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판법 개정안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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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07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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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가 계륵으로 전락한 방판법 처리를 놓고, 고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공정위가 25일 관련부서(소비자정책국 및 특수거래과) 일제 물갈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방판법 개정 작업은 사실상 공정위의 ‘완패’ 분위기로 굳어지고 있다. 방판법 개정 과정에서 불거져 나온, 해당 부서 간부의 독단(보고체계 무시한 권한 남용) 논란과 상조업계의 건전화를 도모하려는 할부거래법마저 표류하고 있어,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안팎에서 일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일 부처협의와 상부 보고 없이 임의로, 방판법 개정안 일부조항을 변경했다는 논란을 일으켰던 이성구 소비자정책국 국장과 실무책임자인 홍대원 특수거래과 과장을 직무해지(대기발령 상태)하고, 방판법 개정 작업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해 이들을 징계(직무복귀 또는 직무해임 등)할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또 25일 특수거래과 쇄신을 의미하는 인사 조치를 단행했다. 이날 공정위는 김성환 서기관을 신임 특수거래과장에, 이병건경쟁정책과 행정사무관을 특수거래과로 발령냈다. 이득규 특수거래과 행정사무관은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 경쟁과로 이동했다. 이번 인사 조치로, 특수거래과는 3개월여 만에 또 다시 새판을 짜는 형국이 됐다.

익명을 요구한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 조치와 관련, “방판법 개정안 작업이 시행착오를 넘어, 공정위 내부 기강이 흐트러졌다는 모습으로까지 내비쳐졌다”며 “방판법과 함께 할부거래법도 표류하고 있어, 앞으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사건 발단=공정위가 지난 7월 6일 국회에 제출한 방판법 개정안 가운데 '제20조 후원수당 지급기준 ③항4'의 경우, 중개수수료만 매출로 산정하는 중개매출과 판매가격 전부를 매출액으로 산정하는 위탁매출의 구분을 삭제했다.

이와 관련, 서울 YMCA와 MBC 등 주요 언론은 제2의 ‘JU’사태가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이성구 소비자정책국 국장이 부처협의 및 상부보고 없이 해당 내용을 변경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정위 안팎으로 논란이 확산됐다.

◆방판법 무산?=이번 인사 조치로 인해 방판법 개정 작업이 사실상 물 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안병훈전 과장의 미국 연수로, 지난 5월 4일 후임 과장으로 임명된 홍 서기관은 방판법 병합(박상돈, 김동철 의원안)심사 등 중요한 시점을 앞두고, 직무 해지됐다. 김성환 신임 과장이 관련 부서의 주요 정책을 파악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 예상돼 사실상 무산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홍 전 과장의 경우, 과거 특수거래과 재직 경험을 살려, 업무파악 및 진행 속도가 빨랐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특히 할부거래법 등 중요 현안도 산적해 있어, 시장으로부터 냉담한 반응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방판법은 ‘병합(법안 개정안이 둘 이상일 경우, 발의 주체별 의견 조율 및 1개 법안으로의 재작업 등을 의미) 실패’ 등의 구실로, 폐기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만 ‘피해자’=사실 방판법 개정 작업은 처음 시작부터 무리수가 많았다. 시장 환경을 무시한 일방적인 법 개정 작업과 충분한 협의(시장과 정부)가 이뤄지지 않은 반쪽짜리 개정안은 결국 시장을 피해자로 만들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방판을 다단계로 편입시키려는 공정위와 이를 저지하려는 방판의 1년여에 걸친 싸움은 관련시장의 혼란을 부채질했다. 또한 또 다른 이해당사자인 다단계업계의 경우, 방판과 공정위의 다단계 공방이 불러온 후폭풍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이와 관련, 다단계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종 언론에 방판과 공정위의 다단계 공방이 오르내렸다. 일반인들이 다단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변하는 계기가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대적으로 이미지가 좋은 방문판매업계의 다단계 시장 편입 거부가 “역시 다단계는 좋지 않은 사업이다.”라는 부정적 이미지 확산을 불러왔다는 얘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장의 자율 건전화를 도모한다는 취지로 진행 중인 ‘자율규제위원회(한국직접판매협회)’ 출범도 사실은 방문판매업계가 공정위와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를 갖고, 추진됐다”며 “교감이 이뤄졌던 것 아니냐. 하지만 공정위 행보는 영 딴판이었다. 당시 방판과 다단계가 뒤통수를 맞았다는 말도 많았다”고 꼬집었다.

◆공정위 변화해야=이번 일을 계기로, 관련 업종을 대하는 공정위 실무책임자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다단계 시장에 대한 고압적인 자세는 문제가 많다는 시각이다. 지난해 말 공정위 모 인사가 방판과의 공방, 직접판매공제조합 이사장 추천 등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분풀이라도 하듯 다단계 업계에 대한 사정의 칼날을 세웠다. 모 인사는 사석에서 “다단계가 공정위를 무서워하지 않는다. 다단계 1위만 잡으면 다른 업체는 알아서 쫓아올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와 관련, 다단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실 우리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고리’일 정도로, 규제 정도가 극심하다”고 설명한 뒤 “그들(특수거래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제검찰 공정위가 나서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시각이 작용한 듯하다”며 “무리수를 두는 것 보다는 시장과 먼저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도출하려는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