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만원으로 집안 대소사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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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0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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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런 집안 행사에 대한 부담이 항상 마음 한 구석에 있던 회사원 오철수씨(45). 그는 지난 2000년 큰 맘 먹고 한 상조(相助)서비스 업체에 가입했다. 장례를 비롯한 갑작스런 집안 대소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한 번에 큰돈을 내는 게 아니라 매월 조금씩 부담하면 된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2000년 5월부터 5년간 매월 2만원씩 납부했다.

오씨는 “한 번에 큰돈이 드는 장례에 대한 부담이 있었는데 매월 조금씩 돈을 넣어 대비하는 상조서비스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서둘러 가입했다”고 설명한다.

‘월 2만원이면 장례, 결혼 걱정 없어요.’ 요즘 이런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신(新)개념 상조 업체들이 늘고 있다. 상조서비스는 미래의 관혼상제에 대비해 일정 금액을 정기적으로 선납하고 나중에 장례, 결혼, 회갑 등 집안 큰 행사에 필요한 물품과 음식, 차량, 인력 등을 제공받는 서비스다.

일종의 ‘선불식 할부거래’라고 보면 된다. 공식적으로는 관혼상제를 모두 다루고 있지만 실상 장례서비스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상조서비스가 보편화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47년 태동한 일본 상조회에서 유래해 80년대 초반부터 일본에서 가까운 부산, 경남 등 영남권 지역을 중심으로 서서히 퍼져나갔다. 보통 계약금액은 100만~300만원 선. 기간 역시 5~10년으로 다양하기 때문에 매달 2만~5만원 정도의 비용만 납부하면 된다. 부담이 적어 주로 서민들을 중심으로 가입층이 넓어지고 있다.

■ 3조원 시장, 회원 수 250만명 추정 ■

아직 초창기인 만큼 우리나라 상조시장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 관련 업체들이 워낙 많고 업체마다 밝히는 회원 수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체를 대변하는 협회 수만도 4~5개에 달하는 실정. 서울 소재 협회 중 하나인 한국상조연합회에 따르면 상조 업체 수는 전국적으로 26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박종길 한국상조연합회 홍보팀장은 “연합회에 가입된 업체 수가 87개인데 회원 수는 250만명 정도로 예상된다”고 밝힌다.

이를 통해 추산해보면 현재 상조서비스 시장규모는 3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일본에서는 상조회 계좌를 갖고 있는 국민들이 대다수라 시장규모가 우리보다 10배 이상 크다는 자료도 나와 있을 정도다.

업체 수가 늘고 수요도 많아지면서 서비스도 갈수록 고급화되는 분위기다. 보통 총액 기준으로 100만~300만원짜리 상품이 많지만 요즘에는 서비스 질을 높여 1000만원대에 달하는 상품도 꽤 늘었다. 회원층도 50대 이상에서 30, 40대로 서서히 낮아지는 분위기다. 집안 대소사를 미리 준비하는 수요층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다.

지역별로 봤을 때는 영남권 업체들이 그동안 대다수를 차지해왔다. 요즘에는 서울, 수도권이나 충청권 업체들도 꽤 늘었지만 아직까지 영남권 업체 수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상조서비스가 인기를 끌면서 전문 업체들도 우후죽순 생겨났다.

현대종합상조는 TV홈쇼핑을 주 판매채널로 활용했다. 현대홈쇼핑을 비롯해 각종 케이블TV에서 ‘프리미엄형’이라는 상품으로 지난해 동안 약 12만건이 팔리기도 했다.

직영 장례식장을 운영하는 한편 안동 대마 수의 등의 물품을 값싸게 제공하기도 한다.

국민상조의 경우 유전자 보관기관인 진뱅크와 제휴해 유전자를 보관해주는 이색 서비스까지 시작했다.

먼저 특수시약으로 처리된 스티커형 패치를 피부에 15~20초간 부착했다가 회수한다. 이를 통해 피부세포를 채취해 재처리하는 방법을 거친다. 그 후 유전자 카드와 크리스털 장식품 등을 통해 유전자 정보를 보관하는 방식이다.

효원라이프장례서비스는 전국 50여개 지사를 운영하는 한편 직영공장에서 제작한 효원 순창 황금문양 수의를 제공하기도 한다.

효원은 보험상품과 결합한 서비스도 내놨다. 지난해 9월 미래에셋생명은 사망보장과 토털 장례서비스를 종신토록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무배당미래에셋웰엔딩보험’에 가입한 고객은 본인 희망에 따라 계약자나 계약자 부모(배우자 부모 포함) 중 1명이 사망할 경우 240만원 정액으로 토털 장례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가입연령은 만 15세부터 70세까지다.

장례가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는 때에 매월 일정액만 납부하면 물가 상승에 상관없이 똑같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양도·양수도 가능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보험사와 상조회사의 업무 제휴 사례는 꽤 많다. 신동아화재는 2005년 장례 대행업체인 마스터라이프서비스와 제휴해 ‘무배당카네이션상조보험’을 내놓기도 했다.

피보험자가 상해사고 또는 질병으로 사망할 경우 보험가입금액 전액(최고 500만원)을 장례 비용으로 지급한다. 사고가 발생한 날부터 10년 동안 매년 보험가입금액(10만원) 해당액을 추모 비용으로 준다.

상조서비스 시장이 점차 커지면서 연예인 광고모델로 인지도를 높이는 곳도 늘었다. 탤런트 전광렬씨는 보람상조, 이순재씨는 효원라이프의 모델이다.

◆ ‘먹튀’ 조심·상조이행보증 여부 확인해야

= 상조서비스 전문 업체들이 늘면서 서비스가 점차 차별화되는 건 당연히 반길 일이다. 하지만 반대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상조서비스는 ‘선불식 할부거래’라는 특징 때문에 계약 후 실제 서비스를 받을 때까지 상당한 시차가 있게 마련. 그 사이 업체의 경영 상태가 어려워질 경우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할 우려가 높다. 실제 자금 사정이 어려워져 문을 닫는 영세 업체들도 속출하고 있다.

소비자 불만피해 사례가 이를 반영한다. 지난해 상조서비스와 관련해 소비자원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 건수는 509건에 달한다. 2004년 91건, 2005년 219건으로 해마다 두 배 이상 급증하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서도 피해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1분기 이뤄진 상담 건수가 18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42.6%나 증가했다. 연령별로 봤을 때 50대 이상 피해가 53.3%(98건)로 가장 많았다. 상조 업체들이 고객을 늘리기 위해 주로 노인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펼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박종길 팀장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최근 국회에서도 상조법 제정에 관련한 토론이 이뤄지고 있고 공정위에서도 올해 표준약관을 제정하는 등 상조 업체의 제도화 노력에 열심”이라고 밝힌다.

상조업이 사업자 등록, 방문판매업 신고만 하면 누구나 영업할 수 있는 자유업이라는 것도 부실 상조 업체를 늘리는 구실이 됐다. 자본금이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자본금이 1억원에도 못 미치는 업체들이 대다수다. 이 때문에 상조 업체 설립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솔솔 나오고 있다.

권대우 한양대 교수는 “상조서비스 이행 보장과 해약 환급금 지급을 보장하려면 이행보증금 공탁제도 도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의 태도. 소비자들 역시 가입 전 계약업체가 상조이행보증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뒀는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특약사항을 반드시 계약서에 기재하고, 언제 어디서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는지, 추가 대금은 없는지부터 살피는 게 좋다. 상조서비스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선 일본의 경우 상조보험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는데 영업보증금 공탁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눈여겨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