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회사 10곳 중 8곳 자본 잠식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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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07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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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업체 중 80%가량이 누적 적자로 납입자본금까지 까먹고 있는 상태

"갑자기 아버님상을 당해 허둥대고 있는데 가입했던 상조회사에서 6명이 파견돼 성심성의껏 장례 절차를 도와줘 무사히 일을 치를 수 있었다." "거절하기 어려운 친척이 상조회사 가입을 권유하는데 도무지 믿음이 가질 않아 고민스럽다. 요즘 상조업을 하는 회사들이 얼마나 건실한지 알아보려고 해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상조회사 회원 가입자가 294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면서 상조회사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상조업 사업자단체인 한국상조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167개 업체가 등록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 연합회에 등록하지 않고 영업하고 있는 회사까지 포함하면 4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체 난립과 공격적인 영업으로 상조업체 대부분이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가입 회원들을 위한 법적인 보호장치가 없어 상조업체가 쓰러지면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4일 매일경제가 단독 입수한 `전국상조회사 부금결손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상위 90개 상조업체 가운데 71개 업체가 총자산보다 총부채가 큰 `자본잠식`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조업체 중 80%가량이 누적 적자로 납입자본금까지 까먹고 있는 상태라는 얘기다. 가입자 보호를 골자로 한 상조업법 발의를 준비하고 있는 국회가 업체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부금예수금 순위 2위를 달리는 A상조는 이미 335억원의 결손금(잠식된 자본금)을 기록했으며, 100억원 이상 잠식된 업체만 해도 8곳에 달하고 있다.

이처럼 부실이 심각한 데도 상조업체가 유명 연예인까지 동원해 공격적인 광고를 하는 이유는 신규회원 가입이 없으면 쓰러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신규회원을 끌어들여 들어오는 현금으로 적자분을 `돌려막기` 하는 식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외부감사보고서에 `기업계속 불확실성` 의견을 기재했을 정도로 더 이상 자본잠식을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기업계속 불확실성 의견이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자산에 비해 부채가 많아 기업 스스로 경영이 불확실하다고 `자진신고`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자산총액 70억원 이상인 주식회사들은 의무적으로 외부감사를 받고 있다. 전국 167개 업체(사업체단체 등록 기준) 가운데 2007년도 외감대상 법인은 8곳(부산, 보람, 대구, 현대종합, 디에이치, 동아, 새부산, 동방종합상조)뿐이었으며 이 가운데 기업계속 불확실성 의견을 받은 곳은 3곳이나 됐다. 상조업체 부실로 소비자들 불안감이 커지자 업체들은 이행보증업체를 만들어 불안감을 무마하려 하고 있으나 부실하기는 이행보증업체들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재무실태에 대해 서면조사 중이며 부도가 예상되거나 소비자 피해가 많은 업체 등을 대상으로 오는 3월 중순께 현장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취약한 수익구조, 방만경영

= 상조업체의 재무건전성이 나쁜 이유는 취약한 수익구조와 방만한 경영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상조서비스는 상을 언제 당할지 모르는 데다 전국을 24시간 커버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고정인력과 비용이 타 업종에 비해 크다.

이에 상조업체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영점을 두지 않고 각 지역별로 지사나 지점을 모집해서 운영한다.

평균 상품단가인 360만원(월 3만원씩 120개월납)을 기준으로 1명을 모집했을 때 지점이 받는 모집수당은 단가의 10~20%가량이다. 그런데 지점들이 회원수를 무리하게 늘리기 위해 특판팀을 운영하거나 모집브로커를 고용하면서부터 부작용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회원수는 단기간에 급격히 늘었지만 만기 전 해약비율이 높아진 것이다. 한국상조연합회에 따르면 이러한 특판 등으로 모집하게 되면 해약률이 70~80%까지 치솟는다. 김호승 상조뉴스 대표는 "상조업 대표들이 고객돈을 방만하게 운영하거나 심지어 차명법인을 별도로 만든 뒤 돈을 몰래 빼돌리는 사례까지 심심찮게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 상조업체 순기능 살려야

= 장례비용 부담이 고민거리인 한국사회 특성상 상조업은 그동안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왔다. 이런 평가가 상조업체가 난립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정명근 한국상조연합회 사무총장은 "실제 장례식에 가보면 상조직원들이 가족보다 더 성심성의껏 장례를 치러 줘서 유가족들이 감동하는 사례가 많다"며 "특히 핵가족 시대에 상조업이 지닌 순기능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 조사기관에서 상조업에 대한 고객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상조서비스를 받은 뒤 재가입 의사를 밝힌 비율이 50%를 넘었다.

따라서 상조업체 부실로 인한 소비자들 피해를 막는 한편 상조업체의 순기능을 계속 살려나갈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상조업체를 규제할 법안을 준비 중인 국회 관계자는 "감독기관의 제대로 된 감시감독을 받게 하고 부실을 줄여 나간다면 상조업이 서민들에게 도움을 주는 사업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