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장례 비즈니스 임종체험·유품정리·추모 사진앨범 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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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0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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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데 이런 건 왜 하는지 모르겠네” “가짜라도 죽는다 생각하니 영 찝찝해”. 서울시 영등포구에서 열린 한 임종체험행사에 모인 사람들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한 전자회사의 영등포지점 임직원 30여명이 임종체험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잡담과 볼멘소리,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진지한 느낌은 찾아보기 힘들다. “자, 우선 영정사진부터 찍겠습니다.” 행사 진행자의 한 마디에 갑작기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한 명씩 사진기 앞으로 서는데 표정이 돌처럼 굳었다.

사진 촬영이 끝나자 바로 옆 강의실로 자리를 옮겨 ‘삶과 죽음’에 관한 강의를 듣는다. 한 시간 반 동안 이어진 수업을 들으며 점차 죽음에 가까워진다. 물론 잠깐씩 조는 사람도 있다. 수업이 끝나자 강의실로 저승사자 복장과 화장을 한 사람이 들어와 낮고 묵직한 소리로 사람들을 이끈다. 또 다른 방에는 30여개의 오동나무 관이 가지런히 줄을 지어 있다. 관 옆으로 놓인 앉은뱅이 책상에 아까 찍은 영정사진이 있다.

사람들이 자신의 사진을 찾아 옆에 섰다. 준비한 수의를 입는다. 어색한 손을 둘 곳을 찾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 수의에는 주머니가 없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삶이다. 이제는 유언장 작성의 시간이다. “글을 쓰고 날짜와 서명을 하면 그 자체로 법적 효력이 발생합니다”라는 진행자의 말에 한동안 침묵했다.

다시 하나 둘 글을 써 내려가기 시작한다. 몇몇은 여전히 하얀종이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15분쯤 흘렀을까. 갑자기 한 곳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50대쯤으로 보이는 큰 어깨가 힘 없이 들썩인다. 이 흐느낌은 유언장 작성이 진행되는 시간 동안 돌림노래처럼 반복했다.

“이제 가야 할 시간입니다”라는 진행자의 무심한 목소리가 방안을 무겁게 울린다. 1m90㎝×50㎝×35㎝의 관은 사람 하나가 들어가니 꽉 찼다. 좁은 공간에서 하염없이 보낼 세월이 막막하다. 생각을 미처 정리하기도 전에 뚜껑이 덥히고 얼마 남지 않은 틈마저 어둠이 채운다. 이어 못질하는 소리와 관 위로 흙이 뿌려지는 소리가 들리고 장 내는 고요해졌다. 20분쯤 흘렀을까. 관을 열어주자 나오는 사람들은 한결같이 넋이 나간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행사는 끝이 났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사람은 김기호 아름다운 삶 수련원 대표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임종체험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한 선구자격인 사람이다. 1990년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1997년 호스피스를 주제로 박사과정을 거쳤다. 그러다 죽음에 직면했거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가 산 사람들이 내·외적으로 큰 변화를 겪는 것을 자주 보게 됐다. 아이디어를 얻은 김 대표는 2001년부터 임종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처음에는 명상으로 죽음에 관한 간접 체험을 하는 방식이었고 차츰 지금의 형태로 진화하며 프로그램을 다듬었다.

현재는 다양한 임종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사설기관에서 1인당 5만~7만원을 받고 하기도 하고, 시나 구청에서도 비슷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개인 참가자도 많고 회사나 학교에서 단체로 체험을 하는 등 수요가 갈수록 늘고 있다. 문제는 원래의 취지를 무시한 채 상업성만을 내세운 프로그램이 남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임종체험이 좋은 반응을 얻자 여기저기서 비슷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죽음을 생각해보면서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만든 것이다. 5~6시간 동안 강연과 대화, 유언장 쓰기를 하면서 지금까지 지나온 삶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런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야 효과가 있다. 그런데 최근 다른 곳에서 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1~2시간 만에 속성으로 끝낸다.

고객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따로 영업사원을 두고 회사나 단체에 찾아가 고객을 모집하는 등 시장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 대표의 말이다. 그는 최근 임종체험 프로그램의 저작권 등록을 준비하고 있다. 돈도 중요하지만 조금은 공적인 영역에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하는 게 그의 바람이다.

임종체험이 죽음의 의미를 되새겨 보다 나은 삶을 살자는 취지에서 등장한 비즈니스라면, 좀 더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비즈니스도 있다. 유품정리 사업이다. 인터넷에 유품정리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많은 업체의 사이트가 뜬다. 막상 들어가보면 청소업체, 재활용업체, 폐기물처리 업체인 경우가 많다. 정리라기보다는 버리고 치우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품정리는 버리고 청소하는 게 아닙니다. 가장 먼저 고인이 쓰던 유품 중 어떤 것을 어떻게 남길까를 고민합니다. 사소한 물건 하나도 고인이나 그 가족에겐 소중할 수 있어 함부로 버려서는 안 됩니다. 그 작업이 끝나면 버리고 재활용할 것을 고르죠. 모든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문제나 법적인 문제까지도 대리해서 처리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유품정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