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갔더니 상조회 가입하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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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0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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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404개 우후죽순…서비스는 엉망 불만상담 24배 늘었지만 감독 사각지대

이번 설에 고향인 전남 순천을 방문한 곽영민 씨(54ㆍ경기 부천시)는 형 동생과 시골에 남아 계신 부모님 장례식 문제를 의논했다. 살아 계신 분을 두고 꺼내기 거북한 문제였지만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곽씨는 "예전 같으면 시골 마을에 남아 있는 갑계(나이가 같은 사람들이 만든 계)나 화수계로 장례 문제를 해결했는데 요즘에는 남아 있는 사람조차 없어 다른 방법을 마련해야 했다"며 "의논 끝에 상조회사에 가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필요성 때문에 상조회사가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전문 장례 서비스로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있지만 문제는 상조회사를 규제하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 또 보험회사 형태처럼 운영되는 상조회사가 나중에 파산했을 때 이를 보증할 수 있는 어떤 장치도 없는 상태다.

최근 상조회사와 가입자 간 계약해지 문제로 대법원까지 올라가 다투는 사례가 늘고 있다. 대부분 상조회사가 과다 위약금을 청구했기 때문인데 대법원에 상고를 제기한 회사 측이 패소하고 있어 가입자에게 위약금 지급을 늦추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경남 김해시에 사는 문 모씨(53)는 B상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문씨는 2006년 12월 13일 김해도립노인병원에서 문씨 아버지가 숨을 거두자 상조 서비스를 받기 위해 회사 측에 전화를 걸었다.

문씨는 B상조에 가입한 뒤 아버지와 어머니 몫으로 매월 3만원씩 50개월을 납입해 모두 300만원을 완납한 상태.

하지만 이날 회사는 어떤 영문에서인지 종일 전화를 안 받았고 할 수 없이 문씨는 부랴부랴 다른 상조 서비스를 이용했다. 장례가 끝난 뒤 문씨는 회사 측에 원금을 모두 돌려 달라며 항의했지만 회사 관계자는 "계약 해지로 처리할 테니 위약금을 제외한 일부만 돌려주겠다"고 답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업 관련 상담 건수를 살펴보면 2003년 58건에서 2008년 1374건으로 5년간 무려 24배나 증가했다.

김정현 소비자원 피해구제국 조사원은 "작년 피해구제 건수만 234건으로 계약 해지와 관련된 것만 60%가량 차지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억지에 가까운 영업 행태로 가입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손 모씨(47ㆍ경북 문경시)는 작년 7월께 해약을 하러 서울 영등포에 있는 C상조회 본사를 두 번이나 찾았지만 허탕만 쳤다.

처음에 손씨 어머니가 본사로 갔을 때는 본인이 아니라고 거절했고 손씨가 직접 찾아가니 인감증명서를 가져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손씨가 돌려받은 해약금은 이미 납입한 120만원 가운데 40만여 원뿐이었다. 이처럼 상조회사들 횡포가 극에 달하고 있지만 국회와 정부는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한국상조연합회가 2002년 4월 국회 정무위원회에 "상조업체 난립으로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니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진정서를 냈지만 7년여가 흐른 지금까지도 관련 법은 하나도 없다.

연합회에 따르면 상조회사는 전국적으로 404개에 달하며 가입자 수는 29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비자 피해가 급증하면서 뒤늦게나마 권경석 한나라당 의원과 공정위가 개별적으로 상조업 규제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서영채 공정위 특수거래과 사무관은 "올해 초 할부거래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며 "법안이 통과됐을 때 자격을 못 갖춘 수많은 영세업체에 의한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경과조치 등을 따지다 보니 지체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