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그 오래된 새 길을 가다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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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6-03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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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喪禮를 論하다 (1) -

지난 시간 전통사회에서 맞이한 죽음의 의미를 살펴보면서 유교의 죽음의례인 상례(喪禮)가 간직한 죽음의례의 절차는 초종(初終)의 단계로부터 길제(吉祭)까지 총 19단계의 대절차(大節次)와 60단계의 소절차(小節次)로 구분되어진다고 하였다. ‘임종(臨終)’을 맞이하면서 죽음의례가 시작되어지고 3년상으로 통칭되어지는 긴 죽음의례의 터널을 지나 정확히는 약 29개월의 시점에 ‘길제(吉祭)’를 마지막으로 죽음의례가 마무리 되어 진다.
이를 의례의 절차와 일정을 절차별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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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모든 논의는 그림에서 보여 진 바와 같이 일정과 절차를 함께 아우르면서 진행할 것이다. 이렇게 일정별 의례절차를 중심에 놓고 논의를 진행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의례적 절차와 행위의 바탕에는 그 의례절차를 그 시기에 반드시 할 수 밖에 없는 절박함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일반적인 시각으로 상례를 연구하였던 대부분의 지식인들이 숲과 나무의 관계를 보지 못하고 나무만을 살펴 숲에서 길을 잃었던 전철을 밟고 싶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 우리가 또 다시 오래된 새 길을 가기위해 나선 마당에 반드시 그 길을 또 갈 수야 없지 않겠는가. 의례에 대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해는 우리에겐 꼭 필요한 안내자이자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상례를 구분할 때 크게 세부분으로 나눈다. 초종의례, 장송의례, 상중제의례가 그것이다. 초종의례는 처음 죽음을 맞이하여 진행되는 절차를 말하고, 장송의례는 죽은 이를 떠나보내는 의례이며, 상중제의례는 상중에 진행되는 모든 제의례를 의미한다.

이를 세부적으로 보면 첫 번째 절차는 초종(初終)이다. 초종(初終)은 ‘돌아가시다’라는 의미로 죽음을 맞이하는 절차를 말한다. 1일차에 초종이후에 진행되는 절차는 습(襲)으로 시신을 깨끗이 씻기고 습의(襲衣)를 입히며, 반함(飯含)하는 절차로서 시신을 정화하는 절차를 말한다. 운명한 다음날에 진행되는 소렴(小斂)은 시신을 소렴포로 싸서 묶어 관에 넣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절차이이고, 3일차에는 앞서 소렴에서 염포로 싸서 묶은 시신을 다시 옷과 이불을 더해 대렴포로 싸서 관에 넣는 절차인 대렴(大斂)인 진행된다. 3일째에 대렴하고 입관하는 것은 혹시 살아나기를 기다리는 효성 때문이라고 하였다.  

4일차에 오복의 제도에 맞추어 상주들이 복을 입는 절차인 성복(成服)의 의례가 있는데 현대의례에서 성복제로 잘못 진행되는 부분이다. 성복 후부터 정식으로 문상(問喪)을 받고, 시식한다. 조석전(朝夕奠)과 조석(朝夕)으로 상식(上食)을 올리고, 곡이 끊이지 않게 하는데 이를 대곡(代哭)이라고 한다. 이후 3개월간 조상(弔喪)하게 되는데, 조(弔)란 상주를 위로하고 고인의 명복을 비는 일을 말한다. 따라서 예서(禮書)에서는 영전에 드리는 전(奠)과 부의(賻儀), 그리고 문상방법에 대한 설명이 주를 이룬다. 현재는 쓰이지 않는 절차인 문상(聞喪)은 상주가 멀리서 부고를 들었을 때 하는 행위와 해야 하는 일, 성복하는 일시 등에 관한 절차를 말한다. 아울러 이 기간 장사할 시간과 장소를 정하는 치장(治葬)의 절차가 있는데, 상기(喪期)는 천자는 7개월, 제후는 5개월, 대부는 3월, 선비는 1월을 넘겨 장사 지냈다. 그러나 대부분이 3개월 만에 장사를 지냈기 때문에 이 기간 내에 장사지낼 땅을 잡아야 한다. 터가 정해지면 조전(朝奠)이나 석전(夕奠)을 올릴 때 고유(告由)를 한다. 고유를 한 후 묘역을 정리하고 토지신(土地神)에게 고(告)한 후에 광중을 파고 회격을 한다.

시간이 흘러 장사 하루 전에 발인하기 위해 영구를 옮기고 조상에게 인사하는 절차 천구(遷柩)를 진행하고, 다음날 아침 영구를 상여에 싣고 장지로 운반하는 절차인 발인(發靷)을 진행한다. 이때 행상의 순서는 방상씨 ⇒ 명정 ⇒ 영여 ⇒ 만장 ⇒ 공포 ⇒ 삽 ⇒ 상여 ⇒ 상주와 복인 ⇒ 존장 ⇒ 무복친 ⇒ 빈객의 순이다. 영구가 장지에 도착하여 진행하는 절차로 장사를 지내는 급묘(及墓)의 절차가 진행되게 되는데, 이때 신주의 분면에 글씨를 쓰는 제주(題主)를 하고, 제주를 마치면 제주전(題主奠)을 올리게 된다. 제주 후에는 영여에 제주한 신주를 모시고, 장지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곡하는 절차인 반곡(返哭)이 이어진다.

반곡하여 첫 번째 제사인 초우제(初虞祭)가 진행되는데, 상중(喪中)에 처음으로 지내는 제사로 흉제(凶祭)에 속하나 반드시 장사 당일에 지내야 하기 때문에 길이 멀 경우 도중에서 지내기도 한다. 당일 초우제(初虞祭)를 지내고 유일(柔日)에 재우제(再虞祭)를, 강일(剛日)에 삼우제(三虞祭)를 지내게 된다.

삼우제(三虞祭)를 지낸 후 강일(剛日)을 택하여 곡을 그치는 의례인 졸곡(卒哭)의 절차가 있다. 다음으로 고인의 신주를 조상의 곁에 합사하도록 하는 절차인 부제(?祭)로 이어지게 되며, 이후 기년(朞年)을 맞아 고인을 추모하는 제사로 사망 후 13개월이 되는 날 소상(小祥)을 지내고, 초상(初喪)으로부터 윤달을 계산하지 않으면 25개월이 되는 날에는 대상(大祥)을 지내게 된다. 그리고 임종으로부터 27개월째에 평상(平常)의 상태로 돌아가기를 기원하는 제사인  담제(?祭)를 지내며, 마지막으로 고인의 사후 28개월 혹은 29개월째에 신주(神主)의 대(代)를 바꾸고 집의 계승할 종손이 바뀌었음을 공포하는 제사인 길제(吉祭)를 지내게 된다. 이것이 상례 19단계의 절차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이다.
그 세부적인 의미와 시공간적 해석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다분히 고루하고 지루한 의례적 절차로 남을 것이다. 그런 의례를 지금 우리는 새롭게 생명을 불어넣어 만나고자 하는 것이다. 오래된 새 길을 간다는 새로운 시각에서 말이다.                    <다음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