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료원 원장과 장례업체 업주가 결탁해 비위를 저지른 사실이 들통 났다. 의료원의 공공성을 도외시한 처사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일부 장례식장들의 폭리 행위는 여러 차례 밝혀진 바 있지만 지방의료원까지 비리사슬에 연루된 건 전례를 찾기 힘들다. 소위 갑(甲)과 을(乙)관계가 공공기관에서 드러난 건 지나칠 일이 아니다. 이권이 있는 곳에 비리가 있음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전 충남 서산의료원장이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되고, 의료원 관리부장 등 4명이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대전지검 서산지청은 장의차량과 장의용품을 둘러싼 비리를 포착해 이들을 붙잡았다. 구속된 전 의료원장은 함께 기소된 장의차량 업자로 하여금 월 150만원씩 총 2100만원을 관리부장에게 주도록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 이권이 개입됐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전 의료원장은 장의차량 업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부하 직원에게 금품을 주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이 직원은 전 의료원장의 연임을 도와준 것으로 알려졌다. 유추컨대 보은차원에서 금품이 오갔을 개연성이 있다. 을의 입장인 장의차량 업자는 전 의료원장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대신에 그는 의료원으로부터 장의차량 운행에 큰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함께 기소된 장재업체 대표와 직원은 유령 업체를 세워 서산의료원과 태안의료원에 장의용품을 납품했다. 2개의 사업체가 마치 경쟁입찰을 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흔한 수법이 동원됐다. 2010년부터 올해까지 9차례나 납품을 했다니 결탁을 의심하는 건 당연하다고 하겠다. 검찰은 장의용품 비용을 과다하게 청구해 상주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밝혔다.

높은 가격에 장의용품을 납품받으면 그 폐해는 고스란히 유족들에게 돌아간다. 황망 중인 유족들은 비교를 할 여유도 없이 부르는 대로 값을 지불했을 것이다. 유족을 두 번 죽이는 행태가 지방의료원에서 벌어졌다니 주민들 보기가 민망하다. 여타 지방의료원은 비리가 없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유사 비리 재발을 막으려면 납품시스템 개선 등 비리개입 소지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