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가족시대 신풍속도 '상조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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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05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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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사는 박모(40대.여)씨는 지난해 10월 시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며 겪었던 어려움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시아버지가 생각지도 못한 순간 임종을 맞으면서 슬픔을 가눌 새도 없이 장례를 어떻게 치러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 처했다. 직접 장례를 치러 본 경험이 없는 박씨는 우왕좌왕 하기만 했다. 그런 박씨에게 도움을 준 것은 몇 년 전 친구들과 함께 우연히 가입했던 상조서비스였다.

갑작스런 가족의 죽음, 마지막 가는 길까지 편안하게 모시고 싶은 것은 남은 가족들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당연한 바램이다. 하지만 막상 가족의 죽음이라는 슬픔을 앞에 두고 평소 접하지 못했던 장례 용품을 구입하고 장례 절차를 따르기란 생각보다 생경하고 복잡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세태와 맞물려 최근 '상조(相助)서비스'가 장례문화의 한 부분으로 우리 사회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진화하는 상조 서비스

현재 국내에서 통용되고 있는 상조서비스는 '고객이 장례 서비스 상품을 선불식 할부 거래로 미리 사두는'방식이다. 이는 일본식 '호조회'를 그 모델로 하고 있다. 미래에 있을 장례행사에 대비해 일정금액을 미리 정기적으로 납입해 놓으면 상조회사가 경황 없을 가족들을 대신해 관, 수의같은 장례용품에서부터 인력이나 차량까지 장례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 준다.

장례 절차 전반에 관한 예법 지도와 행사를 치르는 데 필요한 세세한 부분을 챙기는 것도 모두 다 상조회사의 몫이다. 계약금액은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 120~300만원 정도. 월 2~10만원씩 60~120개월 동안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 많다.

미리 돈을 적립하는 방식으로 미래의 일에 대해 대비한다는 점에서 보험과 비슷한 성격을 갖고 있는 데다 핵가족 세대를 맞아 장례 절차에 생소한 사람들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상조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 2006년 한국상조연합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상조회사 수는 약 200여개. 가입 회원수만 해도 100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특히 매년 10만여명의 신규회원이 새롭게 상조서비스에 가입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어 2008년 현재는 약 130만명에 육박하는 사람들이 상조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다.

꾸준히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상조비스는 앞으로도 한국의 장례문화는 물론 가족의례와 관련한 다양한 분야까지 그 세력을 넓어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상조회사들이 장례행사 뿐 아니라 결혼, 회갑, 돌 상품 등 가족행사에 관한 다양한 상품을 마련하며 '상조서비스=장례 행사'라는 공식을 깨고 '종합 가정의례 대행사'로의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대형 상조회사는 물론 장례서비스 외에 다양한 가족 행사를 함께 서비스하고 있는 회사만 해도 10여개를 넘어선다. 보람상조 관계자는"상조 회사는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업체"라며 "단순히 행사를 위탁하는 대행사를 벗어나 개인의 가정행사를 관리해주고 돌보는 가정지도사로서의 역할을 담당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꼼꼼히 따져보지 않으면 낭패

이렇듯 '잘 쓰면 약'이 되는 상조서비스이지만 상조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그 피해 사례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상조서비스와 관련해 지난 2006년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소비자 불만 건수는 ▲2004년 91건 ▲2005년 219건 ▲2006년 509건으로 해마다 두배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소보원측은 "2007년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1/4분기만 비교해 보더라도 2006년 동기간에 비해 42.6%가 증가한 184건이 접수된 것으로 조사됐다"며 "특히 피해자가 50대 이상의 노인층에 집중돼 있던 예년과 달리 최근에는 상조서비스 이용자가 젊은층까지 확대되며 30~40대 피해자들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소보원에 접수된 대표적인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중도계약 해지 시 기불입금 미환급 ▲과다한 위약금 청구 ▲일부 상조업체의 경우 이민, 전출이나 생활보호대상자인 경우에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해지사유를 부당하게 제한 ▲사업자의 도산으로 인한 장례서비스 미이행 등이다.

실제로 대구에 거주하는 성모(여.30대) 씨는 지난 2001년 6월 상조회사에 월 3만원, 5년 납으로 180만원 상조상품을 계약했다. 2006년 이미 5년 동안 180만원의 납입을 마친 성씨는 최근 시모상을 당해 상조서비스를 이용하려고 상조회사에 연락을 취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전화가 되지 않았다. 놀란 마음에 회사를 직접 찾아간 성씨는 기가 막힌 얘기를 들어야 했다. 이미 상조회사는 폐업을 한 뒤 감쪽같이 자취를 감춰버린 상태였다.

그러나 이런 경우 현재로서는 성씨의 잃어버린 돈을 보상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 정명근 한국상조연합회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정 사무총장은 "현재 상조업은 사업자등록, 방문판매업 신고만 하면 누구나 영업할 수 있는 자유업인데다 현재로서는 법적 규제가 미흡하고 안정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아 유사시 피해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입 전 꼼꼼히 살펴 보고 선택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조서비스 피해 유형 및 피해 예방 요령'에 의하면 우선 계약 내용을 꼼꼼히 살펴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언제, 어디서, 어떤 서비스가 제공되는지 추가 대금은 없는지 이용 가능한 지역이나 장례식장이 한정되어 있지는 않은지 등을 하나하나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특히 중요한 계약사항은 반드시 계약서에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두상으로만 계약한 경우 추후 다툼의 원인이 되거나 해당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등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소비자가 상조서비스의 중도 해지를 원할 경우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 14일 이내에는 위약금 없이 계약을 취소 할 수 있다. 따라서 계약을 유지할 의사가 없을 때는 청약철회서를 작성해 14일 이내에 내용증명우편으로 상조업체 등에 발송하면 된다. 계약 14일이 지난 후에는 위약금을 물게 되는데 보통 상조서비스의 위약금은 양당사자간의 약정으로 정해지며 통상 약관에 명시돼 있다. 때문에 계약전 필히 약관을 요구해 위약금의 적정성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이 외에 공연이나 행사 등을 통해 대규모로 회원을 모집하는 경우 역시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이봉상 한국CEO클럽 대표는 "정상적인 상조회사의 경우 30대부터 60대까지 중장년층이 골고루 가입해 있기 마련이지만 몇몇회사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군중심리를 이용해 회원 수를 무리하게 늘리려는 시도들이 있다"며 "이런 경우 쉽게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그 자리에서 당장 계약을 체결하기 보다는 가족과 함께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명근 사무총장은 또 "현재 상조서비스를 규제할 법률이 없어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지난해 12월17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상조서비스 관련 '표준 약관'이 승인되고 현재 국회에서도 상조서비스와 관련한 법률이 발의되는 등 관련 법규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진행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는 피해사례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