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묘지 참배하는 세계 문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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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7-11-03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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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에 가을 햇살이 쏟아졌다. 1일 오후 3시께 세계 곳곳에서 온 시인·소설가 20여 명이 국립5·18묘지를 찾아 참배했다. 이들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최로 4일까지 나흘동안 열리는 ‘제1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 초청받아 참가한 작가들이다. 페스티벌 위원장인 고은 시인은 가장 먼저 고 조태일(1941~99) 시인의 묘지 앞으로 안내했다. 고은 시인은 “술을 아주 좋아하는 시인”이라고 소개했다. 고은 시인은 “민주화를 위해 온 생애를 바쳤던 시인입니다. 우리들이 왔다고 하면 벌떡 일어날겁니다”라고 말했다.
 
전후 프랑스의 사회운동에 참해해온 시인이며 파리8대학 명예교수인 클로드 무샤르는 “팀 셔록의 저서 등 광주항쟁에 대한 책을 많이 읽었고 5·18에 대한 글도 썼다. 5·18 묘지에 오니 감격스럽다”며 “광주항쟁을 알게된 뒤 2차세계대전 때 나치에 협력했던 프랑스 사람들을 생각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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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들은 윤한봉(1947~2007) 선생의 묘지 앞으로 이동했다. 고은 시인은 “민주화 운동의 지도자였던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고은 시인은 이어 윤상원(1950~80)·박기순(1957~78)의 묘지로 작가들을 안내했다. “윤상원은 그 때 계엄군의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거의 유일한 지식인이었던 윤상원이 그 현장에서 죽었기 때문에 지식인 전체가 면죄부를 받게된 것입니다.” 1982년 2월 두 사람의 영혼결혼식이 열렸고, <임을 위한 행진곡>은 그 해 4월께 광주의 문화운동가들이 만든 노래극 <빛의 결혼식>에 합창곡으로 실린 곡이다.
 
고은 시인은 고인들의 묘지를 찾을 때마다 묵념 대신 박수를 치자고 했다. 작가들의 박수소리가 묘지를 따뜻하게 감쌌다. ‘오랑캐’ 부족 이름을 필명으로 쓰며 현자로 존경받는 시인 담딘수렌 우리앙카이(몽골)는 “광주항쟁의 정신은 높이 평가해야 한다. (무덤을 보니)매우 슬프다. 그러면서도 이 희생자들을 이렇게 (묘지를 조성해) 모시고 있는 한국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일행들은 5·18국립묘지 참배를 마친 뒤 ‘만인보로 만나는 5월전’이 열리는 추모관으로 이동했다. 이 곳 3층에선 고은 시인이 1986년 반만년 한국사에 명멸한 인간 군상의 부침과 영욕을 담은 4001편의 연작시집 <만인보> 가운데 5·18 관련자 12명의 시를 뽑아 전시중이었다. 고은 시인은 이 곳에서 <윤상원>이라는 시를 직접 낭독했다.“저 70년대 10년동안 광주의 순정이 시작되었다…늘 사람들에게 고개 먼저 숙였다…계엄군의 총 맞아 죽었다…순정이 완료되었다 세상은 피바다였다”고 낭독했다.
 
'아시아의 아침'을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행사엔 해외 초청작가 10명, 국내 초청작가 20명이 참석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월레 소잉카를 비롯한 세계 거장 5인, 중국의 둬둬, 이란의 샴즈 랑루디 등 아시아 작가 5인, 한국의 고은, 현기영 등이다. 이들은 아시아의 역사적 상처와 기억들을 치유하고 승화하는 새로운 시민 축제를 연다. 페스티벌은 제1회 아시아문학상 수상작 시상(11월 4일)을 비롯해 세계 거장들의 특별강연, 아시아 작가들이 함께 하는 포럼, 월레 소잉카와 고은의 특별대담, 시·노래·공연 등으로 이어진다. 소설가 윤정모는 “초청 작가들 중 상당수가 각 나라를 대표하는 저항작가들이다. 인간의 깊은 내면을 표현해 온 작가들이 광주라는 곳에서 한 자리에 모여 소통하는 것이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