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할 일이 생겼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3 11:23

본문

박철.jpg
축하(祝賀)라는 말은 합부로 하는 말이 아니다. 축하의 사전적인 의미는 ‘남의 경사를 기뻐하고 즐거워한다는 뜻으로 인사함. 또는 그런 인사.’라고 한다. 축하의 한문 뜻은 축(祝)은 빌다, 기원하다, 신을 섬기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 하(賀)는 하례하다, 경축, 경사 등의 뜻을 가지고 있다. 한마디로 ‘경사를 빌어 준다.’는 말이다. 오랜만에 장례업계에 축하할 일이 생겼다. 한국장례업협회와 한국전문장례식장협회가 합쳤다. 두 단체는 동일한 일을 하면서도 조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공통적인 의견을 내어야 할 부분에도 공통적인 의견을 내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그런데 두 단체가 서로 한발씩 양보해서 합쳤다. 지도부의 결단에 진심으로 축하하며 앞으로 두 단체가 합심 단결하여 좋은 일들을 많이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두 단체의 합동은 축하할 만한 일이고 축하해야 할 것 같다.

필자가 한국의 CSF『의례(ceremony) 상조(sangjo), 장례(funeral)』판과 인연을 맺은 것이 벌써 20년이 지났다. 한국장례신문을 만난 지도 7년이 지났다. 그 많은 세월이 흘렸는데 아직도 한국의 CSF판은 많은 국민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고 있다. 의례분야인 혼인, 돌잔치, 회갑, 칠순 등의 가정의례 행사는 삶의 과정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준비하는 과정도 있고 실제 행사가 진행되고 나면 진행된 후에 피드백(어떤 행위나 동작 등에 대한 결과나 반응을 보고 조정을 가하는 일)이 이루어져 잘, 잘못을 따지게 되어 점진적으로 개선할 부분들은 개선시켜 가는 효과도 크게 나타났다. 그러나 장례는 사람이 유명을 달리하는 죽음이 일어나야 그 때부터 일이 진행된다. 장례는 주검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삶속의 과정에서 일어나는 의례와는 많은 부분에서 예외가 적용된다.

대개의 장례는 삼일장으로 한다. 과거 우리나라는 집밖에서 죽으면 무조건 객사(客死)로 보았다. 그래서 밖에 나갔다가도 죽을 때가 되면 집으로 들어와야 했다. 보편적으로 그 집의 주인인 아버지, 어머니, 아들 내외 등은 방에서 죽는다. 자손이 없거나 남의 집에서 죽는 경우, 아무리 형제간의 집이라 하더라도 자기 집이 아닌 경우에는 주로 소 마구간을 죽음의 장소로 택했다. 옛날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자신의 죽을 날을 미리 알았다. 그 죽음의 날이 오면 죽을 곳을 찾아 간다. 자손도 없고 양자도 세우지 못하면 자신의 제사를 부탁할 집이나 주검 처리를 부탁할 사람의 집 마구간을 찾아가 죽음을 맞을 그 시간에 죽었다. 맑은 영혼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죽음 날이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았다. 우리나라 민속에서 마구간은 모든 살(煞)을 방지하는 곳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마구간은 출생과 죽음이 있었던 곳(?)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죽음의 장소가 바뀌었다.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핵가족화이라는 해괴한 가족조직이 생기고부터 죽음의 장소는 병원이나 요양원이 되고 고인과 이별하는 장소는 장례식장이 되었다. 편리성과 합리성의 논리가 주는 묘한 마력에 의해 당연히 공동체 안에 있어 할 태어남과 죽음이 공동체 밖으로 사라져 버렸다. 인간이 갖는 최초의 소리인 아기가 태어나는 소리와 이 땅을 떠나는 사람을 안타까워하는 눈물의 소리가 공동체 안에서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아파트 마다 있어야 할 상청(喪廳)과 산후조리원이 전혀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재일원로민속학자 C씨는 사람을 살려야 할 병원이 죽음을 치다꺼리하는 장소가 되어 돈을 버는 아이러니가 있는 곳이 한국이라고 힐난한다. 그 원인을 제공한 자들이 누구인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런 그들이 아직도 장례판을 떠나지 않고 있다.

인간의 태어남과 죽음의 궁극적인 책임은 국가와 공동체의 몫이다. 태어남과 죽음을 통하여 순기능을 주는 것도 국가와 공동체의 몫이다. 이러한 책임을 감당해야 할 또 다른 한 축이 장례업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의미로 본다면 이번의 한국장례업협회와 한국전문장례식장협회의 통합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고 축하받을 일이다. 고령화로 인하여 앞으로 엄청난 고독사가 일어날 것이다.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두 단체의 통합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또한 정부와 통합된 장례업 단체 간의 유기적인 협조를 통하여 공동체의 순기능이 회복되는 다양한 꺼리들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갖게 된다.
한국 CSF 발전 연구원장/박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