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장례에 4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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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04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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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동안 길러온 강아지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 동물병원에서 더 이상 가망이 없다며 데려가라기에 집으로 와 가족들 곁에서 마지막을 보내게 했다. 싸늘하게 식은 강아지를 들고 뒷산에 올라가 묘를 만들어주려 했지만 경비원은 '불법'이라며 종량제 봉투에 담아 쓰레기로 내놓으라고 말했다. 반평생 함께 한 반려견이 동물병원에서는 의료폐기물 취급, 동네에서는 생활폐기물 취급을 받는 것이다.

애견인, 애묘인 등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생을 다 한 강아지, 고양이 등의 '마지막 길'을 돕는 애완동물 장의사가 새로운 직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애완동물을 길러본 사람들은 가족 이상의 정을 쏟아 기른 동물이 폐기물과 함께 태워지거나 쓰레기 봉투에 버려지는 모습을 견디기 힘들다. 1인 가구의 증가 역시 이러한 추세에 힘을 보탠다.

애완동물 장의사는 사람 장례식과 유사한 절차로 진행하는 애완동물 장례식 전반을 관장한다. 우선 반려동물사망이 장례업체로 접수되면 식장으로 사체를 운구한다. 다른 가족들이 도착할 때까지 장례식장에 머물다 가족들이 모두 모이면 식을 거행하고 입관시킨다. 매장할 경우 장지까지 이동해 다시 식을 치르고, 화장할 경우 유골을 수습해 납골당에 안치한다. 모든 장례과정을 녹화해 동영상으로 제공하기도 한다.

10여년 전부터 나타난 애완동물 장례업은 2007년 동물보호법이 개정돼 동물장묘업 등록이 가능해지면서 폭발적으로 확대됐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애완동물 사체는 생활폐기물로 분류된다. 일반 쓰레기와 함께 처리해야 하는 것. 동물병원에서 사망한 경우 1kg당 1만원~1만2000원을 내고 의료폐기물로 분류해 소각할 수도 있다.

한 동물장례업체 관계자는 "자신의 땅을 가진 사람은 1m 이상 깊이에 매장할 수 있지만 요즘 도시에 살면서 자기 땅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평생 끼고 살아온 애완동물을 사람에 준하는 절차에 따라 곱게 보내주고 싶은 게 많은 애견인, 애묘인들의 마음이다"라고 전했다.

장례금액은 20만원~400만원으로 다양하다. 우선 기본 화장비 등은 20만원에서 시작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운구서비스 이용, 유골 단지 및 관 종류, 염습 여부, 납골당 안치 여부 등에 따라 추가요금이 붙는다. 고급 강아지 수의(壽衣)는 100만원을 호가하는 경우도 있다. 유골을 재처리해 사리 형태로 만드는 작은 돌멩이 형태의 '메모리얼 스톤'을 찾는 경우도 많다.

2년 전 죽은 고양이의 유골로 만든 메모리얼 스톤을 들고 다니는 김형주씨(25)는 "어릴 때 업둥이로 데려와 키운 고양이 유골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 뿌려져 외롭게 잊혀지는 것보다 이렇게 지니고 있으면서 추억 속에 살아 숨쉬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에 들고 다닌다"고 말했다.

업계가 형성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처우는 아직 중소기업 수준이다. 현재 등록된 애완동물 장례업체 300여곳 중 대부분은 2000만원대 중반의 초봉을 제공한다. 공인자격증은 없으며 사설기관에서 '반려동물장례지도사' 등의 자격시험을 진행하지만 취득하지 않아도 일하는 데 지장은 없다.

한 동물장례업체 관계자는 "반려동물 시장이 2000년 이후 해마다 15% 가량 확대돼 올해는 2조원 규모에 달하고 2020년까지 6조원 이상 규모로 커질 것"이라며 "애견·애묘 문화가 확대되는만큼 애완동물장의사의 처우와 시장상황 역시 점점 좋아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