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회사 부실 주의보…파산시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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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0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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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인 김모(45) 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김 씨는 2001년 홀로 계신 아버지 몫으로 상조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품에 가입한 뒤 매월 3만 원씩 60개월 동안 총 180만 원의 납입금을 완납했다. 김 씨는 얼마 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해당 회사와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얼마 전 폐업했다는 얘기만 전해들을 수 있었다. 김 씨는 다른 업체를 통해 장례식을 마쳤으나 다달이 부었던 돈을 되찾을 길이 없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했다.

#2. 주부 윤모(48) 씨는 자신의 이모를 위해 1995년 12월 상조회사 회원으로 가입한 뒤 2003년 10월까지 총 120만 원의 납입금을 냈다. 이후 2006년 11월 이모가 사망했지만 이모가 천주교 신자였던 관계로 성당 측이 장례를 치러 주어 윤 씨는 상조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윤 씨는 상조업체 측에 계약을 해지하고 납입금 환급을 요구했지만 상조 업체는 납입금 환급을 거부했다.

최근 상조 회사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면서 김 씨나 윤 씨 같은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상조 업체가 우후죽순처럼 난립하면서 그만큼 소비자 피해도 급증한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등록된 피해 사례만 해도 올 들어 5월까지 상조 업체와 관련한 피해 상담 건수는 925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79.6% 증가했다. 연간 피해 상담 건수는 2004년 91건에서 2005년 219건, 2006년 509건, 2007년 833건, 지난해 1374건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7월 25일 전국 상조회사 281곳을 대상으로 벌인 서면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현장 조사 결과 38개 업체에 대해 시정 조치를 내렸다.

피해 건수 5년 새 14배 늘어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2008년 말 기준 전국 281개 상조회사의 총 가입 회원 수는 약 265만 명에 이르며 고객 불입금 잔액은 약 9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3년 72개에 그쳤던 상조회사의 수가 불과 5년 만에 네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전 준비 없이 무분별하게 상조업에 진입하는 회사가 많다”며 “급격한 상조 업체의 증가에 따른 경쟁 심화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낳았고 그 결과 소비자의 피해가 크게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상조 업체 대다수가 자본금 1억 원 미만의 소규모 영세사업자들인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조사 대상의 62%인 176개사가 자본금이 1억 원 미만이었으며 3억 원 이상인 회사는 37개사로 전체의 13.2%에 불과했다. 또 자산이 3억 원 미만인 회사는 149개사(53%), 회원 수 1000명 미만인 회사는 131개사(46.6%)였다.

이에 따라 상조 업체에서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상위 회사들의 자산 총액, 고객 불입금 총액, 상조 회원 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 상위 5개사의 자산 합계액이 전체 자산 총액의 50.7% 상위 10개사의 고객 불입금 합계액이 전체 총액의 56.2%, 상위 12개사의 회원 수 합계가 전체 총회원 수의 59%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상조 업체들의 경영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상조 업체의 2008년 총자산은 5492억 원이었다. 고객들이 낸 돈인 불입금 8989억 원 대비 61%에 그치는 액수다. 현재 상조 업체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자산을 모두 팔아도 고객이 낸 돈을 모두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 중 고객 불입금 대비 총자산이 50% 미만인 상조 업체는 99개로 전체 상조 업체의 35.2%를 차지했다. 이들 97개 업체에 가입된 회원은 2008년 기준 108만 명으로 2007년에 비해 35만 명이 증가했으며 가입 비중은 38.7%에서 40.6%로 1.9% 늘어났다.

또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부산상조(871억 원)이고 보람상조(793억 원), 대구상조(460억 원), 현대종합상조(493억 원), 새부산상조(221억 원)순으로 나타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5개 업체의 자산 합계액은 상조 업체 전체 자산 합계액의 50.7%인 2784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할 것은 상조 업체의 고객 불입금 지급여력평균비율이 47.5%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는 점이다. 지급여력비율이란 파산했을 때 상조 회원에게 돈을 돌려줄 수 있는 비율이다. 고객 불입금과 자본 총계를 합한 금액을 고객 불입금으로 나눈 것으로 비율이 높을수록 재무 상태가 좋다는 뜻이다.

특히 고객 불입금 지급여력비율이 50% 미만인 업체는 139개(49.4%)로 이들 업체에 가입한 회원은 모두 164만 명이었다. 전체 가입자의 61.7%를 차지한다.

더구나 파산 시 고객 불입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하는 업체 역시 47개(16.7%)나 됐다. 이들 업체에 가입한 회원은 21만 명(7.8%)에 달한다.

특약은 계약서에 ‘반드시’ 명기해야

한편 지역별로 영남권이 전체의 50.2%, 수도권(서울 인천 경기)이 전체의 30.2%를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업체에 가입된 회원 수를 보면 수도권(146만 명, 55.2%)과 영남권(104만 명, 39.3%)이 전체 회원 수의 94.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상조 서비스를 가입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몇 가지 유의 사항을 내놨다. 첫째 계약서의 내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 것. 계약 해지 시 환급 금액, 서비스 제공 대상 지역, 서비스 내용 중 추가 요금 지금 유무를 확인하고 해지 시 전액 환급해 준다든지, 시중보다 저렴하다든지 하는 영업사원의 구두 약속은 반드시 계약서에 명기하도록 해야 한다. 또 공정위가 2007년 내놓은 표준 약관을 준수하고 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둘째, 허위·과장 광고를 주의해야 한다. 상조 업체들은 보증보험, 상조이행보증에 가입돼 부도·폐업에도 안전하다고 광고한다. 실제로는 상조 보증회사들이 재산적 권리까지 보증하지는 않고, 주로 단기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상조 보증회사 자체가 사라질 경우 안전하지 못하다.

무료 상해보험 가입, 보험회사와 업무 제휴, 자동출금(CMS) 보험 가입 등의 광고가 있다. 실제로는 상해보험의 무료 지원 기간이 평생 보장되지 않고 보험회사와 업무 제휴를 하거나 CMS 관련 보험에 가입한 사실이 안전성을 완전히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셋째, 상조회사의 설립 연도, 자산, 고객 불입금, 자본 등에 관한 정보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다른 상조회사와 재무제표를 비교했을 때 자산 대비 고객 불입금 비율이나 고객 불입금 지급여력비율이 높을수록 안정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 발생 시 한국소비자원(02-3460-3000), 소비자단체협의회(02-774-4154) 등에 피해 구제나 분쟁 조정 의뢰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