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사는 것은 결코 행복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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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3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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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어느 고을에 현조(玄祖, 오대조할아버지) 내외로부터 자기 부모까지 모시고 사는 젊은이가 있었다. 그 사람이 사는 곳은 현조가 전쟁에 참가하여 공을 세우자 조정에서 땅을 하사 받아 그곳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어찌된 영문인지 죽지를 않는다. 현조는 150살이 되었는데도 살고 있다. 문제는 할아버지 부부를 비롯하여 증조, 고조, 현조 부부 모두 치매에 걸려 모이면 싸움이 벌어져 엉망이 된다. 심지어는 X을 싸서 서로의 얼굴에 바르고 웃기도 하고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짓들을 하는 괴물들로 변해가는 것이었다. 어떻게 할 수 없어서 칸막이로 칸을 만들어 8명의 할아버지, 할머니를 각각 떼어서 생활하도록 했다. 이들이 사는 모습은 짐승처럼 변하여 개나 돼지와 다를 바가 없었다,

치매가 들어도 음식 욕심은 대단했다. 잘 먹고 부지런히 움직이니 몸은 50대를 유지한다. 체력이 건강하니 아무리 치매가 걸려도 동물 본능의 욕망(?)은 자연스럽다. 이분들은 회갑이 지나면 치매가 왔다. 치매가 오고 150살까지 살고 있으니 그보다 더 큰 천형(天刑)이 어디 있겠는가? 그 모습은 보는 젊은 아들과 아버지는 자신의 앞날을 보는 것 같아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던 어느 해 한 승려가 집으로 온다. 산세를 따라 여기까지 왔노라고 했다. 여기쯤 오면 오래 사는 인간들의 모습을 통해 지옥을 볼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룻밤을 자고 다음날 그 집의 지형을 살피고 사용하는 물을 유심히 관찰한다. 그리고는 증조부터 현조 까지 사용하는 물은 지금까지 써 오던 물을 사용하지 말고 산 뒤편의 물을 쓰라고 했다.

일 년이 지나고 현조내외가 죽었다. 2년이 지나자 고조내외가 죽고 3년이 지나자 증조내외가 죽었다. 삼년이 지난 어느 날 그 승려가 다시 왔다. 젊은 손자에게 치매 든 8명의 노인을 모시다가 두 명만 모시니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다. 그 말에 손자가 웃는다. 그 웃음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 집터는 남향으로 앞은 넓은 평야가 펼쳐지고 서에서 동으로 하천이 흐르는 말 그대로 인간이 살기에는 매우 좋은 생거복락지(生居福樂地)였다. 집 뒤편의 산은 옻나무와 가죽나무 자생지로 물맛이 귀가 막히고 벌레도 나오지 않은 신천지의 땅이었다. 산 앞으로 흐르는 물은 오래 마시면 장수는 하지만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기고 산 뒤편으로 흐르는 물은 그 반대의 물이 나오고 있었다. 이 집을 지은 현조는 오래 살고 싶은 욕망으로 산 앞의 물을 사용했다. 승려는 그 사실을 알았다.

사람들은 기대수명 120세를 생각하며 좋아한다. 그리고는 9988234(99세까지 팔팔하게 살다가 2-3일 아프고 죽자)를 하자고 한다. 인간들의 인생길은 생각하는 것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러므로 적정한 나이에 죽어야 한다. 옛 어른들은 이 세상 머물 나이를 80이라고 했다. 80이 넘으면 남의 나이를 먹는다고 했다. 지금의 80 나이는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앞으로는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문제는 좋은 환경에서 아무리 건강한 생활을 해도 나이가 많아지면 추해지고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한다. 재작년 통계로 100살이 넘은 노인이 전국적으로 1000명이 넘었다고 한다. 많은 노인들은 항생제로, 연명치료로 살고 있다. 약의 힘을 빌리고 남의 도움을 받는다. 옛날 같으면 엄두를 내지 못할 세상이 펼쳐진다. 인간이 오래 산다는 것은 결코 행복한 일만은 아니다.

얼마 전 투석을 하던 69세 엄마를 30대 후반의 아들이 유기(?)해서 버렸다. 과부인 이 엄마는 입을 다물었고 어느 요양원로 들어갔다. 투석을 하지 않아 이틀 만에 죽었다. 그 아들을 찾았더니 결혼도 못한 정신이상자였다고 한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엄마를 버렸을까? 그 엄마는 얼마나 살기가 버거웠으면 입을 닫았을까? 이런 일들이 앞으로는 비일비재할 것이다. 병이 들어 오래 사는 것은 모두를 힘들게 한다. 부모도 마찬가지이다. 오는 세월 속에서 병든 5-60대의 모습을 본다. 과연 이아들에게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한국 CSF 발전 연구원장/박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