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장례식장, 지난해 4월부터 무료장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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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2-2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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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월동안 80여구 마지막 가는 길 도와

직원들도 수당 한푼 안 받고 최선 봉사
서울 금천구 가산동 서울장례식장(대표 임종영.60)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마지막 안식처다.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현장에서 숨지거나 사고 또는 병으로 인근 구로구 가리봉동 외국인노동자병원(대표 김해성 목사)에서 치료를 받다가 세상을 달리하는 수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의 혼을 달래주는 곳이다.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들이 사망할 경우 시신은 대부분 서울장례식장 부근 외국인노동자병원을 거쳐 서울장례식장으로 옮겨진다. 외국인노동자병원은 서울장례식장과 함께 가족이 장례비를 내줄 처지가 안되거나 연고가 없는 외국인 근로자의 장례를 모두 무료로 치러준다. 외국인노동자병원은 그곳에서 산업재해 보험 처리 등 법적인 절차가 끝나면 장례절차를 밟아 시신을 고국으로 보내거나 매장 또는 화장해 준다.

서울장례식장이 외국인 근로자들의 마지막 안식처가 된 것은 지난해 4월 이 장례식장 임 대표가 외국인 근로자들의 장례 절차를 무료로 떠안기로 결정하면서부터.

외국인노동자병원 김 대표는 외국인 근로자가 사망하면 병원에서 가까운 이곳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도저히 장례를 치를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장례 비용이 없어 장례식장을 찾을 때마다 늘 통사정하기 일쑤였다. 임 대표는 돈이 없다고 막무가내로 하소연하는 김 대표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듣고 처음에는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외국인노동자병원을 몰래 방문하고는 마음을 확 바꿨다. 언젠가 병원을 찾은 그는 깜짝 놀랐다. 병원 시설도 시설이지만 숨진 외국인 근로자들의 시신을 처리하고 장례를 치를 마땅한 장소가 없음을 알게 됐다. 병원의 비좁은 화장실에서 시신 방부처리를 한 뒤 시신을 메고 3층 입원실에서 계단을 통해 내려오는 게 다반사였다. 그 모습을 숨죽여가면서 목격한 그로서는 더이상 외면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장례를 대행해 주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지난 14일까지 15개월 동안 장례를 치러준 외국인 근로자는 모두 80구에 이른다. 장례비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수억원에 달한다. 장례식장을 이용하는 사례가 한해 평균 250건 정도 되니 외국인 사망자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 쉽게 알 수 있다.

염을 담당하는 4명의 직원들은 임 대표의 뜻에 따라 기꺼이 외국인 근로자들의 장례를 돕는다. 그들은 단 한 푼의 수당도 받지 않고 외국인 근로자들의 마지막 길을 다독여준다. 보통 장례의 경우 3~5일 정도 소요되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의 경우 고국 친. 인척들에게 연락해 시신을 받겠다는 의사를 확인해야 하는 것은 물론 산재 처리나 사업주와의 다툼을 마무리해야 하기때문에 장례식장 안치실 냉장고에서 보름 이상 길게는 몇 달을 머물러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장례식장 측으로서는 그만큼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서울장례식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장례식장 곳곳에 마련된 자판기 수익금을 전액 외국인노동자병원에 기탁하고 있다.

장례식장 이두엽 부장은 "김 대표가 그 누구도 돌보지 않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애쓰는 모습과 병원의 열악한 시설을 보고 사장님이 도와주자고 했다"면서 "노동자병원에 없는 안치시설이 장례식장에 있는 만큼 장례절차를 무료로 돕기로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보람있는 일에 동참하게 돼 직원 모두가 기뻐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계속 외국인노동자병원을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장례 관련 운수업에 종사하다 1978년 장례식장을 연 임 대표는 그동안 심장병 어린이돕기와 소년소녀가장 돕기, 금천구 불우이웃 돕기 등 남몰래 선행을 하다 병원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외국인 근로자 무료 장례대행'을 결정했다. 그는 이런 일이 알려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직원들과 외국인노동자병원에 늘 당부한다는 것이다.

외국인노동자병원 김 대표는 "서울장례식장이 지난 1년여 동안 베풀어준 고마운 마음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라며 "임 대표와 수당도 받지 않고 외국인 근로자들의 마지막 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직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