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조업 불법 횡포에 소비자들만 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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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07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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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우모(70)씨는 지난 2004년 12월 200만원을 내고 A상조업체와 상조 서비스 계약을 체결했다. 본인이 사망했을 때 자식들에게 장례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4년이 지난 작년 12월 우씨는 수의(壽衣)를 찾기 위해 업체 사무실을 찾았다. 하지만 상호명이 B상조업체로 바뀌어 있었다. B업체측은 "A업체는 이미 부도가 났다"며 "우리는 A업체로부터 회원 명단만 입수해 장례사업을 할 뿐 장례 서비스를 해줄 의무가 없다"고 했다.

경기도 안산의 30대 직장인 문모씨는 지난 2006년부터 상조 서비스를 신청, 올 1월까지 2년여간 매월 3만원씩 총 81만원을 납입했다. 경제적인 사정으로 더 이상 납입이 어려워 계약 해지를 신청하자 업체측은 납입금의 22%인 18만원만 돌려주겠다고 답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60~70% 수준의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도 업체측이 횡포를 부리고 있는 것이다.

이같이 소비자들을 농락하는 불법 상조업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6월에 대규모 제재에 나선다. 공정위가 대대적인 제재에 나서는 이유는 상조업 관련 피해 사례가 해마다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상조업 관련 소비자 피해 건수는 2004년 91건에서 2007년 833건, 작년 1374건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 3월까지도 작년의 절반 수준인 631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됐다.

◆계약 해지 거절 피해 급증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피해 사례 중 60% 이상이 계약 해지시 납입금 환급을 거절하거나 과다한 위약금을 요구하는 경우였다.

50대 김모(대구 서구)씨의 경우 2002년부터 60회에 걸쳐 총 120만원 납입을 완료한 후 2007년 3월 갑작스럽게 급전이 필요해 업체측에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며 2년 동안 환급을 거절하고 있다.

상조회사의 갑작스러운 폐업과 부도로 납입금을 한푼도 건지지 못하는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2007년 대구에서는 H상조회사가 폐업해 4000여명이 피해를 입었다. 작년 하반기에는 서울 S상조업체가 폐업해 수백만원씩 원금을 돌려받지 못한 고객들이 집단으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업체측에서 고의적으로 사기친 것이 아닌 경영 악화로 폐업했다고 주장할 경우 사기죄 적용이 어려워 고객들이 피해를 구제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체 파산 땐 고객 돈 몽땅 날려

전국상조협회에 따르면 상조 서비스시장은 2000년대 들어 매년 10만명씩 고객을 늘려가며 총 회원 고객 300만명에 1조원 시장(납입금액 기준)으로 훌쩍 커졌다. 하지만 허술한 제도와 감독으로 고객 피해도 커져만 갔다.

상조업은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해 계약자가 매월 일정액을 적립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험업과 유사하지만 설립할 때 정부에 등록하거나 신고해야 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감독 당국인 공정위는 현재 전국적으로 얼마나 많은 불법 상조업체들이 영업 중인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고객이 납입한 돈에 대한 법적 안전장치도 전혀 없다. 따라서 업체가 갑자기 파산할 경우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없다. 게다가 상조업체들은 상품을 팔 때에는 원금이 100% 보장된다고 허위 광고를 했다. 하지만 고객이 납입한 돈을 신규 회원 모집 등 영업 확장비로 대부분 써버린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상조회사가 규모가 작아서 회계기관의 외부 감사 대상도 아니다. 상조업 사업자단체인 전국상조협회에 가입한 167개 상조업체 중 작년에 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 감사를 받은 곳은 12곳에 불과했다. 고객 돈을 업체 관계자가 개인적으로 써도 알 길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국상조협회 조사결과 상위 90개 회원사 중 71개가 자산보다 부채가 많은 '자본 잠식' 상태였다. 올 2월 공정위 조사결과 경영 악화로 회사가 파산했을 경우 고객불입금의 80% 이상을 환불해줄 수 있는 상조업체는 4곳 중 1곳(25.6%)에 불과했다.

상조업체 관계자는 "상당수 상조업체들이 신규 유치한 고객 돈으로 영업비를 쓰고, 경영 악화로 생긴 적자를 돌려막고 있다"며 "최근 경기 침체로 신규 회원 모집이 제대로 안될 경우 쓰러지는 상조업체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조업 등록제 서둘러야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은 14일 국회에 출석해 "상조업 피해를 막기 위해 할부거래법이 조속히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의원 입법 발의 형태로 상조업을 등록제로 전환하고, 고객이 납부한 선수금을 의무적으로 은행에 예치하도록 하는 할부거래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다.

상조업계에서도 제도적 규제 장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정명근 전국상조협회 사무총장은 "상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확산돼 자칫 상조업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며 "하루빨리 정부가 법적 테두리를 만들어 부실한 업체를 솎아내고 건실한 상조업체들이 매도당하지 않기를 업계도 바란다"고 했다.

상조업 소비자피해상담 : 한국소비자원 (02)3460-3000,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02)774-4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