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아름다워야 죽음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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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14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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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 다잉' 숙고 이어져
TV에 암으로 죽어가고 있는 사람이 나왔다. 40대의 그녀는 웃었다. "아파서 삶이 더욱 찬란함을 느낀다"는 단순한 말로 건강이 멀쩡한 사람들을 충격했다. 그녀는 간혹 울었다. 찬란한 삶을 곧 놓아야 한다는 두려움이 때로 밀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는 다시 활짝 웃었다. 그리고는 몇 달 후 깡마른 모습을 보였다가 결국 삶을 거두었다. 그녀의 삶은 덧없이 사라졌지만 "삶이 찬란하다"는 그 말이 남았다.

부산MBC의 창사 48주년 4부작 다큐 '삶, 죽음, 그리고 사망 이후 보고서'의 내용이다. 반응이 좋아 이후 7개 지역 MBC가 이 다큐를 내보냈거나 내보내고 있다.

그러나 애초 이 기획은 죽음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점에서 주저와 우려의 반응를 샀다. 죽음을 학습하고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는 '죽음의 문화'가 우리 사회에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다큐는 예상 밖 관심을 끌었다. 우리 사회가 '웰 비잉'을 떠들다가 어느새 '웰 다잉'을 생각하는 데 이르렀기 때문이다. 삶과 죽음을 함께 보는 '죽음의 문화'가 숙성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흐름을 잡아낸 부산MBC의 다큐는 한국기자협회의 '지역기획보도 방송' 부문에서 상을 받았고, 방송위원회의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에 선정됐다.

죽음의 문화에 대한 숙고는 천천히 진행되고 있는데 출판계 사정을 보면 출판사 동문선은 프랑스 필립 아리에스의 '죽음 앞에 선 인간'을 97년 이미 번역 소개했고 지난해 개정판을 찍었다. 2005년 문화비평가 진중권은 '춤추는 죽음'(세종서적)을 내기도 했다. 최근에는 '생사학'을 국내 처음으로 소개한 오진탁 한림대 철학과 교수가 '마지막선물'(세종서적)을 냈다. 오 교수는 "책을 통해 죽음을 말했지만 결국은 삶에 관해 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에서 삶의 질이 향상되지 않으면 죽음의 질은 결코 향상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죽음의 질이 향상되지 않으면 삶의 질 역시 개선될 수 없습니다. 죽음은 끝이 아닙니다. 죽음 이후에 어떤 식으로든 삶이 이어진다면, 어떻게 현재의 삶을 아무렇게나 살 수 있겠습니까?" 그는 아름다운 죽음을 맞기 위해,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비하기 위해 장례방식과 장기기증 여부를 결정하고 유서를 미리 써 둘 것과, 이웃과 사랑을 나눌 것을 제안하고 있다.

"과연 행복한 죽음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떻게 해야 가능한가?" 답은 있다. "삶이 아름다워야 죽음이 아름답다". 그러나 어떻게 사는 것이 아름다운 삶인가, 그것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