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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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2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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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부산대 최청자강사

한 낮의 더위는 지금이 충실한 열매가 꼼꼼히 익어가는 계절임을 실감나게 한다. 뜨거운 빛이 있어야 아름찬 열매는 맺어진다. 이것이 우주의 질서이다.

오늘은 유난히 더 더운 것 같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흘러내린다. 몇 해 전 영월 동강에서 리프팅하던 때가 그리워진다. 계곡을 따라 흐르다가 정수(淨水)를 만나면 일부러 배를 흔들어서 물에 빠지게 하던 길잡이 아저씨의 건강한 웃음이 생각난다. 또 가고 싶다.

7월의 첫 날, 철원의 목련공원을 방문하였다. 그 곳 본부장의 초대를 받은 지인의 권고로 다섯 명이 동행 하였다. 거기는 시비(詩碑)에 둘러싸인 주검들이 질서를 갖추어 누워 있었다. 공원 곳곳에 있는 조각들과 인사하고, 공원 마루에서 내려다보이는 풍경과도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부드러운 엄마 품처럼 끌어안고 있는 모양의 공원은 포근함을 더해 주었다. 삶과 죽음의 너울거림이 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그런 곳이었다. 영원한 죽음 앞에서 영원하지 않은 지금의 삶은 적잖은 두려움을 던져 주는 것도 같았다.
이것이 저것이 되고 저것이 이것이 되는 그런 곳이었다. 조각인지 돌단지인지 모를 재미난 것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그것과 키높이를 맞추려고 거의 땅바닥에 닿을만큼 얼굴을 낮추었을 때, 보여진 탑의 날개는 거대한 얼굴로 내게 퍼뜩 말을 걸어왔다.

그곳에 가면 하늘로 오르는 탑이 있고, 그 탑을 빛나게 하는 작품들이 있고, 그 작품들을 즐거이 감상하는 가신님들이 있다. 그리고 가신님들을 살뜰하게 보살피는 따스한 마음의 사람들이 있다. ‘나도 죽으면 이렇게 정성들여 보살펴주는 손길이 있겠지’하는 생각이 잠깐 머리를 스쳤다. 따라오는 미소.. 호스피스 봉사를 하면서도 드는 생각이다. 내가 정성들여 봉사를 하듯이 내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되었을 때 즐겨 미소를 보내주는 사람이 꼭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주에는 활쏘기 동호회에서 나와 함께 활을 내던 한 회원의 사망소식을 들었다. 이제 쉰의 중반일 뿐인데, 그녀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좀 더 신나게 살아도 좋을 나이인데 그녀는 훌쩍 우리 곁을 떠났다. 그토록 열심히 하던 활을 놓았다. 전국대회를 다니며 멋쟁이라는 소리를 들었고, 맛있는 음식을 잘 챙기던 따듯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손주를 보았는데도 할머니 소리를 듣기 싫어했는데.. 또 선글라스를 즐겨 사용해서 활을 내면서도 벗지 않아서 활터의 어른들에게 걱정을 듣기도 했는데.. 활 욕심이 많아서 참 많이도 열심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쉬운 마음이 더 많다. 암 투병을 할 때 진작 알았더라면 만나서 얘기를 나누었을텐데.. 그녀 곁에 앉아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을 터인데. 서로 바쁜 지금의 세상에서는 여유를 가지고 누구를 찬찬히 돌아 볼 겨를을 거부한다. 참으로 그녀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다 하고 떠났을까. 활쏘기가 골프보다 더 좋다고 함박웃음을 짓던 그녀는 죽음과의 만남이 이렇게 빨리 올 줄 알았을까?

죽음준비교육의 현장에서는 웰다잉을 말한다. 웰다잉하려면 웰빙이 되어야 한다. 참으로 잘 살아야 잘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전에 웰다잉 강사들 몇몇이 모여서 얘기를 나누던 중 ‘죽기전에 이것만은 꼭 해보고 싶다’는 얘기를 누군가가 꺼내었다. 죽음준비교육의 장에서 논의가 되는 주제라 새로울 것이 없었는데 그날은 꽤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죽음이라는 말은 삶을 내포하고 있다. 죽음 없이 삶이 존재하는가? 삶이 없으면 죽음도 없다. 지금 살아 숨 쉬는 이 순간을 누려야 한다. 행복하게 누리며 살아내어야 한다.

데인 셔우드는 ‘죽기전에 꼭 해볼 일들’에서 다음과 같은 일들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혼자 갑자기 여행을 떠난다.

누군가에게 살아 있을 이유를 준다.
악어 입을 두 손으로 벌려 본다.
2인용 자전거를 탄다.
인도 갠지스강에서 목욕한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다.
누군가의 발을 씻어준다.
달빛 비치는 들판에서 벌거벗고 누워 있는다.
소가 송아지를 낳는 장면을 구경한다.
지하철에서 낯선 사람에게 미소를 보낸다.
특별한 이유없이 한 사람에게 열장의 엽서를 보낸다.
다른 사람이 이기게 해준다.
아무날도 아닌데 아무 이유없이 친구에게 꽃을 보낸다.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른다.
나는 죽기 전에
날짜를 정하지 않고 느닷없이 여행을 떠나고 싶다.  
어른을 위한 동화 같은 시(詩)를 쓰고 싶다.
해수욕장에서 비키니를 입어보고 싶다.
나를 꼭 닮은 내 딸의 딸을 보고 싶다.
봉사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이 허락되었으면 좋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세계여행을 하고 싶다.
당신은 죽기 전에 어떤 일을 꼭 해보고 싶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