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시 마을 야산에 기업형 수목장 허가 주민들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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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0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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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시내에서 남쪽으로 30㎞ 가량 떨어져 오지마을로 꼽히는 수산면 오티리가 요즘 발칵 뒤집혔다. 동네 한복판이나 다름없는 마을 야산에 '기업형 수목장림' 설치 허가가 난 사실이 알려진 한달전 부터다. 영농철이라 눈코 뜰새 없는 시기 인데 주민들은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하고 대책회의를 열고, 답답한 심정에 면사무소로 몰려가 항의도 하며 속을 끓이고 있다. 평생 농사 밖에 모르던 촌로(村老)들이 TV에서나 봤던 '붉은 머리띠'를 두르게 됐다. 마을 어귀와 들녘 곳곳에는 이미 수십개의 항의 플래카드가 나붙었다. 주민들은 마을 한복판에 1천700여기를 설치할 수 있는 공동묘지(수목장)를 허가해 준 제천시의 행정에 대한 분노와 노여움을 삭히느라 힘겨운 영농철을 맞고 있다. 그래서 봄볕 아지랭이가 유난히 아롱거리기만 하다고 한다.

수목장 또는 자연장이라는 형태의 이름으로 알려진 장사시설은 국토잠식과 환경훼손이 심했던 묘지, 봉안시설 등 장묘시설을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일반에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 마을 사례로 보면 수목장이라는 새로운 장묘문화와 법 시행 취지가 얼마나 왜곡될 수 있는지 그대로 드러난다.

일반에 알려진 수목장은 후손들이 기억할 수 있는 나무 밑둥이나 잔디에 유골을 뿌려 장사하는 방식이다. 고인과 유족 이름을 기록한 간단한 표식을 하는 정도에 그치고, 상석·비석은 설치할 수 없어 환경친화적 자연장제도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수목장은 '착한 묘지'로도 인식돼 설치·허가 반대 운동은 때로 의아하게 들릴 수도 있다.

제천시가 수산면 오티리 일대에 조건부로 허가한 내용을 보면 상식은 단박에 깨진다. 허가 면적만 2만2천954㎡(6천500평)에 달하는 수목장은 줄잡아 1천700여기의 유골을 묻거나 뿌리는 방식으로 묘지를 조성할 수 있는 규모이다. 수목장은 마을 주진입로를 통과해야 하는 데다 가까운 주택은 이격거리가 150m정도에 불과하다. 나무 주변에 유골을 처리하는 방식이 아니라 이런 류의 '기업형 수목장'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산림을 훼손하는 편법이 동원될 수 있다. 간단한 표지석만 설치한다지만, 실제로는 묘비석을 설치하는 방식이 동원 되곤해 흔히 볼 수 있는 공원묘지나 다름없는 시설로 전락할 수 있다.

제천시의 허가 처리는 여러가지 의구심을 낳기 충분하다. 2012년 5월 주민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며 한차례 허가를 반려한 제천시는 사업자가 주민 110여명 가운데 9명(이장, 반장 등)의 동의서를 받아 제출하자 주민 공청회 등 최소한의 절차도 갖추진 않은 채 받아들였다. 제천시는 마을대표들에게 의견을 수렴하라는 취지였다 하지만, 사업자의 '노림수'를 모른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올초 수목장 허가 사실이 알려지자 경위 파악에 나섰던 주민들은 사업자가 동의서 내용을 속인채 도장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제천경찰서에 사업자를 고발했다. 뒤늦게 제천시도 '의견수렴'에 하자가 생겼다고 판단해 '공사중지' 조치를 취한 것은 그마나 다행이다. 하지만 시골마을에 대규모 유골을 들여 공동묘지를 조성하는 것과 같은 '중대한 현안'을 이렇듯 허투루 처리한 책임을 면키 어렵다. 혹자는 수목장이 '혐오시설이냐'고도 반문한다. 그러나 농가와 들녁에서 일하는 농부들의 시야에 하루가 멀다하고 장례꾼들이 몰려와 유골을 뭍는 일이 반복되는 현장을 뭐라 하는 게 맞을까. 가로등조차 제대로 없는 마을의 밤길은 과연 어떨까. '혐오시설'은 오히려 점잖은 표현 아닌가.

굳이 400년 전통의 충북도 무형문화재 8호 오티별신제 전승 마을이라는 점과 2010년 10월 충북 최초로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는 점을 말하지 않더라도 사업 승인의 정당성은 심각한 도전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법대로 했다'는 반론도 있을 수 있으나, 법은 물 흐르듯 상식에 부합해야 한다. 최명현 제천시장이 단 한번이라도 현장을 방문해 보면 해답을 찾을 수 있는 일이다. 수목장의 '흉한 몰골'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소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