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페이지 정보

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21-07-22 10:28

본문

박.jpg

                                                                                                         박철호/한국 CSF 발전 연구원장 (시인, 상담학 박사)

아직도 전 세계는 코로나 열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어처구니없는 전염병은 인종이나 나이를 초월하여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그것도 부족해서 변이 바이러스가 속출하여 새롭고 또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가 계속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한때는 이 코로나 19라는 바이러스가 질풍노도와 같이 맹위를 떨쳐 많은 사람을 우울하게 만들었다. 20217월에 들어 확진자가 1300명대를 넘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수치에도 대책 없던 그 시기에는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제일 안타까웠던 일은 세계 경제 대국 10위라는 대한민국에서 코로나 19 예방의 기본이라는 마스크가 부족했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은 물론이고 다이소 상점 앞까지 아침이면 줄을 서는 코미디 아닌 코미디가 연출되었다. 코로나 19에 걸리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죽음의 공포가 엄습했다. 힘들고 지친 치료의 시간을 지나 완치가 되어도 꽤 오랜 시간을 지인들에게 사람 취급을 받지 못했다.

 

언뜻언뜻 언론에서 보여주던 코로나로 죽은 사람들의 처리 모습은 도저히 인간이기를 포기한 주검의 처리방법으로 비춰 그 모습을 볼 때마다 공포는 더해 갔다. 코로나에 걸려 죽은 주검의 모습이 오랜 세월 같이 살던 애완동물의 사체가 비닐에 싸인 모습과 다른 바가 없었다. 그 주검이 인간이기 때문에 절차에 따라 화장되어 유족에게 유골함에 담긴 유분만 전달되었다는 소리만 드릴뿐이었다.

 

그보다 더한 것은 확진자가 스쳐 간 가게였다. 확진자가 스쳐 가면 그 가게는 무조건 폐쇄당했다. ‘당분간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을 써 붙인 가게는 시간이 지나고 새롭게 수리해서 다른 업종으로 문을 열어도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는 공포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어디 가게뿐이랴? 예배당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언론에 대서특필되어 도배되고 확진자가 스쳐 간 예배당은 4주간 폐쇄를 당해야 했다. 그 영향으로 교회를 비난의 대상으로 만들었고 폐쇄된 예배당과 담임목사는 조롱의 대상으로 삼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 시간이 1년 반이 지났다.

 

예방 차원이라는 핑계로 얼굴을 감추기 위해 썼던 마스크그 마스크가 일상이 될 줄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언제 마스크를 벗을 날이 올 것인가를 기대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 보인다. 그나마도 1차 백신 접종이 끝난 사람들에게는 확진자가 1300명이라는 소리를 들어도 무덤덤해질 수 있으니 천만 다행한 일이다. 여유가 생긴 것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마음은 늘 초조하다. 이 난동의 시간이 언제나 끝날지, 마스크를 쓸 때마다 가면 쓰는 기분이다. 문제는 마스크가 가면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탈바가지로 바뀌고 있다.

 

마스크의 원뜻은 병균, 먼지 따위를 막기 위하여 코, 입을 가리는 물건이라고 한다. 다른 의미로는 얼굴 생김새를 마스크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람을 볼 때 신언서판(身言書判)을 중요하게 여긴다. 신언서판이라는 말은 사람처럼 생긴 모양새를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말도 잘해야 하고 글도 잘 써야 하고(이 말은 지식도 많아야 한다는 말이다) 얼굴도 잘생겨야 한다. 그런데 작년과 올해를 지나면서 얼굴이 어떻게 생겼는지, 구분하기가 어렵게 되어 버렸다.

 

필자와 친분이 있는 관상, 손금을 보며 주역으로 밥벌이를 하는 분은 코로나 19가 자신의 밥벌이까지 타격했다고 한다. 그리고는 이런 날이 온 것은 하도 얼굴을 뜯어고치려고 하다 보니 그 짓을 하지 못 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언제부터인지 유행병이 되어버린 예쁜 남자를 선호하는 생각에 아예 쐐기를 박기 위한 창조주의 섭리인지도 모르겠단다. 너무 얼굴에 열광하다 보니 마마 귀신(곰보 귀신)이 코로나 19를 동원한 모양이라고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주역의 한계가 느껴졌다. 그의 얼굴이 마스크를 쓴 가면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밀려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한국인에게 마스크는 얼굴 생김새이다. 한국인의 마음속에는 남자는 남자다워야 하고 여성은 여성스러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 관습들이 무너지고 있다.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면서 모두가 힘들다고 한다. 자신의 처지에 맞게 사는 것이 아니라 허황된 과시욕에 사로잡혀 산다. 부지런히 일하면서 사는 것보다 한탕을 꿈꾸면서 이미 돈벼락을 맞은 것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이 가면증후군이다. 1등은 1등만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잘못되면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얼굴은 웃고 있지만, 마음은 울고 있는 사람,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식욕, 성욕이 엄청나게 폭발하는 것을 스마일가면증후군이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마라톤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리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독서를 해야 힘이 생긴다고 한다. 문제는 자신을 감추려고 발버둥을 치면 심각한 내적 질병이 생긴다.

 

마스크가 생활화되다 보니 자신을 숨기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마스크로 입을 가리고 안경을 쓰고 모자를 쓴다. 얼굴의 생김새를 완전히 가리고 싶은 사람들이 점점 늘어난다. 다른 사람은 알 수 없는 심각한 내면의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한다. 마스크가 주는 알 수 없는 정신적인 병들이 등장한다.

 

지금이라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검진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내면의 병, 정신적인 병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나는데 대책이 없다면 심각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결과가 나와야 수습을 할 수 있다면 엄청난 국가적인 비용이 지불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마스크로 심각한 내면 앓이가 많아지고 그 아픔이 외부적으로 폭발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사전에 방비하는 일이 공동체의 일이고 국가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