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상조회사 ‘돌려 막기식’ 경영 지각변동

페이지 정보

작성자한국장례신문 댓글 0건 조회 작성일 14-04-07 09:36

본문


업계 80% 자본잠식…선두 ‘무색’
“상조 회원을 늘리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얼굴이 잘 알려진 탤런트를 동원해 감성을 자극한 후, ‘튼튼하고 믿음직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면 알아서 찾아옵니다. 회사 건전성은 크게 문제되지 않아요.” 상조 관련 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자본잠식상태에 들어간 상당수 상조회사들이 기존 회원들의 행사 비용을 신규 회원들의 가입비로 충당하는, 이른바 ‘돌려 막기식’ 경영현실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광고 물량공세가 통하지 않게 됐다. 상조회사는 대중매체 광고나 회원가입 계약 체결 시 ‘고객납입금 관리방법’과 ‘추가비용 부담여부’ ‘재무상태’ 등을 반드시 표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회사 재무상태나 신뢰도에 따라 시장구도 역시 전면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달 12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갖고, 상조 분야 등 서민피해 방지를 위한 거래질서 확립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앞서 지난 2월 3일에는 ‘상조업에 대한 소비자 피해예방 대책 추진’을 발표했다.

공정위는 이를 위해 전국 상조회사 전체를 대상으로 재무상태 건전성 서면실태 파악에 나섰다. 이어 1차 조사 때 답변이 불성실하거나 소비자 피해가 많은 업체를 대상으로 강도 높은 현장조사를 진행했다.

공정위가 이처럼 연달아 강공을 편 것은 불량 업체와 소비자 피해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자 초강경 전략을 선택한 것. 더구나 최근 한계에 도달한 상조 업체들의 부도나 폐업이 빠르게 늘고 있어, 소비자들의 피해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안병훈 공정위 소비자정책국 특수거래과장은 “이번 서면조사에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업체는 100여곳에 달하며, 지난 3월 16일부터 이미 현장조사에 들어간 상태”라며 “이번 조사를 토대로 상조회사가 우리 사회에서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심각한가

그렇다면 과연, 상조 업체들의 재정건전성과 소비자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먼저 재정건전성 현황부터 살펴보자. 현재 상조회사는 자유업으로 분류돼 자본금 5000만원만 있으면 누구나 설립이 가능하다. 따라서 국내 상조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업체 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동반 부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와 공정위 등록 자료에 따르면 2007년 외부감사인 감사보고 대상 법인은 8곳에 머물렀다. 이 중 당기순이익이 흑자인 곳은 부산상조와 대구상조, 새부산상조 세 곳에 불과했다.

반면 보람상조개발과 현대종합상조, DH상조 3곳은 감사에서 ‘기업 계속 불확실성’ 의견을 받았다. 한마디로 기업 자산에 비해 부채가 너무 많아 경영상태의 개선 없이는 회사 존립이 어렵다는 뜻이다.

특히 보람상조개발의 경우 같은 기간 51억700만원의 순손실이 발생했고, 회사의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335억2900만원이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종합상조와 DH상조 역시 회사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각각 168억8500원, 296억1900만원이 더 많았다.

또 동방종합상조에 대해서는 감사 의견을 표명하지도 않았다. 회계법인 측은 보고서를 통해 “회사의 제한으로 행사예치금에 대한 조회나 적정성을 검토할 수 없어 감사절차를 취하지 못했다”며 감사의견을 표명하지 못한 이유를 밝혔다.

특히 지난 3월 말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동아상조개발의 지난해 실적은 회사의 총부채가 총자산보다 233억5800만원이나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부금예수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되지 않으면 무리한 광고를 통해서라도 신규 회원을 어느 정도 선까지 유치해야 회사가 존립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올해 외부감사 대상에는 국민상조와 아산상조, 보람상조라이프, 상조보증주식회사 4곳이 새로 포함돼 모두 12곳으로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외감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회사 중에서 국민상조가 176억3670만원, 한라상조가 178억6889만원, 대한상조가 63억4837만원, 아산상조가 20억6432만원의 결손금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권대우 한양대 교수는 “상조회사는 고객이 장의 등 상조서비스 대가를 미리 지급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으로, 선급금이 잘 관리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회사들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상조회사들의 자산건전성이 불안정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 분쟁도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 요즘 시장분위기다.

실제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상조 업체 관련 피해 상담건수는 2003년 58건에 불과했으나, 5년이 지난 지난해에는 모두 1374건으로 늘어났다. 계약해지에 따른 과다한 위약금 요구나 계약해지 거절, 납입금 반환 거절, 사업자 도산으로 인한 장례서비스 미이행 등이 발생하고 있는 것.

불만유형은 계약해지 거절 및 과다위약금이 69%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부당한 계약체결과 서비스 불만족이 각각 19.1%, 9.6%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세계 경제위기 영향으로 신규 가입자가 줄어들면서 회비만 받아 챙기고 야반도주하거나, 폐업을 선언하는 사례가 등장하면서 소비자 피해도 덩달아 늘고 있다.

해결책 없나

이처럼 문제가 심각해지자 공정위가 최근 초강경 대책을 마련했다. 특히 조만간 광고와 계약서상에 재무상태가 표기되면 불건전한 업체의 경우,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국내 상조시장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단체·업계의 공동 노력과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련 단체·업계의 공동 노력 과제로는 크게 세 가지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먼저 재정 운용을 효율적으로 끌고 가는 것을 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상조회사는 자체적으로 모집사례비와 홍보비, 조직관리비 등 지출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는 ‘신탁자금’으로 잘 관리해 고객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비용이나 환급 자금 지급에 어려움이 없도록 효율적인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

다음은 시장에서 재정적으로 건전한 회사와 부실가능성이 높은 회사에 대한 구분이 필요하다. 회사의 재무건전성 내지 기금 운용의 적정성이란 관점에서 상조회사를 평가, 이를 소비자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려는 노력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끝으로 상조회사의 재무구조 및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정책적인 노력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우선 상조회사들의 재정적인 상황에 대한 지속적인 감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이뤄져야 한다. 권대우 교수는 “소비자의 피해 방지를 위해 선급금 예치나 공제, 보증 등 고객들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 도입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지각변동 불가피

한편 현재 국내 대부분의 상조 업체가 부금예수금 대비 금융자산의 보유 비중이 17% 이하로 낮은 편이다. 이는 곧 회원과 약정한 행사를 제공해야 할 시기에 비축된 자금이 부족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업체에 대한 조사와 감독은 한시바삐, 그리고 정기적으로 지속돼야 한다.

특히 상조회사의 재무상황에 대한 정보가 정확하게 전달될 경우 상조업계도 자체적으로 정화노력을 강화할 것이고, 소비자들도 재무구조가 건전하고 고객들의 선납금 관리에 성실한 업체를 선호하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결국 회사의 규모와 적립금 운용 형태, 실적에 따라 상조시장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자산순위 상위 10개사 중 8개사가 자본잠식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업계 간 순위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 일반론이다.