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가족 기다리던 다문화 가정 홀로 장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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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7-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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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사고로 희생된 베트남 출신 한윤지씨(29)가 16일 홀로 먼저 길을 떠났다. 지난 4월23일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와 전남 진도 팽목항 신원확인소에 안치된 지 85일 만이다.

한씨의 장례식
은 목포시 화장장에서 치러졌다. 정식 장례가 아니어서 영정도 없이 진행됐고, 한씨의 시숙과 친정아버지 판만차이(62) 등 10여명만 참석했다.
임시 장례는 한씨 친정의 뜻에 따른 것이다. 한씨의 유가족들은 함께 실종된 남편 권재근씨(52)와 아들 혁규군(6)을 찾을 때까지 장례를 미뤄왔다. 하지만 “베트남에서는 죽은 지 90일이 넘도록 장례를 치르지 않으면 영혼이 구천을 헤매게 된다”는 이야기를 한씨의 베트남 가족으로부터 듣고 먼저 장례를 치르기로 했다.

베트남에서 귀화한 한씨는 가족과 함께 제주에 귀농하기로 한 뒤 새 보금자리까지 마련해 놓고 지난 4월16일 제주행 배에 몸을 실었다가 변을 당했다.

가족을 찾지 못한 채 먼저 떠나야 하는 한씨의 한을 아는 듯 목포시 화장장의 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덮였다. 운구가 시작되자 유가족들은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오열을 토해냈다. 관을 붙잡고 발버둥을 쳤지만 예정된 이별의 순간은 피할 수 없었다.

낯선 이국땅에서 한 줌의 재로 남은 한씨를 유족들은 가슴에 묻었지만 그리움까지 묻지는 못했다. 판만차이는 “베트남 집을 다 지으면 놀러 온다고 했는데 모든 게 물거품이 됐다”고 울음을 삼켰다. 여동생 판녹한(26)도 “제주도에 정착한 뒤 베트남에 오겠다며 옷과 신발을 사서 보여줬다”며 “사고나던 날 제주에 간다고 통화한 것이 마지막이었다”고 비통해했다. 실종된 권씨의 형 오복씨(59)도 “연속극을 보면 설명을 해줄 정도로 한국말도 유창하고 똑똑했다”며 “몇 년 전 귀화해 동생이 윤지라는 예쁜 이름도 지어줬다”고 했다.
한씨의 유해는 육군 헬기로 부평까지 이송돼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들이 있는 인천가족공원 만월당에 안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