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례의 제도화된 애도 2.곡(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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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2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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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서윤 호원대 강사

상장례(喪葬禮)의 절차에서 유족의 사별슬픔을 가장 잘 나타내 주는 것이 곡(哭)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 대해 김열규(2001)는 곡(哭)이야말로‘상례복합증후군’의 대변자요 주역이라고 했다. 곡(哭)은 곡읍(哭泣)이라고 했지만, 곡(哭)은 그냥 울음과는 다르다. 다 같이 슬픔, 곧 애(哀)의 극(極)이 다름 아닌 읍(泣)이고 곡(哭)이지만, 읍(泣)과는 달리 곡(哭)은 제도요 또 문화라 할 수 있다. 읍(泣)과 마찬가지로 슬픔이라는 자연적인 인간 감정의 표출이긴 하지만, 곡(哭)은 그것이 일어나는 맥락이 정해져 있는 제도(制度)라는 점에서 그것도‘감정의 제도’라는 점에서 수시로 순발적으로 우는 읍(泣)과는 확연하게 다른 개념이다.

최길성(1990)은 한국인의 울음의 특징을 세 가지로 요약하고 있다.

첫째는 울음은 슬픈 감정의 표현이다. 형식성이 강한 경우에 슬픈 감정을 넘어서 행해지는 형식적 곡을 의례적으로 강제(强制)하는 것은 슬픈 감정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둘째로 울음에는 사회적 관계가 반영되고 있다.

즉 슬픈 사회적 상황이 감정적으로 표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부부관계, 친자관계, 친구관계 등의 사회적 상황이 울음의 표현을 통해서 감정적 관계와 상관관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는 언어적 의미전달의 차원을 넘어서 감정적 혼합의 분위기를 창출한다. 같이 운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감정적으로 혼연일체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울음의 기능은 슬픈 감정이나 공포감을 해소시키고, 종교적으로 승화되어 의례적 기능으로까지 발전하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곡은 슬픈 마음의 형식적 표현이다. 곡을 잘하는 사람은 <예법을 아는 사람>이라 한다.‘대개 남편의 죽음에 곡하는 것은 예(禮)로 하고, 자식의 죽음에 곡하는 것은 정(情)으로 한다.’고 슬픔을 구별하고 있으나 그것은 정도의 차이에 불과할 것이다. 가슴을 치면서 슬프게 곡을 하는 것이 있는가 하면 아주 형식적인 울음도 있다.

또 슬픈 마음이 생길 때는 아무 때나 곡해도 좋은 경우가 있고 일정한 의례에서 정해진 대로 행해지는 곡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는 것이다.

전통 상장례의 절차에서 슬픔을 표현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으로 언급되는 것이 곡(哭)이다. 곡(哭)의 형태는 절차의 횟수와 관계없이 곡벽무수(哭擗無數), 빙시곡벽(憑尸哭擗), 애곡벽용(哀哭擗踊), 대곡(代哭), 무시곡(無時哭), 각취위곡(各就位哭), 애지불곡(哀至不哭), 조석곡(朝夕哭), 곡(哭)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석곡(朝夕哭)은 상례 기간 동안, 문자 그대로 상주가 아침과 저녁에 제(祭)를 올리면서 곡을 하는 것이고, 빙시곡벽(憑尸哭擗)은 시신을 붙들고 몸부림치면서 곡하는 것인데, 이것은 남녀(男女), 세대차(世代差)등에 따라서 양식이 달라진다. 애곡벽용(哀哭擗踊)은 가슴을 치고 발을 굴리면서 하는 곡(哭)중의 곡(哭)을 의미한다. 이러한 곡의 형태에 있어서 상장례 기간 내내 곡소리를 이어가지 위해서 대곡(代哭)이라고 하여 상주 대신 곡(哭)을 해 주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는 사별의 슬픔을 곡(哭)으로 승화시키고자하는 의미를 가진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곡(哭)이 단순히 한가지의 기능과 역할로 상장례에서 규정되

어 진행된 것은 아니다. 곡의 정도는 절차의 의미와 시간적 요소에 의해 구분되어지고, 또한 의례의 공간적 구분과도 상관관계를 가지면서 진행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곡(哭)이 곧 제도화된 울음이라는 개념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 상장례에서 갖는 기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주목된다. 죽은 이와 별리를 확인하는 것으로써, 물론 비애, 회한 등이 노출될 것이지만 이에 덧붙여서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숨겨진 구실을 곡(哭)은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가족간(家族間)이라고 해도 살다보면 어느 사이에 알게 모르게 서로 마음의 고(苦)가 접히고 그래서 척(尺)이 지기도 할 것이다.

곡(哭)은 마지막으로 그 고를 풀면서 유대를 재건하고 거듭 강화하는 구실을 능동적으로 수행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서 회한(悔恨)과 고회(苦懷)가 거기 눈물에 섞여서 흐를 것이고 보면 묵은 감정의 정화로 해서 살아 있는 자들의 시공(時空)이 정화되기도 할 것이다. 곡(哭)은 개인적인 차원 그리고 가족적인 차원의‘고풀이’이고‘씻김굿’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상주가 머리를 풀고 곡(哭)하는 일을 발상(發喪)이라 하는데, 발상(發喪)은 곡(哭)을 하여 초상(初喪)을 이웃에게 알리는 의례이다. 속굉때에 하는 곡은 숨을 거두는 순간이므로 자연스러운 울음의 폭발이지만 발상에서는‘애고애고...’,‘아이고 아이고...’하며 의도적으로 곡을 그치지 않는 것도 발상의 구실 때문이다. 이 후에 산 자와 죽은 자가 처음으로 분리되는 순간인 입관에서도 가족들은 곡을 한다. 더 이상 죽은 이의 모습을 볼 수 없다. 특히 관 뚜껑을 닫고 못을 칠 때에 곡성(哭聲)이 커진다.

주검을 다루는 손길은 입관에서 마무리가 된다. 이때부터 산 사람과 주검의 관계도 달라지고 주검과 영혼의 관계도 공식적으로 분리되어 다루어진다. 상주는 입관 전까지는 무시로 곡을 하며 주검을 지켰으나, 입관 뒤부터는 아침, 저녁으로만 곡을 하게 되는 조석곡(朝夕哭)의 절차로 전환된다. 무시곡(無時哭)에서 조석곡(朝夕哭)으로 곡이 바뀌게 되는 것을 규정하고 곡의 시간과 장소를 정한 것은 곡이 상장례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상장례의 절차 중에는 반곡(反哭)과 졸곡(卒哭)의 절차가 있어 곡의 마침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절차의 세분화는 결국 시간과 공간적인 변화에 맞추어 곡의 시기를 무시곡(無時哭)에서 조석곡으로, 조석곡에서 졸곡으로 전환시킴으로써 곡을 멈추게 하고 슬픔의 표현인 곡을 그치게 하여 일상으로 돌아오게 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제도를 통한 슬픔의 통제와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한 단계적 치유의 개념이 포함되어진 것으로 매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습(襲)하기 전에도 가슴을 치면서 곡을 하지만, 위위곡(爲位哭)이라 하여 반함(飯含)때에 자리를 정하고, 정해진 자리에서 곡을 통한 유족의 위치까지를 통제하여 자리를 규정함으로써 슬픔의 제도화를 통한 친족의 범위와 슬픔의 정도를 규정한 표현으로 보인다.

이처럼 슬픔의 제도화의 과정이 상호 관련되어 일상복귀를 목적으로 단계적인 절차를 중시하는 과정에서 시간과 공간에 변화를 줌으로써 슬픔을 치유하고 위무(慰撫)하여 의례의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고자 하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