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이황 묘소가 너무 초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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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04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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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유학자 퇴계 이황(1501~1570)의 묘소 관리가 딜레마에 빠져있다. 참배객들은 경북 안동시 도산면 퇴계 묘소가 너무 초라하다며 새로 단장할 것을 주문하고 있으나 문중과 유림 측은 검소함을 강조한 퇴계의 유지를 거스르게 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16일 둘러본 퇴계 묘소는 초라했다. 퇴계 종택에서 1㎞ 정도 떨어진 하계마을 뒷산의 묘소 입구에는 작은 표지판이 하나 있을 뿐이다. 별도 주차장도 없었다. 5분 정도 묘소로 올라가는 길은 돌과 나무계단, 흙길로 폭이 1.5m 정도로 좁고 가파르다. 무덤을 지키는 인물상인 문인석에는 검은 이끼가 끼어있고 묘소의 잔디도 듬성했다.

하지만 퇴계 문중과 유림은 섣불리 묘소 단장에 나설 수 없는 입장이다. 이는 퇴계가 임종을 앞둔 1570년 "내가 죽으면 반드시 조정에서 예장(현대의 국장)을 내릴 것인데 이를 사양하라. 비석을 세우지 말고 작은 돌의 앞면에 미리 지어둔 명(銘) '퇴도만은진성이공지묘'(退陶晩隱眞城李公之墓)만 새기라"고 한 유언 때문이다.

문중 측에서는 퇴계가 마지막까지 화려한 예우를 거부하고 겸양과 검소함을 추구한 뜻을 받들어 묘소가 초라하더라도 선뜻 단장하지 못하는 것이다.

김병일 도산서원선비문화수련원 이사장은 "퇴계 선생은 스스로 자신을 낮췄지만, 국민이 '겨레의 스승'으로 모시면서 묘소 홀대 문제가 불거지는 것 같다"며 "선생의 뜻을 이해한다면 낡은 묘소는 오히려 자랑이 될 것이며, 검소함을 유지하는 가운데 충실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