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람상조 대표 ‘가스총 난사 사건’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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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0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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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규 대표, 노조원들 얼굴 향해 가스총 6발 발사... 노조원 1명 119 구급차로 긴급 후송

노동조합 결성에 불만을 품은 국내 유명기업의 대표가 노조원들에게 가스총을 난사한 사상 초유의 사건의 발생했다. 해당기업은 65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19년 전통의 상조업계 1위 업체인 보람상조(회장 최철홍)다.

보람상조 노조(지부장 이부길)는 지난 6월 13일 장례지도사, 승무원 70명이 민주노총 부천지역 일반 노동조합에 가입함으로써 설립됐다. 상조업계 최초이며, 현재는 부산으로 노조지부를 옮긴 상태다.

이들은 “3개월에서 6개월 단위의 계약직 근무를 요구당하면서 근로기준법상의 주40시간 근무, 주휴일, 국가공휴일, 연월차 휴가 등은 전혀 적용받지 못한 채 24시간 대기근무에 시달리고 있다”며 사측에 최소한의 고용보장과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사측은 노조와의 교섭에서 “먼저 노조를 해산하라. 그러면 요구사항을 들어주겠다”는 사탕발림(?)과 함께 불성실한 협상 태도로 일관했고, 더 나아가 노조원들에 대해 무더기 계약해지와 타지역 전보발령 등 노동탄압을 시행했다. 전 지부장이었던 노조원 신명규씨는 해고통보를 받았고, 현 이부길 지부장도 의정부지점으로 전보발령이 난 상태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결성되자 보람상조 최철홍 회장을 비롯한 핵심 임원들이 총동원돼 보람상조 대전지사에서 전국의 지점장, 복지사 등 200여명을 모아 집중적으로 7월 2~3일 이틀 간에 걸쳐 ‘장례현장교육’을 실시했다”면서 “1박 2일 교육에서 최철홍 회장은 직접 강사로 나서 ‘만일 장례지도사들이 노조에 가입하면 그 즉시 해고할 것이며 고인의 입관(염)부분은 아웃소싱을 주어 행사를 차질 없게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사측이 사태 해결의 의지가 없고 협상 테이블에도 제대로 참석치 않자 노조는 부산지방노동위에 조정 신청을 냈고, 조정위원들이 27일 본 조정에서 사측이 노동자 자체를 불인정한 것으로 판단하고 ‘조정중지안’을 결정함에 따라 쟁의권을 확보했다. 노조는 다음날인 28일 합법적인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문제의 가스총 발사 사건은 7월 31일 발생했다. 경기도 의정부 소재 보람장례식장에서 사측에 항의하는 유인물(플래카드)을 부착하던 노조원 10여명이 장례식장 직원들을 대동하고 현장으로 나온 최현규 대표와 맞닥뜨린 것. 최현규 대표는 최철홍 회장의 친형으로 보람상조의 장의행사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양측간의 실랑이는 곧 심한 몸싸움으로 발전했고, 순간적으로 분을 참지 못한 최 대표가 노조원들의 얼굴을 향해 6발의 가스총을 발사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최현규 대표의 가스총에 눈 부위를 정통으로 맞은 노조원 임근구씨는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긴급 후송돼 현재 입원 치료 중이며, 다른 노조원들도 파편을 얼굴에 맞아 상해를 입었다. 가스총을 발사한 최현규 대표는 현행범으로 체포돼 인근 의정부경찰서 금오지구대로 연행됐다.

그러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불구속 입건된 최현규 대표는 다음날 풀려났다. 사측의 관리이사 김모씨가 이부길 지부장에게 “대표님의 구속은 막아야하지 않겠느냐. 노조측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테니 경찰에 선처를 바란다고 말해달라”고 부탁 전화를 걸어온 것. 사태가 커지는 것을 원치 않았던 이 지부장은 부상을 입은 노조원들에게 사측이 원하는대로 피해자 진술을 해서 원만히 합의하도록 요청했고, 사측의 고문변호사는 최현규 대표를 신병 인수 형식으로 즉시 경찰서에서 빼냈다.

