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새로운 발상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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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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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과 바로 인접해 있는 김포는 시내 안에 두 개의 공원묘지가 있다. 시청 뒤편 사적 제202호로 지정되어 있는 인조임금(조선 제16대 왕)의 아버지와 어머니 능인 장릉입구에 있는 장릉공원묘지(일명, 김포공원묘지)와 감정동에 있는 고려공원법인묘지(일명, 고려공원묘지)이다.

1968년 11월 5일자 매일경제에는 ‘11월 착수 11억 투입, 장릉산에 공원묘지, 해외에 산재한 영현 봉안’이라는 제하의 보도가 실렸다. 그 본문을 소개하면 ‘경기도 김포읍 북변리 장릉산 기슭에 국제적 현대시설을 갖춘 우리나라 최대의 규모의 11월부터 설치된다. 보건사회부 허가를 얻어 재단법인 고려봉안회(이사장, 김일준)가 설치키로 한 이 공원묘지는 국내는 물론 국외에 산재해 있는 교포들의 영현을 봉안, 후손들에게 민족의식과 애국심을 고취시키는데 목적을 두고 있는데 앞으로 5년간 총 경비 11억 6천5백만 원을 투입, 장릉산 기슭 약 15만평에 7층의 납골탑등 필요한 건물을 건립하고 주의에는 녹지대를 조성하여 관광공원묘지를 이룩할 계획이다’라는 내용이다.

그때만 해도 공원묘지가 무엇인지 잘 모르던 시절, 장릉산 기슭 15만평의 엄청난 땅을 공원묘지로 허가했다. 보건복지부에서 재단법인을 승인하고 12억 원의 돈을 투자해서 공원묘지를 만들었다. 해외에 있는 교포들의 유골을 모셔 와 봉안하겠다는 놀라운 프로젝트였다. 그 뿐 아니라 녹지대를 조성하여 관광공원묘지로 만들고 장릉과 함께 관광벨트를 만들 계획을 세웠다. 그 좋은 발상이 시간의 흐름 속에 농락당하기 시작했다. 2000년 초에 어떤 사이비 성직자가 유비통신을 퍼뜨려 장릉공원묘지 이전계획을 유포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장릉공원묘지 주변은 공장지대와 상업지대로 허가가 나서 공원묘지 주변 땅값이 평당 2-300만원이라고 했다. 공원묘지가 3-4만평되는데 개발하면 천억 대의 개발이익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무덤들을 개장해서 하성면 어디로 옮길 것이라고 하면서 자신이 그 일을 맡을 계획이라 컨소시엄을 만든다고 했다. 조만간 진행할 것이라고 했고 한술 더 떠 고려공원묘지도 자기가 개장하는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시청 담당자에게 그런 계획이 있느냐고 물었다. 시청 담당자는 전혀 그럴 계획이 없다고 하면서 하성면 어디에 공설묘지를 만들 계획은 있다고 했다. 이미 장릉공원묘지는 묘주들의 연합체가 형성되어 충분히 협의되어야 개장과 이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어떤 사람은 교수를 하던 분도 있고 한 때 정치인으로 이름을 날리던 사람과 경제인, 문인도 몇 분 있다고 했다. 그 외에도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었던 어떤 사람의 무덤도 있다고 했다. 그런 정황들을 파악한 다음 시청으로 공문을 보내어 ‘드물게 시내 안에 있는 공원묘지를 문화재와 연결해서 좋은 관광자산으로 활용하기를 요청’했으나 시청은 아직까지도 꿀 먹은 벙어리로 있을 뿐이다.

일본의 고도(古都)는 보편적으로 공원묘지가 시내 한 복판에 있다. 어디서든지 문을 열면 무덤이 보인다. 공원이 보이는 집이 보이지 않는 집보다 더 비싸다. 서울 어느 아파트촌은 입주단계에 접어들자 공동묘지가 보이는 쪽 집이 보이지 않는 쪽 집보다 훨씬 싸졌다고 한다. 구라파는 공원묘지 가는 길에 카페를 만들고 박물관을 만든다. 사람이 죽으면 그가 쓰던 물건을 그 박물관에 전시하기도 하여 은연중에 인간의 삶과 죽음이 무엇인지를 알아 가도록 만든다. 우리나라는 전혀 그렇지 않다. 시내 안에 있는 공원묘지나 공동묘지는 무조건 파고 보자는 식이다. 그 전형적인 곳이 봉천동 어디이고 천안 어디였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공동묘지나 무덤을 혐오시설로 구분하려고 했다. 죽음과 관련된 시설뿐만 아니라 요양원, 장애시설까지도 혐오시설로 여기는 님비현상이 곳곳에서 생겼다. 님비현상을 조장하는 사람들은 자기들은 영원히 살줄로 착각한다. 그 중심에는 인기에 영합한 지자체장과 편 가르기를 밥 먹듯이 하는 자들이 있다. 인류국가나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혜를 모으면 혐오시설이 오히려 지자체의 효자시설이 될 수 있고 돈을 벌어주는 관광시설이 될 수 있다. 선인(先人)들이 많은 의논과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을 번복하고 파헤친다면 반드시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먼저 살다간 사람들은 분명 후세들을 위해 일했다.

지금 우리는 누구를 위해서 살고 있는가?

한국 CSF 발전 연구원장 박철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