대 이후 ‘노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부하기 시작, 예순이 넘어 ‘아름다운 노년을 위하여’(2000년), ‘실버들을 위한 유쾌한 수다’(2003년) 등의 책을 내며 노년층의 고민 해결사로 활동하고 있다. 17년 동안 노인복지 현장에서 활동중인 유경(47)씨는 최근 ‘죽음준비교육’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여 우리 사회의 올바른 죽음 문화를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 이 책에서 제1부는 지혜롭게 나이 드는 방법을 다룬다. 나이 듦에 따르는 몸과 마음의 변화, 은퇴의 고통부터 경제적·신체적 준비와 처방, 황혼의 결혼과 사랑 유지법 등이 소개된다.

일흔의 고씨는 중년들에게 말한다. “마흔이 뭐라고 ‘중년의 위기’니 뭐니 야단들인가? 40대는 불혹이 아닌 유혹의 시기라더라.” 빨리 가버릴 한창 나이에 알차게 살라는 충고다. 한편 중년의 유씨는 “노년이란 살아남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니, 아집과 독선에서 벗어나 자신을 돌아보고 새롭게 인생의 과제를 세워야 한다”고 어르신들에게 권고한다. 아름답게 삶과 이별하는 법을 다루는 제2부는 한 권의 죽음 교과서인 셈이다. ‘죽음준비과정’에서 만난 노년들의 죽음 이야기부터 호스피스와 안락사, 장묘 방법과 유언장 작성법, 좋은 죽음과 나쁜 죽음 등을 각종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고씨 자신이 60대에 암을 이겨낸 경험이 있고, 책을 집필하는 동안 93세 모친을 떠나 보내는 과정을 겪어서인지 노년의 인생과 죽음에 대한 서술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통상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남자들의 처지와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느껴지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다 보면 죽음이 의외로 우리 가까이에 있으며, 언젠가는 반드시 닥칠 죽음에 대한 공부와 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