하지만 사측은 최현규 대표가 풀려나자마자 말을 바꿔 “노조를 없애면 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최초 방침을 그대로 고수했다. 노조는 사측의 기만행위에 분노해 최현규 대표의 재고소를 추진했으나 일사부재리 원칙에 가로막혀 최현규 대표 외에 당시 노조와 마찰을 벌였던 사측 직원들에 대해 조사하라는 진정을 내는데 그쳤다.

이후 노조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본사, 대전 중구 오류동 대전지사, 부산 남구 용호동 주찬양교회를 오가며 보람상조와 최철홍 회장의 부도덕성을 집중 성토하는 집회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주찬양교회는 최철홍 회장이 장로직을 맡고 있는 자기 소유의 교회다.

이부길 지부장은 “지난 8월 16일 일요일에 주찬양교회에 집결해 최철홍 회장 규탄대회를 가졌는데, 최철홍 회장이 집회 도중에 교회 밖으로 나와 노조원들을 가리키며 ‘열심히들 해. 그래봐야 꿈쩍도 않으니깐’이라고 비웃는 표정으로 말하더라”면서 “최현규 대표는 가스총 사건 이후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쪽으로 돌아섰으나 최철홍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이부길 지부장은 “노조는 사측을 노동청에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고, 사측은 노조를 종교활동 방해 및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태”라며 “노조 해체없이 최소한 계약직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사측이 받아들일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굳은 의지를 보였다.

이와 관련 보람상조 홍보팀 관계자는 “노조와의 대화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한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라면서 “노조원들은 비정규직 직원들인데다가 20명도 채 되지 않아 노조로서의 대표성을 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폄하했다.

이 관계자는 ‘노조는 사측이 고용 보장의 선결 조건으로 노조 해산을 요구한다고 하던데 맞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그런 요구를 한 적이 없다”고 부정했다.

부금예수금은 831억원인데 상조위탁보증금은 35억원... 보람상조 파산하면 전체 고객 96%가 피해보상 받지 못해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대형 상조 업체들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업계선두를 달리고 있는 보람상조가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22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보람상조는 회사의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무려 668억원이나 많았고, 총부채도 총자산 대비 357억원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관계회사에 대한 단기대여금 미회수 원금은 57억원, 관계회사에 대한 미수금 잔액은 12억원이었다. 금융기관이 이 같은 재무상태라면 영업 정지가 확실하다.

특히 장례행사 발생 시 바로 고객에게 지급해줘야 할 부금예수금 831억원인데 반해 이를 대비해 상조위탁보증금에 유치한 금액은 35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보람상조가 파산하게 된다면 전체 고객의 96%가 피해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런 와중에도 보람상조는 광고 선전비로 32억원을 사용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지난 한 해 동안 20만여명의 회원수를 늘렸으며, 부금예수금 831억원 중 210억원 가량을 임의로 의정부 보람병원, 김해시 상아예식장 부지 등 부동산에 투자했다.

보람상조의 사업실적을 감사한 외부회계법인은 감사보고서에서 “부금예수금 유입의 지속과 영업이익의 실현 및 관계회사로부터의 안정적인 채권회수를 전제가 될 시 기업이 유지 될 수 있다”면서 “회사경영에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마디로 회사 존립이 위태롭다는 얘기다.

전체 400여개 상조업체 회원수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보람상조가 이처럼 방만경영을 해온 것은 상조업 관련법의 부재 때문이다. 자본금 5천만원만 있으면 누구나 개업이 가능해 부실 상조업체들만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을 뿐, 상조 회사를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이 전무하다.

이에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상조업체의 설립기준 자본금을 3억원 이상으로 정하고 소비자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고객 납입금의 50%를 금융기관에 예치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할부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 개정안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발의로 지난 3월 국회에 제출돼 6월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전망됐으나 최근 여야 대립에 따른 정치권의 파행으로 인해 지금까지 상임위원회에서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어 소비자 안전장치 마련이 시급한 형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