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그 오래된 새 길을 가다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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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3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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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韓國人의 生과 死를 논하다 (2) -

지난 시간엔 한국인의 죽음의례가 장례(葬禮)인지 상례(喪禮)인지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한국인의 죽음과 죽음의례를 살펴보고 있는 지금 우리에겐 사소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용어에 대한 이해이다. 용어의 이해는 그 말 한마디를 통해 그 속에 어떤 세상과 의미를 담고자 했는지를 알려주기 때문이며 오래된 길을 열어가는 몇 안 되는 열쇠가 된다. 그래서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이러한 용어를 통해 당시의 생각과 생활을 이해하고에 해석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지금 우리에겐 말 한마디가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한국인으로 태어나 살아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를 가지는 것인지, 그리고 그 속에서 맞이한 죽음이 지금 한국인으로 살아가는 오늘 우리가 맞이하는 죽음과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전통사회에서 맞이한 죽음은 어떤 의미였을까? 유교의례인 상례(喪禮)가 간직한 죽음의례의 절차는 초종(初終)의 단계로부터 길제(吉祭)까지 총 19단계의 대절차(大節次)와 60단계의 소절차(小節次)로 구분되어진다. ‘임종(臨終)’을 맞이하면서 죽음의례가 시작되어지고 3년상으로 통칭되어지는 긴 죽음의례의 터널을 지나 정확히는 약 29개월의 시점에 ‘길제(吉祭)’를 마지막으로 죽음의례가 마무리 되어 진다. 그렇다고 전통의례에서 ‘탈상(脫喪)’이라는 용어가 쓰여 진 것은 아닌데, 현대를 사는 우리는 상례(喪禮)가 아닌 장례(葬禮)를 지내면서도 상(喪)에서 벗어난다는 탈상(脫喪)을 하는 줄 알고 있다. 지금이야 임종한지 3일만에 화장장에서 상복(喪服)을 벗어던지고 탈상(脫喪)을 하던지, 좀 더 의식이 있다면 삼우제(三虞祭)를 마치고 5일 만에 탈상(脫喪)을 한다고 한다. 죽음의례를 주관하고 종사하는 사람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고 아무도 묻지 않는다. 장례(葬禮)를 마치면 탈장(脫葬)이나 종장(終葬)이지 왜 갑자기 탈상(脫喪)이 되는지 오히려 묻고 싶다. 이래서 이 글을 쓰는 나에겐 아직 용어의 정의가 중요하다고 본다. 단어 하나에 우리의 생각과 의미를 담지 못하고 있는 현재를 바라보면서 우리의 죽음의례는 안타깝지만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정의한다.

 그렇다면 유교의 죽음의례인 상례(喪禮)를 지내면서 언제 상(喪)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 대해 『禮記』「祭義」篇에서는  “君子有終身之喪 忌日之謂也 忌日不用 非不祥也.”라 하였다. “군자는 종신토록 행할 상이 있으니, 이는 기일을 이르는 것이다. 기일에 다른 일을 하지 않으니 상서로운 일이 아니면 하지 않는다.”고 하여 부모의 상(喪)이 길제를 통해 마무리되어 탈상(脫喪)하는 것이 아니고, 기제(忌祭)로 이어져 상례(喪禮)가 지속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그래서 “君子生則敬養, 死則敬享.”이라 하여, “군자는 살아서는 곧 공경하여 봉양하고, 돌아가셔서는 공경하여 제사를 지낸다.”고 한 것인데, 이러한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思終身弗辱也”라 하여 “몸을 마치도록 욕되게 하지 않을 것을 생각하기 때문이다.”라고 하였다. 이 말대로라면 지금 우리에게 군자는 없는 듯하다.

결국, 우리의 죽음의례를 논하는 과정에서 장례(葬禮)는 없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우리의 죽음의례는 상례(喪禮)로 해석되어야 하고, 그 상례(喪禮)의 기간도 3년상으로 단정할 수는 있는 것이 아니라 기제(忌祭)와 연결되어 자식 된 도리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모님의 상(喪)은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가야 하는 것이기에 당연히 탈상(脫喪)도 없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 우리의 현실은 평생을 자식걱정에 밤잠도 제대로 못 이루시고 살아오신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30시간도 안 걸리는 장례일정에 삶의 현실을 앞세워 자식들과 손주들이 모두 참여하지도 않는 죽음의례에 종교별로 다른 의식을 통해 각자 이별한다. 정성이 조금 더 남아 있다면 삼우제(三虞祭)를 더해 5일장을 마치고 ‘탈상(脫喪)’이라고 하는 의례절차를 통해 무거운 짐을 벗어 버리듯 일상으로 돌아간다. 이런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지금 우리의 의례는 어떤 의미와 생각을 담고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유난히 오늘 겨울밤 바람이 더 춥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